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청탁에 골프 접대·태블릿까지…요즘도 이런 공무원이?

입력 2022.10.05 (15:15) 수정 2022.10.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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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이 공사업체로부터 받은 현금다발.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이 공사업체로부터 받은 현금다발.

지난 7월, 경찰이 부산지방국토청 산하 진영국토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6급 공무원 A 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다량의 현금다발이 나왔습니다. 액수는 1,200만 원이었습니다.

은행에 입금할 수도, 집으로 들고 갈 수도 없던 이 돈을 A 씨는 여러 달 동안 트렁크에 보관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적지 않은 그 돈의 출처는 어디였을까요?

현금다발이 발견된 공무원의 차 트렁크.현금다발이 발견된 공무원의 차 트렁크.

경찰이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긴 인원은 모두 10명.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 7명, 나머지 3명은 공사 감리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터널·교량 유지관리 공사 발주업체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달청 입찰로 낙찰업체가 선정되는데, 공사 금액의 30%를 낙찰업체가 챙기고 나머지 70% 금액으로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뇌물은 어떻게 챙겼을까요?

①공무원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낙찰업체에게 소개해 줍니다. 그 대가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②낙찰업체가 공무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 업체를 선정한 경우, 공무원은 불법 하도급을 묵인해 줍니다. 모른 척 준공을 내주고 그 대가로 낙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③드물게 낙찰업체가 공사를 직접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 업체들에는 준공을 차일피일 미룹니다. 업체들이 "설계서에 적힌 부품 수급이 힘들어서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으로 제작했다"라고 설명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 뒤 금품을 요구합니다.


공무원과 감리들이 요구한 금품은 모두 1억 2,000만 원 정도, 실제 받은 금품은 6,500만 원이었습니다.

■ 뇌물 종류도 각양각색…색상과 모델명까지 전달

한 공무원은 터널관리를 하는 용역업체에 자신의 친동생을 취업시켰습니다. 계약 과정에 업체에 전화를 걸어 "동생이 쉬고 있다"며 취업을 요구했습니다. 재계약이 절실한 업체들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요구였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들은 태블릿과 노트북, 아이패드와 에어팟 등의 전자기기를 받았습니다. SNS를 통해 모델명과 색상을 특정해 보내주면, 업체들이 해당 모델을 주문해 택배로 보냈습니다.

실무를 담당하지 않았던 간부급 공무원은 업체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습니다. 일부는 유흥 접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소된 공무원들은 현재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입니다. 징계위원회는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 불법 하도급 관행 근절 대책은?

지난 7월, 산하기관 공무원이 구속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휴가를 중단하고 경남 김해로 왔습니다. 원 장관은 5개 국토관리청장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고 "공직 부패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남 김해에서 주관한 국토관리청장 긴급회의.지난 7월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남 김해에서 주관한 국토관리청장 긴급회의.

두 달여가 지났습니다. 비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는 국토교통부 공정건설추진팀입니다.

해당 부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불법 하도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참사'를 계기로 추진되어 온 것들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마련된 개선안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터널이나 교량의 유지보수 관리 과정에서의 불법 하도급을 막으려면 건설산업기본법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소방시설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기계설비법,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등에 대한 개정과 함께 국가시설물 발주 공사에 관한 법률의 정비 등을 담은 제도 개선 요청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했습니다.

[연관 기사] ‘하청업체 알선 뇌물·부실 묵인’ 공무원 등 91명 적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7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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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 청탁에 골프 접대·태블릿까지…요즘도 이런 공무원이?
    • 입력 2022-10-05 15:15:49
    • 수정2022-10-05 16:32:09
    취재K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공무원이 공사업체로부터 받은 현금다발.
지난 7월, 경찰이 부산지방국토청 산하 진영국토관리사무소를 압수수색했습니다. 6급 공무원 A 씨의 승용차 트렁크에서 다량의 현금다발이 나왔습니다. 액수는 1,200만 원이었습니다.

은행에 입금할 수도, 집으로 들고 갈 수도 없던 이 돈을 A 씨는 여러 달 동안 트렁크에 보관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적지 않은 그 돈의 출처는 어디였을까요?

현금다발이 발견된 공무원의 차 트렁크.
경찰이 뇌물수수와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넘긴 인원은 모두 10명.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공무원 7명, 나머지 3명은 공사 감리입니다.

경찰은 이들이 터널·교량 유지관리 공사 발주업체로부터 '불법 하도급'을 묵인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달청 입찰로 낙찰업체가 선정되는데, 공사 금액의 30%를 낙찰업체가 챙기고 나머지 70% 금액으로 하도급 업체가 공사를 수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뇌물은 어떻게 챙겼을까요?

①공무원이 하도급 업체를 선정해 낙찰업체에게 소개해 줍니다. 그 대가로 하도급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②낙찰업체가 공무원을 거치지 않고 직접 하도급 업체를 선정한 경우, 공무원은 불법 하도급을 묵인해 줍니다. 모른 척 준공을 내주고 그 대가로 낙찰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습니다.
③드물게 낙찰업체가 공사를 직접 수행하기도 합니다. 그런 업체들에는 준공을 차일피일 미룹니다. 업체들이 "설계서에 적힌 부품 수급이 힘들어서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으로 제작했다"라고 설명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그런 뒤 금품을 요구합니다.


공무원과 감리들이 요구한 금품은 모두 1억 2,000만 원 정도, 실제 받은 금품은 6,500만 원이었습니다.

■ 뇌물 종류도 각양각색…색상과 모델명까지 전달

한 공무원은 터널관리를 하는 용역업체에 자신의 친동생을 취업시켰습니다. 계약 과정에 업체에 전화를 걸어 "동생이 쉬고 있다"며 취업을 요구했습니다. 재계약이 절실한 업체들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요구였습니다.

또 다른 공무원들은 태블릿과 노트북, 아이패드와 에어팟 등의 전자기기를 받았습니다. SNS를 통해 모델명과 색상을 특정해 보내주면, 업체들이 해당 모델을 주문해 택배로 보냈습니다.

실무를 담당하지 않았던 간부급 공무원은 업체들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습니다. 일부는 유흥 접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소된 공무원들은 현재 모두 직위해제된 상태입니다. 징계위원회는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 징계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 불법 하도급 관행 근절 대책은?

지난 7월, 산하기관 공무원이 구속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휴가를 중단하고 경남 김해로 왔습니다. 원 장관은 5개 국토관리청장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고 "공직 부패행위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7월 27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남 김해에서 주관한 국토관리청장 긴급회의.
두 달여가 지났습니다. 비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담당하는 핵심 부서는 국토교통부 공정건설추진팀입니다.

해당 부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불법 하도급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참사'를 계기로 추진되어 온 것들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마련된 개선안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사건처럼 터널이나 교량의 유지보수 관리 과정에서의 불법 하도급을 막으려면 건설산업기본법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소방시설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기계설비법,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등에 대한 개정과 함께 국가시설물 발주 공사에 관한 법률의 정비 등을 담은 제도 개선 요청 공문을 국토부에 발송했습니다.

[연관 기사] ‘하청업체 알선 뇌물·부실 묵인’ 공무원 등 91명 적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7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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