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방의회]② 배지 달면 제주도로?…벌써 관광성 연수 논란

입력 2022.09.29 (19:15) 수정 2022.09.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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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선 8기 지방의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발하는 연속기획, 이어갑니다.

신임 지방의회가 꾸려진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경남의 상당수 의회들이 벌써 제주도 등 관광성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에다 고물가 속에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7월 5일 개원한 9대 김해시의회.

취임 두 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박 3일 연수 일정표를 살펴봤습니다.

첫날 오후 2시쯤 숙소인 4성급 호텔에 도착해, '의원이 알아야 할 기본 사항'을 주제로 3시간짜리 강의를 듣습니다.

여장을 풀고 쉬었다가 식당으로 이동해 만찬을 즐깁니다.

둘째 날 일정은 연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돕니다.

오전에 '의정 실무 강의'를 하나 들은 뒤, 오후부터 지역 사업 사례로 '휴애리공원' 등 관광지 2곳을 찾습니다.

저녁엔 또 만찬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날에도 부패방지교육 같은 인터넷 강의로 들을 수 있는 법정 의무교육을 받은 뒤, 견학 명목으로 관광명소인 '동문시장'을 찾았습니다.

김해시의원 24명과 직원 9명까지 모두 33명이 참여한 연수에 든 예산은 2천500여만 원입니다.

[김해시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7~8월 아니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미리 일정을 잡다 보니까 비가 조금 와도 부득이하게 가게 됐습니다."]

연수 시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연수 첫날인 지난달 17일은 제주에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가 이어진 데다, 문화재청이 고인돌 훼손 혐의로 김해시장을 고발하는 등 김해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된 날이기도 합니다.

의회가 새로 꾸려진 지 석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남의 의회 상당수가 이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성군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제주 연수 일정을 보면 4성급 호텔 숙소에서 두 차례 의정 기본 교육을 빼면, 모두 관광지 방문입니다.

선진 사례 견학 장소는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회와 제주 대표 관광지인 비자림과 우도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로 연수를 다녀온 경남의 시·군의회는 거창, 합천, 창녕, 고성, 진주, 밀양, 양산, 김해, 사천 9곳입니다.

연수 일정은 두세 차례 강의 말고는 모두 선진지 견학 명목의 관광지 방문과 만찬으로 빼다 박은 듯 비슷합니다.

그나마 거제시의회가 관광지 일정 없이 진행했고, 남해군의회는 해저터널 예정지인 여수를 찾았습니다.

나머지 의회 4곳은 서울과 부산, 여수 등으로 관광성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수를 가지 않은 의회는 함양과 산청, 하동 세 곳뿐입니다.

의회들은 하나 같이 연수 목적이 초선 의원 의정 교육과 의원 간 친목 도모라고 말합니다.

[○○군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 가서 배우는 게 가슴도 트이고 하는 부분도 있다 보니까 거기 가서 배우는 걸 원하시더라고요. 새로운 분들이잖아요.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다니면서 하는 화합이라는 게 있어야 하다 보니까..."]

하지만 코로나19와 고물가 여파 속에 주민 고통을 외면한 관광성 연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기본 교육에 굳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느냐는 겁니다.

[배동주/경실련 사무국장 :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광 시간을 제한하는 연수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연수보고서에 대한 평가 틀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경상남도의회는 다음 달 5천만 원의 예산 규모로 제주도 연수를 다녀올 계획입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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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끄러움을 모르는 지방의회]② 배지 달면 제주도로?…벌써 관광성 연수 논란
    • 입력 2022-09-29 19:15:29
    • 수정2022-09-30 10:41:38
    뉴스7(창원)
[앵커]

민선 8기 지방의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발하는 연속기획, 이어갑니다.

신임 지방의회가 꾸려진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경남의 상당수 의회들이 벌써 제주도 등 관광성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코로나19에다 고물가 속에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한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층기획팀, 윤경재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7월 5일 개원한 9대 김해시의회.

취임 두 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박 3일 연수 일정표를 살펴봤습니다.

첫날 오후 2시쯤 숙소인 4성급 호텔에 도착해, '의원이 알아야 할 기본 사항'을 주제로 3시간짜리 강의를 듣습니다.

여장을 풀고 쉬었다가 식당으로 이동해 만찬을 즐깁니다.

둘째 날 일정은 연수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돕니다.

오전에 '의정 실무 강의'를 하나 들은 뒤, 오후부터 지역 사업 사례로 '휴애리공원' 등 관광지 2곳을 찾습니다.

저녁엔 또 만찬이 이어집니다.

마지막 날에도 부패방지교육 같은 인터넷 강의로 들을 수 있는 법정 의무교육을 받은 뒤, 견학 명목으로 관광명소인 '동문시장'을 찾았습니다.

김해시의원 24명과 직원 9명까지 모두 33명이 참여한 연수에 든 예산은 2천500여만 원입니다.

[김해시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7~8월 아니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미리 일정을 잡다 보니까 비가 조금 와도 부득이하게 가게 됐습니다."]

연수 시기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연수 첫날인 지난달 17일은 제주에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가 이어진 데다, 문화재청이 고인돌 훼손 혐의로 김해시장을 고발하는 등 김해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된 날이기도 합니다.

의회가 새로 꾸려진 지 석 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남의 의회 상당수가 이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성군의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달 제주 연수 일정을 보면 4성급 호텔 숙소에서 두 차례 의정 기본 교육을 빼면, 모두 관광지 방문입니다.

선진 사례 견학 장소는 최근 SNS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회와 제주 대표 관광지인 비자림과 우도로 확인됐습니다.

제주도로 연수를 다녀온 경남의 시·군의회는 거창, 합천, 창녕, 고성, 진주, 밀양, 양산, 김해, 사천 9곳입니다.

연수 일정은 두세 차례 강의 말고는 모두 선진지 견학 명목의 관광지 방문과 만찬으로 빼다 박은 듯 비슷합니다.

그나마 거제시의회가 관광지 일정 없이 진행했고, 남해군의회는 해저터널 예정지인 여수를 찾았습니다.

나머지 의회 4곳은 서울과 부산, 여수 등으로 관광성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수를 가지 않은 의회는 함양과 산청, 하동 세 곳뿐입니다.

의회들은 하나 같이 연수 목적이 초선 의원 의정 교육과 의원 간 친목 도모라고 말합니다.

[○○군의회 관계자/음성변조 : "현장 가서 배우는 게 가슴도 트이고 하는 부분도 있다 보니까 거기 가서 배우는 걸 원하시더라고요. 새로운 분들이잖아요.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다니면서 하는 화합이라는 게 있어야 하다 보니까..."]

하지만 코로나19와 고물가 여파 속에 주민 고통을 외면한 관광성 연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한 기본 교육에 굳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야 하느냐는 겁니다.

[배동주/경실련 사무국장 :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되기 때문에 관광 시간을 제한하는 연수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연수보고서에 대한 평가 틀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한편, 경상남도의회는 다음 달 5천만 원의 예산 규모로 제주도 연수를 다녀올 계획입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이하우/그래픽:김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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