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마약 5명 중 4명은 다시 손대…중독 치료는?

입력 2022.10.05 (12:46) 수정 2022.10.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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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에 손을 댄 사람이 한해 5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추산이 나오는데요.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위험국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마약이 일상 곳곳에 숨어들고 있지만, 중독을 막을 치료와 재활 시스템은 미흡합니다.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입니다.

남미 수리남에서 한국 출신 마약왕을 잡기 위한 국정원과 민간인의 활약을 다룹니다.

하지만 마약은 더 이상 영화 속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사범 적발 소식이 들립니다.

울산의 한 캠핑장입니다.

한 남성이 맨발에 윗옷을 다 벗고 비틀거리며 걷다 급기야 길바닥에 눕습니다.

[캠핑장 관리자 : "술 냄새는 안 나. 그런데 눈알이 동태같이 흐려졌더라고. 그러더니 축 가라앉고 그래서 이상하다…."]

비슷한 시각, 캠핑장 입구에선 흰색 SUV 차량이 뒷좌석 문을 연 채 움직이다 인근 도랑에 빠졌습니다.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은 난동을 부리기 전 마약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일부 조직폭력배나 연예인, 유학생 정도만 접했던 마약.

이제는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우리 주변 가까이로 파고들었습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 6천여 명입니다.

재작년엔 1만 8천 명을 넘어 역대 최다란 불명예를 기록했습니다.

2011년엔 1만 명이 채 안 됐으니까 10년 새 2배로 껑충 뛴 겁니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한해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현재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5명 정도 되는데요.

2015년부터 청정국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마약범죄는 그 특성상 사법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비율, '암수율'이 무척 높습니다.

28배로 예측됐는데요.

지난해 검거된 1만 6천 명에 암수율 28을 곱하면 약 46만 명이 실제 마약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국민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 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도움 받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남성은 5년 전 클럽에서 엑스터시를 처음 접한 뒤, 필로폰에까지 빠져들었습니다.

약을 끊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박 모 씨/단약 4개월차/음성변조 : "불안 증세가 오는 거죠, 몸에. 그러면서 사람이 날 쳐다보는 것 같고 도청을 하는 것 같고…."]

중독자 10여 명과 생활하는 재활센터를 찾았는데요.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박 모 씨/단약 4개월차/음성변조 : "학습 훈련을 받으면서 지금은 간절해졌어요, 너무. 마약 끊고 싶다."]

하지만 이런 재활센터, 전국에 3곳뿐입니다.

정부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임상현/경기도다르크/마약중독치유 재활센터 센터장 : "본인들이 40만 원을 내서 (하루) 1만 3천 원 정도를 가지고 밥 세 끼 먹고 여기 집세 내고 아주 빡빡하죠."]

지정 병원이 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지원 예산, 4억 1천만 원인데요.

중독자 70여 명을 한 달가량 치료하면 동나는 수준입니다.

[천영훈/마약중독자 치료 지정병원장 : "(한달에) 500만~6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봐요. 50만 명이 넘는 게 상습 투여자거든요. 거기다 지금 막 늘고 있는 이 추세를 생각한다면 4억 원 예산을 가지고 뭘 하지…."]

지난 10년간 전국 지정병원 21곳에서 2천 명 넘는 환자가 지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이 중 두 곳을 제외하곤 사실상 치료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특히 투약 중단을 시도한 5명 가운데 4명은 3년 안에 또다시 마약에 빠지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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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5 12:46:40
    • 수정2022-10-05 13:06:07
    뉴스 12
[앵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에 손을 댄 사람이 한해 50만 명 가까이 된다는 추산이 나오는데요.

더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닌 마약 위험국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마약이 일상 곳곳에 숨어들고 있지만, 중독을 막을 치료와 재활 시스템은 미흡합니다.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드라마입니다.

남미 수리남에서 한국 출신 마약왕을 잡기 위한 국정원과 민간인의 활약을 다룹니다.

하지만 마약은 더 이상 영화 속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마약 사범 적발 소식이 들립니다.

울산의 한 캠핑장입니다.

한 남성이 맨발에 윗옷을 다 벗고 비틀거리며 걷다 급기야 길바닥에 눕습니다.

[캠핑장 관리자 : "술 냄새는 안 나. 그런데 눈알이 동태같이 흐려졌더라고. 그러더니 축 가라앉고 그래서 이상하다…."]

비슷한 시각, 캠핑장 입구에선 흰색 SUV 차량이 뒷좌석 문을 연 채 움직이다 인근 도랑에 빠졌습니다.

남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들은 난동을 부리기 전 마약을 함께 투약한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일부 조직폭력배나 연예인, 유학생 정도만 접했던 마약.

이제는 평범한 회사원과 주부, 심지어 청소년들까지 우리 주변 가까이로 파고들었습니다.

지난해 마약류 사범, 1만 6천여 명입니다.

재작년엔 1만 8천 명을 넘어 역대 최다란 불명예를 기록했습니다.

2011년엔 1만 명이 채 안 됐으니까 10년 새 2배로 껑충 뛴 겁니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한해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이면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합니다.

한국은 현재 인구 10만 명당 마약류 사범이 25명 정도 되는데요.

2015년부터 청정국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마약범죄는 그 특성상 사법기관에 적발되지 않은 비율, '암수율'이 무척 높습니다.

28배로 예측됐는데요.

지난해 검거된 1만 6천 명에 암수율 28을 곱하면 약 46만 명이 실제 마약범죄를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국민의 약 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 시스템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도움 받을 곳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 남성은 5년 전 클럽에서 엑스터시를 처음 접한 뒤, 필로폰에까지 빠져들었습니다.

약을 끊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박 모 씨/단약 4개월차/음성변조 : "불안 증세가 오는 거죠, 몸에. 그러면서 사람이 날 쳐다보는 것 같고 도청을 하는 것 같고…."]

중독자 10여 명과 생활하는 재활센터를 찾았는데요.

전문가의 치료를 받으며 변화가 생겼습니다.

[박 모 씨/단약 4개월차/음성변조 : "학습 훈련을 받으면서 지금은 간절해졌어요, 너무. 마약 끊고 싶다."]

하지만 이런 재활센터, 전국에 3곳뿐입니다.

정부 지원은 전혀 없습니다.

[임상현/경기도다르크/마약중독치유 재활센터 센터장 : "본인들이 40만 원을 내서 (하루) 1만 3천 원 정도를 가지고 밥 세 끼 먹고 여기 집세 내고 아주 빡빡하죠."]

지정 병원이 있지만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정부가 책정한 지원 예산, 4억 1천만 원인데요.

중독자 70여 명을 한 달가량 치료하면 동나는 수준입니다.

[천영훈/마약중독자 치료 지정병원장 : "(한달에) 500만~600만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봐요. 50만 명이 넘는 게 상습 투여자거든요. 거기다 지금 막 늘고 있는 이 추세를 생각한다면 4억 원 예산을 가지고 뭘 하지…."]

지난 10년간 전국 지정병원 21곳에서 2천 명 넘는 환자가 지원을 받았는데, 지금은 이 중 두 곳을 제외하곤 사실상 치료를 중단한 상태입니다.

특히 투약 중단을 시도한 5명 가운데 4명은 3년 안에 또다시 마약에 빠지는 것으로 분석됐는데요.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다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이인영/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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