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의사 못 구하는 지방의료원…공공의료 붕괴 우려

입력 2022.10.26 (07:37) 수정 2022.10.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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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까이 병원이 없어 그나마 기댔던 공공의료원마저 의사가 부족해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이대로 가다간, 지방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남원의료원입니다.

지리적으로 전남, 경남과도 맞닿아 3개 도를 아우르는 내륙 산악권 거점 병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명이 일하던 산부인과 의사는 두 달 전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번갈아 해오던 일을 의사 1명이 맡아 24시간 분만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남원의료원 이용자 : "다른 지역으로 가죠. 보통. 거의 다른 지역으로 많이 가요 엄마들이. 휴일이면 무조건 전주나 광주 이런 데로 가죠."]

올해 초에는 한 명뿐인 내분비내과 의사가 병원을 그만뒀고, 지난달에는 재활의학과 의사가 전주의 큰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필요한 진료 과목들이지만, 채용 공고를 내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어 몇 달째 진료실을 비워두고 있습니다.

[남원의료원 관계자/음성변조 : "대한병원협회나 의사협회를 보시면 알겠지만, 의사 구한다고 난리예요. 결국 페이(보수) 문제인데, 지방의료원은 더 어렵죠. 오픈(공개)도 돼 있지도 않고, 더 드리고 싶어도 결산서에 다 나와 있고 하니까. 나에 대한 돈의 값어치가 바로 나오게 되니."]

남원의료원이 16개 진료과목을 운영하며 정해놓은 전문의 필수 인원은 37명.

하지만 충원된 인력은 28명에 불과합니다.

군산과 진안 등 다른 지역 공공의료원도 의사 정원을 못 채우긴 마찬가지입니다.

남원과 군산, 진안 등 전북 3개 공공의료원에서 일하는 전문의 평균 연봉은 2억 원.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민간 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수준입니다.

교육과 문화 등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 수도권이나 큰 도시에서 일하려는 의사들의 이탈은 지방의료원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헌/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 지부장 : "의사 선생님들 개인의 소명 의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교육이나 주거, 문화 이런 인프라 구축 자체가 지방은 약간은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의사 선생님들의 수급도 힘들지 않을까…."]

지방의 의사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노인 인구 증가로 수요가 많아진 요양병원의 '의사 모시기' 경쟁도 치열합니다.

적지 않은 보수를 받으면서 일 부담이 크지 않아 선호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은 84곳.

의사 종사자만 5백 명 가까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선 지방의료원의 인력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두 해 전 기준, OECD 보건통계를 분석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의학 계열 졸업생은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일본과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적지만, 병상 수는 인구 천 명당 12.7개로 가장 많습니다.

의료 인력과 병상 자원의 불균형이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의료 소외계층을 돌보는 지방의료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웅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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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의사 못 구하는 지방의료원…공공의료 붕괴 우려
    • 입력 2022-10-26 07:37:40
    • 수정2022-10-26 08:53:57
    뉴스광장(전주)
[앵커]

가까이 병원이 없어 그나마 기댔던 공공의료원마저 의사가 부족해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대책 없이 이대로 가다간, 지방 공공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박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전북 남원의료원입니다.

지리적으로 전남, 경남과도 맞닿아 3개 도를 아우르는 내륙 산악권 거점 병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명이 일하던 산부인과 의사는 두 달 전 한 명으로 줄었습니다.

번갈아 해오던 일을 의사 1명이 맡아 24시간 분만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남원의료원 이용자 : "다른 지역으로 가죠. 보통. 거의 다른 지역으로 많이 가요 엄마들이. 휴일이면 무조건 전주나 광주 이런 데로 가죠."]

올해 초에는 한 명뿐인 내분비내과 의사가 병원을 그만뒀고, 지난달에는 재활의학과 의사가 전주의 큰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필요한 진료 과목들이지만, 채용 공고를 내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어 몇 달째 진료실을 비워두고 있습니다.

[남원의료원 관계자/음성변조 : "대한병원협회나 의사협회를 보시면 알겠지만, 의사 구한다고 난리예요. 결국 페이(보수) 문제인데, 지방의료원은 더 어렵죠. 오픈(공개)도 돼 있지도 않고, 더 드리고 싶어도 결산서에 다 나와 있고 하니까. 나에 대한 돈의 값어치가 바로 나오게 되니."]

남원의료원이 16개 진료과목을 운영하며 정해놓은 전문의 필수 인원은 37명.

하지만 충원된 인력은 28명에 불과합니다.

군산과 진안 등 다른 지역 공공의료원도 의사 정원을 못 채우긴 마찬가지입니다.

남원과 군산, 진안 등 전북 3개 공공의료원에서 일하는 전문의 평균 연봉은 2억 원.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민간 병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 수준입니다.

교육과 문화 등 더 나은 주거 환경을 찾아 수도권이나 큰 도시에서 일하려는 의사들의 이탈은 지방의료원 인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헌/보건의료노조 남원의료원 지부장 : "의사 선생님들 개인의 소명 의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교육이나 주거, 문화 이런 인프라 구축 자체가 지방은 약간은 힘들기 때문에 그래서 의사 선생님들의 수급도 힘들지 않을까…."]

지방의 의사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노인 인구 증가로 수요가 많아진 요양병원의 '의사 모시기' 경쟁도 치열합니다.

적지 않은 보수를 받으면서 일 부담이 크지 않아 선호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북에서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은 84곳.

의사 종사자만 5백 명 가까이 됩니다.

장기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지 않고선 지방의료원의 인력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두 해 전 기준, OECD 보건통계를 분석한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의학 계열 졸업생은 인구 10만 명당 7.2명으로 일본과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적지만, 병상 수는 인구 천 명당 12.7개로 가장 많습니다.

의료 인력과 병상 자원의 불균형이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며 의료 소외계층을 돌보는 지방의료원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웅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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