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사과’ vs ‘알잘딱깔센’…우리는 소통하고 있나요?
입력 2022.10.09 (21:15)
수정 2022.10.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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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9일)은 제 576돌 한글날이죠.
얼마 전,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 말이 꽤나 논란이 됐습니다.
깊고 간절하게 사과한다는 뜻인데, SNS에 올라온 이 사과문 밑에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심심하다'를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겠죠.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한 조사에서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100점 만점에 60~70점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들이 생겨나면서 어쩌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언어, 그렇다면 세대 간 소통 단절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심심한 사과', '사흘', '무료하다' 등의 뜻을 물었습니다.
["나는 사흘간을 4일이라고 생각했다, 손!"]
한 학급의 절반 정도가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연희석/초등학교 6학년 : "(왜 공짜라고 썼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무료가 공짜니까..."]
[김예원/초등학교 6학년 : "(심심한 사과를) 처음에는 약간 부족한 사과라고 생각했는데. 심심하다가 약간 부족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 가지고..."]
중학생들은 어떨까요?
[김서혜/중학교 3학년 : "(심심한 뜻) 잘 모르겠어요. (추측하기에 이런 뜻일 거 같다?) 마음을 담아서."]
한자어는 다소 헷갈려했지만...
["이번 숙제 딱 알잘딱깔센하게 끝내는 거야."]
신조어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권세현/중학교 3학년 : "(무슨 뜻이에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문자할 때는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쓰는 이 신조어, 이번엔 어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표준어 뜻풀이는 막힘이 없는데, 신조어 앞에선 역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방송에서 한 번 들은 거 같은데... 근데 뭔지 몰라..."]
[최낙임/서울 노원구 : "외국어 같아요. (어떤 뜻인 거 같으세요?) 전혀 모르겠어요."]
신조어를 배우려고 애쓴다는 성인들도 있었습니다.
[최나은/서울 성동구 : "요즘은 그냥 10대들이 많이 쓰고, 우리가 배우는 느낌으로 쓰고..."]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무수히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기성 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
걱정 어린 시선도 있고, 꼭 그럴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관규/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그들 나름대로의 어떤 또래의식 그런 거 하고. 젊은이로서의 새로운 것을 동경하기도 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하고. 실현하는 어떤 그런 것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와 '알잘딱깔센'.
이 말들 사이의 간극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기성 세대도, 어린 시절엔 '그들만의 언어'를 썼습니다.
[윤성현/중학교 3학년 : "어른들도 옛날에는 '하이' 이런 거 초성만 썼잖아요. 그런 거처럼 나쁘게 보시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아요."]
비난보다는 관심, 외면보다는 경청.
중요한 건 세대 간에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겁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송혜성/영상편집:여동용
오늘(9일)은 제 576돌 한글날이죠.
얼마 전,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 말이 꽤나 논란이 됐습니다.
깊고 간절하게 사과한다는 뜻인데, SNS에 올라온 이 사과문 밑에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심심하다'를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겠죠.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한 조사에서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100점 만점에 60~70점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들이 생겨나면서 어쩌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언어, 그렇다면 세대 간 소통 단절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심심한 사과', '사흘', '무료하다' 등의 뜻을 물었습니다.
["나는 사흘간을 4일이라고 생각했다, 손!"]
한 학급의 절반 정도가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연희석/초등학교 6학년 : "(왜 공짜라고 썼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무료가 공짜니까..."]
[김예원/초등학교 6학년 : "(심심한 사과를) 처음에는 약간 부족한 사과라고 생각했는데. 심심하다가 약간 부족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 가지고..."]
중학생들은 어떨까요?
[김서혜/중학교 3학년 : "(심심한 뜻) 잘 모르겠어요. (추측하기에 이런 뜻일 거 같다?) 마음을 담아서."]
한자어는 다소 헷갈려했지만...
["이번 숙제 딱 알잘딱깔센하게 끝내는 거야."]
신조어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권세현/중학교 3학년 : "(무슨 뜻이에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문자할 때는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쓰는 이 신조어, 이번엔 어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표준어 뜻풀이는 막힘이 없는데, 신조어 앞에선 역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방송에서 한 번 들은 거 같은데... 근데 뭔지 몰라..."]
[최낙임/서울 노원구 : "외국어 같아요. (어떤 뜻인 거 같으세요?) 전혀 모르겠어요."]
신조어를 배우려고 애쓴다는 성인들도 있었습니다.
[최나은/서울 성동구 : "요즘은 그냥 10대들이 많이 쓰고, 우리가 배우는 느낌으로 쓰고..."]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무수히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기성 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
걱정 어린 시선도 있고, 꼭 그럴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관규/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그들 나름대로의 어떤 또래의식 그런 거 하고. 젊은이로서의 새로운 것을 동경하기도 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하고. 실현하는 어떤 그런 것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와 '알잘딱깔센'.
이 말들 사이의 간극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기성 세대도, 어린 시절엔 '그들만의 언어'를 썼습니다.
[윤성현/중학교 3학년 : "어른들도 옛날에는 '하이' 이런 거 초성만 썼잖아요. 그런 거처럼 나쁘게 보시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아요."]
비난보다는 관심, 외면보다는 경청.
중요한 건 세대 간에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겁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송혜성/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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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일)은 제 576돌 한글날이죠.
얼마 전,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 말이 꽤나 논란이 됐습니다.
