[일과 함께 권리를] 주6일 근무에…“아프면 돈내고 쉬어요”

입력 2022.09.07 (21:38) 수정 2022.09.07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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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급적 외출하지 마시라.

저희도 태풍 관련 뉴스 특보 등에서 여러 차례 당부드린 내용인데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분들이 추석 연휴 앞두고 배달 물량이 쏟아진 택배 노동자들인데요.

심지어 택배 노동자들을 사실상 태풍 속으로 내몬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쉴 권리는 보장받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노동자 권리의 사각지대를 살펴보는 '일과 함께 권리를' 오늘(7일)은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김지숙 기잡니다.

[리포트]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오릅니다.

숨돌릴 틈도 없습니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오늘 저한테 나온 건 450개 정도 (됩니다)."]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평소보다 20% 이상 늘었습니다.

[김사성/택배 노동자 : "쉬었다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없어요. 차로 이동할 때 음료수라든지 간식이라든지 이런 정도를 계속 먹으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하루 휴식 시간을 물었더니 평균 30분 미만이라는 답변이 40%를 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주 6일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성수기엔 하루도 못 쉰다는 사람이 15%였습니다.

[김사성/택배 노동자 :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수수료가 지급이 안 되니까. 매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몸 관리를 저희가 스스로 하고 있죠. 저 같은 경우는 보호대를 항상 하고 있어요."]

아파도 마음대로 쉬지 못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주6일 새벽 배송을 하는 김 모 씨.

일하다 목과 어깨를 다쳤고 병원은 수술을 권했습니다.

쉬는 동안 대신 배송할 사람에게 김씨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 그 부담 때문에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김○○/대형마트 새벽 배송 노동자/음성변조 : "'수술하는 날은 쉬어라, 그리고 나머지는 네가 용차비로 쉬어라…' 하루 일당이 11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용차비로 30만 원. 어쩔 수 없이 그냥 참고 일을 하고…."]

김 씨가 과거 아파서 닷새 일을 못해 대신 지급해야 했던 비용은 130만 원.

기름값 등 비용을 공제하기 전 평균 월급의 대략 1/4 수준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추석 당일을 빼곤 나머지 휴일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김○○/음성변조 : "다른 건 모르겠고 주 5일제 근무와 빨간 날 휴무. 아프면 유급 휴무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권익위는 택배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휴일 등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라며 정부에 보호 법률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입법은 10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노경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지숙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를 막자며 사회적 합의를 한 게 지난해였는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건가요?

[기자]

네, 사회적 합의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만 하는 인력을 따로 두잔 게 핵심이었죠.

실제로 많은 현장에 분류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택배 노동자들의 경우 배송 건수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근무 일수나 물량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줄이면 월급이 줄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다 보니 노동 강도가 줄지 않는 겁니다.

[앵커]

마트 배송기사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요?

[기자]

택배 기사의 경우엔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하거나 명절을 보장하는 등 더디지만 조금씩 처우가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 배송 직군은 비교적 최근 도입된 데다 업체 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당일을 빼곤 매일 배송할 정도입니다.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 이면엔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앵커]

그래도 아플 때만큼은 쉬어야 한텐데 이게 왜 잘 안되는 걸가요?

[기자]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겐 연차, 병가 같은 유급 휴가가 없습니다.

여기에 택배나 마트 같은 배송 직군은 하루라도 쉬면 배송이 차질이 생겨서 본인이 쉬는 동안 일을 대신해줄 차를 구해야 합니다.

그 비용이 바로 용차비인데요 이 돈을 기사들이 직접 내야 합니다.

따라서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앵커]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면 건강이 괜찮을까요?

[기자]

최근 3년간 택배기사의 산재 신청현황을 보면 100건대 이던 게 지난해 4백 건 이상으로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량이 많아진 탓입니다.

마트 기사들은 지난 7월에야 산재가 적용돼서 아직 통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배송 기사 가운데에는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해 산재 신청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앵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김지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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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과 함께 권리를] 주6일 근무에…“아프면 돈내고 쉬어요”
    • 입력 2022-09-07 21:38:32
    • 수정2022-09-07 22:09:18
    뉴스 9
[앵커]

가급적 외출하지 마시라.

저희도 태풍 관련 뉴스 특보 등에서 여러 차례 당부드린 내용인데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분들이 추석 연휴 앞두고 배달 물량이 쏟아진 택배 노동자들인데요.

