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서 이기면 보내준다” 가혹한 10대들…징계는 고작 ‘출석정지’

입력 2022.10.17 (06:35) 수정 2022.10.17 (06: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중학생들이 친구들에게 강제로 싸움을 시키고, 수십 차례 뺨을 때리는 등 가혹한 폭행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큰 충격에 병원 치료까지 받았는데, 교육 당국의 후속 조치는 이번에도 허술해 보입니다.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상가 건물.

어두컴컴한 곳에서 누군가 싸움을 부추깁니다.

[음성변조 : "야 뭐해, 때리라고. 때려. 일어나."]

못 일어나는 학생을 심하게 다그칩니다.

[음성변조 : "뭐해? 일어나라고 XX. 때려 발차기 날리라고."]

싸움을 머뭇거리자 폭행과 욕설이 이어졌는데, 싸움을 강요한 쪽, 강요당한 쪽 모두, 중학교 3학년 동급생들이었습니다.

괴롭힘은 이날 4시간 넘게 지속 됐고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저희가) 계속 시간을 끄니까 차라리 그냥 너희 둘이 싸워서 이긴 사람은 보내줄게."]

폭행이 벌어진 현장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CCTV가 없는 건물 내 계단으로 피해 학생을 불렀습니다.

더욱이 늦은 시각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쉽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폭행은 이틀 뒤에도 되풀이됐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음성변조 : "(사건 이후 등교를 못 하다) 추석 끝나고 학교 가는 날 제가 데리고 갔거든요. 애들(가해학생)이 찾아와서 나와봐라 (위협하는데) 불안해서 학교 가기가 힘들다고 해서..."]

그렇게 한 달 넘게 학교를 못 갔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가해 학생은 3명,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는 출석정지 5일에서 10일, 징계를 내렸습니다.

'가해 학생 조치 기준'에 따라 폭력의 심각성과 고의성 등을 따져 10점에서 12점이 나왔고, 전학, 학급교체 다음으로 무거운 '출석정지' 조치를 내렸단 겁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 중 2명은 이미 1년째 학교에 안 나오는 상황.

그들에게는 사실상 처벌이 아닌 셈입니다.

[피해 학생 부모/음성변조 : "(이런 조치로) 걔가 중심이 돼서 다른 애들도 그쪽에 모여서 자꾸 그런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해자는 웃고 활보하고 피해자는 숨어있고... 그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폭행과 갈취 혐의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피해 학생은 언제든 학교 주변에서 가해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고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싸워서 이기면 보내준다” 가혹한 10대들…징계는 고작 ‘출석정지’
    • 입력 2022-10-17 06:35:05
    • 수정2022-10-17 06:42:11
    뉴스광장 1부
[앵커]

중학생들이 친구들에게 강제로 싸움을 시키고, 수십 차례 뺨을 때리는 등 가혹한 폭행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은 큰 충격에 병원 치료까지 받았는데, 교육 당국의 후속 조치는 이번에도 허술해 보입니다.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상가 건물.

어두컴컴한 곳에서 누군가 싸움을 부추깁니다.

[음성변조 : "야 뭐해, 때리라고. 때려. 일어나."]

못 일어나는 학생을 심하게 다그칩니다.

[음성변조 : "뭐해? 일어나라고 XX. 때려 발차기 날리라고."]

싸움을 머뭇거리자 폭행과 욕설이 이어졌는데, 싸움을 강요한 쪽, 강요당한 쪽 모두, 중학교 3학년 동급생들이었습니다.

괴롭힘은 이날 4시간 넘게 지속 됐고 그 과정에서 휴대전화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피해 학생/음성변조 : "(저희가) 계속 시간을 끄니까 차라리 그냥 너희 둘이 싸워서 이긴 사람은 보내줄게."]

폭행이 벌어진 현장입니다.

가해 학생들은 CCTV가 없는 건물 내 계단으로 피해 학생을 불렀습니다.

더욱이 늦은 시각에 벌어진 사건이어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쉽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폭행은 이틀 뒤에도 되풀이됐습니다.

[피해 학생 부모/음성변조 : "(사건 이후 등교를 못 하다) 추석 끝나고 학교 가는 날 제가 데리고 갔거든요. 애들(가해학생)이 찾아와서 나와봐라 (위협하는데) 불안해서 학교 가기가 힘들다고 해서..."]

그렇게 한 달 넘게 학교를 못 갔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가해 학생은 3명, 교육청 학교폭력심의위는 출석정지 5일에서 10일, 징계를 내렸습니다.

'가해 학생 조치 기준'에 따라 폭력의 심각성과 고의성 등을 따져 10점에서 12점이 나왔고, 전학, 학급교체 다음으로 무거운 '출석정지' 조치를 내렸단 겁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 중 2명은 이미 1년째 학교에 안 나오는 상황.

그들에게는 사실상 처벌이 아닌 셈입니다.

[피해 학생 부모/음성변조 : "(이런 조치로) 걔가 중심이 돼서 다른 애들도 그쪽에 모여서 자꾸 그런 상황이 재발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가해자는 웃고 활보하고 피해자는 숨어있고... 그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폭행과 갈취 혐의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피해 학생은 언제든 학교 주변에서 가해 학생을 만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영상편집:위강해/그래픽:고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