깊고 간절하게 사과한다는 뜻인데, SNS에 올라온 이 사과문 밑에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심심하다'를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겠죠.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한 조사에서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100점 만점에 60~70점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들이 생겨나면서 어쩌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언어, 그렇다면 세대 간 소통 단절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심심한 사과', '사흘', '무료하다' 등의 뜻을 물었습니다.
["나는 사흘간을 4일이라고 생각했다, 손!"]
한 학급의 절반 정도가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연희석/초등학교 6학년 : "(왜 공짜라고 썼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무료가 공짜니까..."]
[김예원/초등학교 6학년 : "(심심한 사과를) 처음에는 약간 부족한 사과라고 생각했는데. 심심하다가 약간 부족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 가지고..."]
중학생들은 어떨까요?
[김서혜/중학교 3학년 : "(심심한 뜻) 잘 모르겠어요. (추측하기에 이런 뜻일 거 같다?) 마음을 담아서."]
한자어는 다소 헷갈려했지만...
["이번 숙제 딱 알잘딱깔센하게 끝내는 거야."]
신조어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권세현/중학교 3학년 : "(무슨 뜻이에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문자할 때는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쓰는 이 신조어, 이번엔 어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표준어 뜻풀이는 막힘이 없는데, 신조어 앞에선 역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방송에서 한 번 들은 거 같은데... 근데 뭔지 몰라..."]
[최낙임/서울 노원구 : "외국어 같아요. (어떤 뜻인 거 같으세요?) 전혀 모르겠어요."]
신조어를 배우려고 애쓴다는 성인들도 있었습니다.
[최나은/서울 성동구 : "요즘은 그냥 10대들이 많이 쓰고, 우리가 배우는 느낌으로 쓰고..."]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무수히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기성 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
걱정 어린 시선도 있고, 꼭 그럴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관규/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그들 나름대로의 어떤 또래의식 그런 거 하고. 젊은이로서의 새로운 것을 동경하기도 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하고. 실현하는 어떤 그런 것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와 '알잘딱깔센'.
이 말들 사이의 간극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기성 세대도, 어린 시절엔 '그들만의 언어'를 썼습니다.
[윤성현/중학교 3학년 : "어른들도 옛날에는 '하이' 이런 거 초성만 썼잖아요. 그런 거처럼 나쁘게 보시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아요."]
비난보다는 관심, 외면보다는 경청.
중요한 건 세대 간에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겁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송혜성/영상편집:여동용
오늘(9일)은 제 576돌 한글날이죠.
얼마 전,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 말이 꽤나 논란이 됐습니다.
깊고 간절하게 사과한다는 뜻인데, SNS에 올라온 이 사과문 밑에는 "하나도 안 심심하다", 이런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심심하다'를 '재미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거겠죠.
곧바로 젊은 세대의 '문해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는데요.
한 조사에서 교사들은 요즘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을, 100점 만점에 60~70점 정도로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신조어들이 생겨나면서 어쩌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언어의 틀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대와 사회에 따라 계속 변해가는 언어, 그렇다면 세대 간 소통 단절을 막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해야 할까요?
이예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생들에게, '심심한 사과', '사흘', '무료하다' 등의 뜻을 물었습니다.
["나는 사흘간을 4일이라고 생각했다, 손!"]
한 학급의 절반 정도가 뜻을 정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연희석/초등학교 6학년 : "(왜 공짜라고 썼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요?) 무료가 공짜니까..."]
[김예원/초등학교 6학년 : "(심심한 사과를) 처음에는 약간 부족한 사과라고 생각했는데. 심심하다가 약간 부족하다는 뜻으로 알고 있어 가지고..."]
중학생들은 어떨까요?
[김서혜/중학교 3학년 : "(심심한 뜻) 잘 모르겠어요. (추측하기에 이런 뜻일 거 같다?) 마음을 담아서."]
한자어는 다소 헷갈려했지만...
["이번 숙제 딱 알잘딱깔센하게 끝내는 거야."]
신조어에는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권세현/중학교 3학년 : "(무슨 뜻이에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게 센스있게. 문자할 때는 많이 쓰는 거 같아요."]
아이들이 쓰는 이 신조어, 이번엔 어른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표준어 뜻풀이는 막힘이 없는데, 신조어 앞에선 역시, 답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방송에서 한 번 들은 거 같은데... 근데 뭔지 몰라..."]
[최낙임/서울 노원구 : "외국어 같아요. (어떤 뜻인 거 같으세요?) 전혀 모르겠어요."]
신조어를 배우려고 애쓴다는 성인들도 있었습니다.
[최나은/서울 성동구 : "요즘은 그냥 10대들이 많이 쓰고, 우리가 배우는 느낌으로 쓰고..."]
청소년과 젊은 세대는 무수히 많은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기성 세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상황.
걱정 어린 시선도 있고, 꼭 그럴 일만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관규/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 "그들 나름대로의 어떤 또래의식 그런 거 하고. 젊은이로서의 새로운 것을 동경하기도 하고. 실천에 옮기기도 하고. 실현하는 어떤 그런 것으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와 '알잘딱깔센'.
이 말들 사이의 간극이 커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기성 세대도, 어린 시절엔 '그들만의 언어'를 썼습니다.
[윤성현/중학교 3학년 : "어른들도 옛날에는 '하이' 이런 거 초성만 썼잖아요. 그런 거처럼 나쁘게 보시지 않았으면 좋을 거 같아요."]
비난보다는 관심, 외면보다는 경청.
중요한 건 세대 간에 '단절'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일 겁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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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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