심지어 택배 노동자들을 사실상 태풍 속으로 내몬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쉴 권리는 보장받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노동자 권리의 사각지대를 살펴보는 '일과 함께 권리를' 오늘(7일)은 택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김지숙 기잡니다.

[리포트]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오릅니다.

숨돌릴 틈도 없습니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해야 합니다.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오늘 저한테 나온 건 450개 정도 (됩니다)."]

명절을 앞두고 물량이 평소보다 20% 이상 늘었습니다.

[김사성/택배 노동자 : "쉬었다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없어요. 차로 이동할 때 음료수라든지 간식이라든지 이런 정도를 계속 먹으면서…."]

택배 노동자들에게 하루 휴식 시간을 물었더니 평균 30분 미만이라는 답변이 40%를 넘어 가장 많았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주 6일 일한다고 답했습니다.

성수기엔 하루도 못 쉰다는 사람이 15%였습니다.

[김사성/택배 노동자 : "하루라도 일을 안 하면 수수료가 지급이 안 되니까. 매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몸 관리를 저희가 스스로 하고 있죠. 저 같은 경우는 보호대를 항상 하고 있어요."]

아파도 마음대로 쉬지 못합니다.

대형마트에서 주6일 새벽 배송을 하는 김 모 씨.

일하다 목과 어깨를 다쳤고 병원은 수술을 권했습니다.

쉬는 동안 대신 배송할 사람에게 김씨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하는데 그 부담 때문에 수술을 포기했습니다.

[김○○/대형마트 새벽 배송 노동자/음성변조 : "'수술하는 날은 쉬어라, 그리고 나머지는 네가 용차비로 쉬어라…' 하루 일당이 11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용차비로 30만 원. 어쩔 수 없이 그냥 참고 일을 하고…."]

김 씨가 과거 아파서 닷새 일을 못해 대신 지급해야 했던 비용은 130만 원.

기름값 등 비용을 공제하기 전 평균 월급의 대략 1/4 수준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추석 당일을 빼곤 나머지 휴일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김○○/음성변조 : "다른 건 모르겠고 주 5일제 근무와 빨간 날 휴무. 아프면 유급 휴무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권익위는 택배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휴일 등 최소한의 근로조건을 보장하라며 정부에 보호 법률을 만들라고 권고했지만 입법은 10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조완기/그래픽:노경일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지숙 기자와 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를 막자며 사회적 합의를 한 게 지난해였는데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건가요?

[기자]

네, 사회적 합의는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분류 작업만 하는 인력을 따로 두잔 게 핵심이었죠.

실제로 많은 현장에 분류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택배 노동자들의 경우 배송 건수당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근무 일수나 물량을 줄이기 어렵습니다.

줄이면 월급이 줄기 때문이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없다 보니 노동 강도가 줄지 않는 겁니다.

[앵커]

마트 배송기사들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고요?

[기자]

택배 기사의 경우엔 택배 없는 날을 시행하거나 명절을 보장하는 등 더디지만 조금씩 처우가 나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트 배송 직군은 비교적 최근 도입된 데다 업체 간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당일을 빼곤 매일 배송할 정도입니다.

빠르고 편리한 배송 서비스 이면엔 쉬지 못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앵커]

그래도 아플 때만큼은 쉬어야 한텐데 이게 왜 잘 안되는 걸가요?

[기자]

많은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겐 연차, 병가 같은 유급 휴가가 없습니다.

여기에 택배나 마트 같은 배송 직군은 하루라도 쉬면 배송이 차질이 생겨서 본인이 쉬는 동안 일을 대신해줄 차를 구해야 합니다.

그 비용이 바로 용차비인데요 이 돈을 기사들이 직접 내야 합니다.

따라서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아파도 참는 경우가 많은 겁니다.

[앵커]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하면 건강이 괜찮을까요?

[기자]

최근 3년간 택배기사의 산재 신청현황을 보면 100건대 이던 게 지난해 4백 건 이상으로 폭증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물량이 많아진 탓입니다.

마트 기사들은 지난 7월에야 산재가 적용돼서 아직 통계도 없습니다.

그런데 배송 기사 가운데에는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해 산재 신청을 꺼리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앵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네요.

김지숙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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