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가족 돈 횡령해도 무죄?…‘친족상도례’ 개정되나

입력 2022.10.12 (12:44) 수정 2022.10.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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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족상 도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가족 간에 일어난 절도나 횡령 등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특례조항인데요.

최근 방송인 박수홍 씨 가족의 분쟁을 계기로, 이번에 다시금 존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가족 간 경제범죄 문제, 홍화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태어날 때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가족입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옛말도 있고요.

어버이날, 부부의 날, 가정의 달 같이, 가족 구성원을 기념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가족은 그 의미가 큰데요.

그런데 최근 한 방송인 가족의 가정사가 화제가 되며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인 박수홍 씨가 들것에 실린 채 구급차로 옮겨집니다.

형의 출연료 횡령과 관련해 검찰에서 대질조사를 받으려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겁니다.

박수홍 씨의 아버지는, 재산을 가로챈 건 형이 아니라 아버지인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족상도례'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친족상도례란, 형법에서 부모-자식 등 친족간에 저지른 절도나 사기 등의 재산 범죄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는다는 조항입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법이 정한 범위 밖의 가족은 고소할 때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박수홍씨 형에게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었을까요?

형이 소속사 법인 돈을 무단 사용한 부분은 회사가 피해자라서 친족상도례 적용이 안 됐습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개인 계좌에서 뽑아간 돈에 대해서는 박수홍 씨가 고소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비슷한 사례,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창원에선 딸이 어머니를 속이고 1억 원을 가로채 고소당했는데요.

친족상도례로 사기죄 적용은 어렵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2019년 광주에선 장롱 속에 숨겨둔 아내 돈 2,600만 원이 사라졌습니다.

알고보니 남편이 훔쳤는데, 역시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처벌을 면했습니다.

이런 친족 간 경제범죄, 매년 8백 건 정도 일어납니다.

죄를 짓고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제기돼 왔는데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개정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한동훈/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지난 6일 : "(한번 적극적으로 개정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검토를 해봤습니다.) 지금 사회에서는 예전의 사회 개념은 그대로 적용되는 게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범죄도 적지 않은데, 처벌을 면하려고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성만/더불어민주당 의원/'친족상도례' 개정안 발의 :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애우들이 재산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 친족이라는 것을 활용해서 재산상으로 피해를 주는 사실이 다수 있었고…."]

반면, 공권력이 지나치게 가정사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져선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을 '합헌'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면책 범위를 줄이자는 법 개정안은 두 차례 무산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국회에도 법안 3건이 계류 중입니다.

가족이란 이유로 무조건 형을 면제하는 대신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등으로 바꾸자는 절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1953년 도입된 친족상도례, 세월이 70년 가까이 흐른 만큼 변화된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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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가족 돈 횡령해도 무죄?…‘친족상도례’ 개정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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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10-12 1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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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족상 도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가족 간에 일어난 절도나 횡령 등의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상 특례조항인데요.

최근 방송인 박수홍 씨 가족의 분쟁을 계기로, 이번에 다시금 존폐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가족 간 경제범죄 문제, 홍화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태어날 때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결혼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 가족입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죠.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옛말도 있고요.

어버이날, 부부의 날, 가정의 달 같이, 가족 구성원을 기념하는 날이 있을 정도로 가족은 그 의미가 큰데요.

그런데 최근 한 방송인 가족의 가정사가 화제가 되며 '가족이 남보다 못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방송인 박수홍 씨가 들것에 실린 채 구급차로 옮겨집니다.

형의 출연료 횡령과 관련해 검찰에서 대질조사를 받으려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한 겁니다.

박수홍 씨의 아버지는, 재산을 가로챈 건 형이 아니라 아버지인 자신이라고 주장하며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친족상도례'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친족상도례란, 형법에서 부모-자식 등 친족간에 저지른 절도나 사기 등의 재산 범죄에 대해선 죄를 묻지 않는다는 조항입니다.

직계혈족이나 배우자 등 법이 정한 범위 밖의 가족은 고소할 때만 처벌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박수홍씨 형에게는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었을까요?

형이 소속사 법인 돈을 무단 사용한 부분은 회사가 피해자라서 친족상도례 적용이 안 됐습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기 때문이죠.

다만 개인 계좌에서 뽑아간 돈에 대해서는 박수홍 씨가 고소해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비슷한 사례,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5월 창원에선 딸이 어머니를 속이고 1억 원을 가로채 고소당했는데요.

친족상도례로 사기죄 적용은 어렵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만 적용됐습니다.

2019년 광주에선 장롱 속에 숨겨둔 아내 돈 2,600만 원이 사라졌습니다.

알고보니 남편이 훔쳤는데, 역시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처벌을 면했습니다.

이런 친족 간 경제범죄, 매년 8백 건 정도 일어납니다.

죄를 짓고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한다는 점에서 그동안 꾸준히 논란이 제기돼 왔는데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개정 필요성이 언급됐습니다.

[한동훈/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지난 6일 : "(한번 적극적으로 개정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검토를 해봤습니다.) 지금 사회에서는 예전의 사회 개념은 그대로 적용되는 게 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다분히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범죄도 적지 않은데, 처벌을 면하려고 친족상도례를 악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성만/더불어민주당 의원/'친족상도례' 개정안 발의 :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애우들이 재산권을 갖고 있는 경우에 친족이라는 것을 활용해서 재산상으로 피해를 주는 사실이 다수 있었고…."]

반면, 공권력이 지나치게 가정사에 개입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져선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을 '합헌'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렇게 찬반 양론이 맞서면서 면책 범위를 줄이자는 법 개정안은 두 차례 무산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국회에도 법안 3건이 계류 중입니다.

가족이란 이유로 무조건 형을 면제하는 대신 피해자의 의사를 반영한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 등으로 바꾸자는 절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1953년 도입된 친족상도례, 세월이 70년 가까이 흐른 만큼 변화된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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