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추비]① 몰아쓰고 선결제까지? 구청장들의 마지막 한 달 ‘대해부’

입력 2022.10.11 (07:01) 수정 2022.10.14 (07: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추진사업 및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비용."
행정안전부 규칙에 나와 있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의입니다. 과연 그 뜻에 맞게 잘 쓰이고 있을까요? KBS가 민선 7기 서울 구청장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중심으로 집중 취재했습니다. 오늘부터 닷새간 연속보도합니다.


■ 왜, 마지막 한 달인가?

2022년 7월 1일, 닻을 올린 민선 8기가 8일 출범 100일을 맞았습니다. 민선 8기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말처럼 취재진은 민선 7기에서 과제와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만희 의원실에서 민선 7기 서울 25개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입수해 6·1 지방선거 이후 도덕적 해이가 가장 우려되는 임기 마지막 한 달을 집중 분석해본건데요.

민선 7기 서울 구청장들이 업무추진비를 목적에 맞게 잘 썼는지, 시민 세금을 무분별하게 쓴 건 아닌지 확인해봤습니다. 또 이를 토대로 제도적인 허점과 개선책도 살펴봤습니다.

■ 곰탕집에서 220만 원, 쪼개기 선결제?

취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의 한 곰탕집을 찾았습니다. 곰탕 한 그릇은 9천 원에서 1만 1천 원 사이였고, 테이블도 7~8개로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동네 맛집으로 알려졌는데, 들어가자마자 식당 입구에 유명 인사들이 쓴 사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에는 6·1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서양호 전 서울 중구청장이 쓴 사인도 있었는데요.

식당 관계자도 서 전 구청장이 단골손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양호 님 전 중구청장이시잖아요. 되게 단골이세요. 정말 자주 오세요."

그런데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해보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서 전 구청장은 임기 마지막 달인 6월 이곳에서 구정 현안사항과 시책사항 관련 협의 등 목적으로 6차례 결제했는데, 결제금액이 30만 원씩 2번, 40만 원씩 4번으로 똑 떨어지는 겁니다.


선결제가 의심되는 정황인데, 식당 관계자 역시 선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서 전 구청장은 실무자가 대신 결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양호 전 중구청장
제가 결제를 하는 게 아니라 수행하는 비서가 있으면 그때하고 비서가 없으면 다음 날 가거나 하루 이틀 이따 가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고요. 주인이 좀 뒷자리를 감안해, 이것 말고도 통상적으로 보면 우수리가 있으면 이렇게 감해 주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건지 아닌지 제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이후 취재진의 추가 확인 요구에 서 전 구청장은 이미 퇴직을 했고 중구청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확인이 안 된다며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구청 관계자 역시 구청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쓰는 부서들이 많아서 누가 결제했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식당 한 곳에서 4년간 8,500만 원 몰아 쓰기

이날 저녁엔 서울 강서구의 한 고깃집에 갔습니다. 한우 1인분은 4만 원이 넘었는데요.


식당 점원은 " 구청장님도 자주 오신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은 정말 사실이었습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6·1 지방선거에 불출마한 노현송 전 서울 강서구청장.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보니 임기 마지막 달인 지난 6월 동안 8차례 방문해 4백만 원 넘게 썼습니다.

4년 임기를 모두 확인했더니 무려 370차례 8천 5백여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업무추진비의 41%를 식당 한 곳에서 몰아 쓴 건데,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번 결제된 경우도 28번이나 됐습니다.

강서구청 관계자
"방이 있다 보니까 다른 사람하고 접촉을 안 하시는 걸 되게 편하게 생각하시고. 거기서 많이 하신건 맞아요. 저희도 왜 그렇게 가느냐고 했더니 음식이 입에 맞으시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노 전 구청장은 단체석이 있어서 자주 갔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노현송 전 강서구청장
"한꺼번에 직원들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데가 그렇게 큰방이 없어요. 거기는 큰방이 있어서 직원들 20여 명 격려하고 식사할 때 거기가 적절해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해서 실무부서에서 확인해서 거기를 이용한 것이거든요."

식당과의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 전 구청장은 식당 대표는 지역 경제 단체 임원으로 '공인'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현행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업무추진비 규칙에는 특정 업체에 업무추진비를 몰아 쓰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규정 강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어디 식당을 이렇게 가지 말라 그런 것을 적용할 수도 없고요. 자치단체의 지역 상황에 따라서 어떤 자치단체는 이용하는 식당이 멀 수도 있고, 효율성 때문에 가까운 식당을 갈 수도 있는 거고 저희가 이런 것에 대해서 잘못됐다 한 군데만 가지 말라 이렇게 적용하기는 상당히 곤란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휴일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짚어봅니다. 휴일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고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사유 등을 담은 증빙 서류를 낼 때만 사용이 가능한데요. 잘 지켜지고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업추비]① 몰아쓰고 선결제까지? 구청장들의 마지막 한 달 ‘대해부’
    • 입력 2022-10-11 07:01:08
    • 수정2022-10-14 07:08:27
    취재K
"지방자치단체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 지방자치단체가 시행하는 행사, 시책추진사업 및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비용." <br />행정안전부 규칙에 나와 있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정의입니다. 과연 그 뜻에 맞게 잘 쓰이고 있을까요? KBS가 민선 7기 서울 구청장들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중심으로 집중 취재했습니다. 오늘부터 닷새간 연속보도합니다.<br />

■ 왜, 마지막 한 달인가?

