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설치 한 달 만에 철거 위기…‘철거 vs 존치’ 대립

입력 2022.09.19 (19:27) 수정 2022.09.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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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보신 내용,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보도국 최선중 기자 나와 있습니다.

충남대 측도 '평화의 소녀상'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했는데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속내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표면적으로는 절차를 밟지 않은 조형물을 용인하면 다른 조형물들도 우후죽순 난립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요.

2017년에서 2018년 즈음, 대학 측이 이 소녀상을 학교 박물관에 세우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반면, 소녀상 추진위 측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 제1 학생회관 앞을 제시했는데요.

조형물 자체의 적법성을 떠나 먼저 설치 장소를 두고 승강이가 있었던 겁니다.

두 번째는 대표성 문제입니다.

학내에는 이 소녀상 추진이 순수한 학생들이 아닌 외부 시민단체가 주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발행된 충대 신문 내용을 좀 보시면요.

지난달 소녀상 건립을 자축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참석자 30여 명 가운데 재학생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소녀상 건립이 학교 외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소녀상 추진위는 당시 활동했던 학생들이 졸업 해서 지금 3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소녀상 건립은 학생들 순수 의지로 진행됐다, 오히려 시민사회단체의 지지가 그만큼 높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5년 전 소녀상 건립을 처음 추진할 때만 해도 많은 학생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기자]

네, 2017년 당시, 총학생회 주도로 학생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95%가 찬성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과의 국제교류 사업, 일본 자매결연 대학과의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한 대학 측이 비협조적이었습니다.

2019년에도 소녀상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는데 학내 구성원 3천7백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소녀상 추진위는 이런 점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양 측 입장이 팽팽한데요.

학교 측에서 철거일로 정한 22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학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공식적으로 찬반 입장을 내지 않았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줄여서 민교협이라고 하는데 평화의 상징물인 소녀상은 학내 공론화와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세워진 것이라며 대학 측은 철거가 아니라 조형물 사후 승인 등 존치를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총학생회도 절차적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갖출 수 있는 만큼, 철거는 옳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측은 철거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앞서 보낸 원상복구 공문은 아직 유효하지만, 일방적인 철거는 없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대학에서 총장이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충남대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지금 독일의 카셀 대학이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이 대학 학생회가 주도해 '평화의 소녀상'을 독일 카셀대 학내에 설립했습니다.

당시 학교 측은 부지를 내주는 등 적극적이었는데 최근 이 대학 총장이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사실은 최근 정의기억연대가 지난 10일, 소녀상 후원자 명판을 전달하기 위해 이 대학을 방문했다가 알려졌는데요.

소녀상을 만든 작가들도 현지에서 소녀상 철거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충남대에 있는 소녀상을 만든 분들이기도 한데요.

충남대에서 소녀상 철거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독일에서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김운성·김서경/'평화의 소녀상' 작가 : "(소녀상을) 세우고자 하는 의지, 역사적, 인권적 의미 이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대학 측에서 좋은 쪽으로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대학에서 철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국내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비롯해 130여 곳, 해외에는 17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소녀상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충남대학교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 일부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쟁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씁쓸해 보입니다.

원만한 해결책 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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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설치 한 달 만에 철거 위기…‘철거 vs 존치’ 대립
    • 입력 2022-09-19 19:27:58
    • 수정2022-09-19 20:05:25
    뉴스7(대전)
[앵커]

앞서 보신 내용, 취재기자와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보도국 최선중 기자 나와 있습니다.

충남대 측도 '평화의 소녀상' 자체가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했는데 원상 복구를 요구하는 속내는 뭐라고 봐야 할까요?

[기자]

표면적으로는 절차를 밟지 않은 조형물을 용인하면 다른 조형물들도 우후죽순 난립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해보니까요.

2017년에서 2018년 즈음, 대학 측이 이 소녀상을 학교 박물관에 세우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다고 합니다.

반면, 소녀상 추진위 측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인 제1 학생회관 앞을 제시했는데요.

조형물 자체의 적법성을 떠나 먼저 설치 장소를 두고 승강이가 있었던 겁니다.

두 번째는 대표성 문제입니다.

학내에는 이 소녀상 추진이 순수한 학생들이 아닌 외부 시민단체가 주도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한 예로, 최근 발행된 충대 신문 내용을 좀 보시면요.

지난달 소녀상 건립을 자축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참석자 30여 명 가운데 재학생은 단 3명에 불과했다, 소녀상 건립이 학교 외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소녀상 추진위는 당시 활동했던 학생들이 졸업 해서 지금 3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소녀상 건립은 학생들 순수 의지로 진행됐다, 오히려 시민사회단체의 지지가 그만큼 높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5년 전 소녀상 건립을 처음 추진할 때만 해도 많은 학생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요.

[기자]

네, 2017년 당시, 총학생회 주도로 학생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95%가 찬성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과의 국제교류 사업, 일본 자매결연 대학과의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한 대학 측이 비협조적이었습니다.

2019년에도 소녀상 설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이 진행됐는데 학내 구성원 3천7백여 명이 동참했습니다.

소녀상 추진위는 이런 점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학생들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양 측 입장이 팽팽한데요.

학교 측에서 철거일로 정한 22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금 학내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동안 공식적으로 찬반 입장을 내지 않았던 교수들 사이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교수연구자협의회, 줄여서 민교협이라고 하는데 평화의 상징물인 소녀상은 학내 공론화와 자발적인 성금 모금을 통해 세워진 것이라며 대학 측은 철거가 아니라 조형물 사후 승인 등 존치를 위한 협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총학생회도 절차적 정당성을 사후적으로 갖출 수 있는 만큼, 철거는 옳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대학 측은 철거 반대 여론이 확산되자 앞서 보낸 원상복구 공문은 아직 유효하지만, 일방적인 철거는 없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선 상태입니다.

[앵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얼마 전, 독일의 한 대학에서 총장이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충남대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지금 독일의 카셀 대학이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이 대학 학생회가 주도해 '평화의 소녀상'을 독일 카셀대 학내에 설립했습니다.

당시 학교 측은 부지를 내주는 등 적극적이었는데 최근 이 대학 총장이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철거를 요구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 사실은 최근 정의기억연대가 지난 10일, 소녀상 후원자 명판을 전달하기 위해 이 대학을 방문했다가 알려졌는데요.

소녀상을 만든 작가들도 현지에서 소녀상 철거 반대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충남대에 있는 소녀상을 만든 분들이기도 한데요.

충남대에서 소녀상 철거 논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독일에서 의견을 전해왔습니다.

[김운성·김서경/'평화의 소녀상' 작가 : "(소녀상을) 세우고자 하는 의지, 역사적, 인권적 의미 이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대학 측에서 좋은 쪽으로 해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데 대학에서 철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 국내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을 비롯해 130여 곳, 해외에는 17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소녀상의 본질적 의미를 생각해 충남대학교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 일부 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평화의 소녀상 철거 논쟁이 국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씁쓸해 보입니다.

원만한 해결책 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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