2022년 7월 1일, 닻을 올린 민선 8기가 8일 출범 100일을 맞았습니다. 민선 8기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요?

'과거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는 말처럼 취재진은 민선 7기에서 과제와 해답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만희 의원실에서 민선 7기 서울 25개 구청장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입수해 6·1 지방선거 이후 도덕적 해이가 가장 우려되는 임기 마지막 한 달을 집중 분석해본건데요.

민선 7기 서울 구청장들이 업무추진비를 목적에 맞게 잘 썼는지, 시민 세금을 무분별하게 쓴 건 아닌지 확인해봤습니다. 또 이를 토대로 제도적인 허점과 개선책도 살펴봤습니다.

■ 곰탕집에서 220만 원, 쪼개기 선결제?

취재진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의 한 곰탕집을 찾았습니다. 곰탕 한 그릇은 9천 원에서 1만 1천 원 사이였고, 테이블도 7~8개로 그리 크지 않았는데요.

TV에도 여러 차례 소개될 정도로 동네 맛집으로 알려졌는데, 들어가자마자 식당 입구에 유명 인사들이 쓴 사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중에는 6·1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서양호 전 서울 중구청장이 쓴 사인도 있었는데요.

식당 관계자도 서 전 구청장이 단골손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양호 님 전 중구청장이시잖아요. 되게 단골이세요. 정말 자주 오세요."

그런데 업무추진비 내역을 분석해보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습니다.

서 전 구청장은 임기 마지막 달인 6월 이곳에서 구정 현안사항과 시책사항 관련 협의 등 목적으로 6차례 결제했는데, 결제금액이 30만 원씩 2번, 40만 원씩 4번으로 똑 떨어지는 겁니다.


선결제가 의심되는 정황인데, 식당 관계자 역시 선결제가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서 전 구청장은 실무자가 대신 결제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양호 전 중구청장
제가 결제를 하는 게 아니라 수행하는 비서가 있으면 그때하고 비서가 없으면 다음 날 가거나 하루 이틀 이따 가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고요. 주인이 좀 뒷자리를 감안해, 이것 말고도 통상적으로 보면 우수리가 있으면 이렇게 감해 주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건지 아닌지 제가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이후 취재진의 추가 확인 요구에 서 전 구청장은 이미 퇴직을 했고 중구청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확인이 안 된다며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습니다.

중구청 관계자 역시 구청장 업무추진비 카드를 쓰는 부서들이 많아서 누가 결제했는지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식당 한 곳에서 4년간 8,500만 원 몰아 쓰기

이날 저녁엔 서울 강서구의 한 고깃집에 갔습니다. 한우 1인분은 4만 원이 넘었는데요.


식당 점원은 " 구청장님도 자주 오신다"고 말했는데요. 이 말은 정말 사실이었습니다.

3선 연임 제한으로 6·1 지방선거에 불출마한 노현송 전 서울 강서구청장.


업무추진비 내역을 살펴보니 임기 마지막 달인 지난 6월 동안 8차례 방문해 4백만 원 넘게 썼습니다.

4년 임기를 모두 확인했더니 무려 370차례 8천 5백여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전체 업무추진비의 41%를 식당 한 곳에서 몰아 쓴 건데, 하루에 점심, 저녁 두 번 결제된 경우도 28번이나 됐습니다.

강서구청 관계자
"방이 있다 보니까 다른 사람하고 접촉을 안 하시는 걸 되게 편하게 생각하시고. 거기서 많이 하신건 맞아요. 저희도 왜 그렇게 가느냐고 했더니 음식이 입에 맞으시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노 전 구청장은 단체석이 있어서 자주 갔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노현송 전 강서구청장
"한꺼번에 직원들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데가 그렇게 큰방이 없어요. 거기는 큰방이 있어서 직원들 20여 명 격려하고 식사할 때 거기가 적절해서 여러 가지 검토를 해서 실무부서에서 확인해서 거기를 이용한 것이거든요."

식당과의 사적인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노 전 구청장은 식당 대표는 지역 경제 단체 임원으로 '공인'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현행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업무추진비 규칙에는 특정 업체에 업무추진비를 몰아 쓰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은 없습니다.

행안부는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만큼 규정 강화에는 신중한 입장입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
"어디 식당을 이렇게 가지 말라 그런 것을 적용할 수도 없고요. 자치단체의 지역 상황에 따라서 어떤 자치단체는 이용하는 식당이 멀 수도 있고, 효율성 때문에 가까운 식당을 갈 수도 있는 거고 저희가 이런 것에 대해서 잘못됐다 한 군데만 가지 말라 이렇게 적용하기는 상당히 곤란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휴일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짚어봅니다. 휴일에는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쓸 수 없고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사유 등을 담은 증빙 서류를 낼 때만 사용이 가능한데요. 잘 지켜지고 있는지 따져보겠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