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큰 수술 하는 ‘상급병원’ 흔들…전공의 태부족

입력 2022.10.26 (07:40) 수정 2022.10.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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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큰 수술을 책임지는 지역 상급종합병원들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앞으로 병원을 끌고 갈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계속해서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지수/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 "안녕하세요. 저는 전라북도의 유일한 흉부외과 전공의 유지수입니다. 출근해서 회진 돌고. 수술방 들어가서 수술하고. 중환자실에 주로 있고. 그러고 나면 오후 회진 돌고. 퇴근 시간 되면 할 수 있으면 하고. 당직이면 계속 당직하고."]

4년 만에 전북대병원 흉부외과에 들어온 전공의.

긴 근무 시간과 생사를 다투는 수술만큼 힘든 건 함께 일할 다른 전공의가 없다는 겁니다.

[유지수/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정신이 없을 때가 많기는 해서. 사람이 없으니까 (환자들이) 설명을 더 많이 듣고 싶어 하시는데 그게 힘들 때가 있죠."]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는 과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북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2005년 이후 전공의가 없어 교수와 전문의들로만 꾸려가고 있습니다.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해 전북권역 전공의 모집 결과, 병리과와 산부인과 등 4개 과는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와 비뇨의학과 등 4개 과는 필요한 인력을 못 채웠습니다.

필수 진료과의 전공의 부족은 의료 망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대선/전북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 : "사회 안전망으로서 존재해야 할 의료진 수 자체가 얇아지고 있는 거죠. 줄어들고 있는 거죠. 결국은 이 안전망의 둑이 거의 무너지기 직전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료계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특히 지역에 남아 전공의가 될 자체 수련의 정원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전북대 의대 정원은 백40여 명이지만, 정부는 전북대병원 수련의 정원으로 한 해 40~50명 정도를 배정합니다.

비율로는 9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가운데 최하위로, 4년째 꼴찌입니다.

[박상원/전북대병원 수련의/전북대 의대 출신 : "양(수련의 정원)이 적어서 지원하기 조금 부담스럽다 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많이 빠졌거든요."]

병원 인력난은 환자 유출로까지 이어지는데, 수도권 상급병원을 찾은 전북지역 환자는 2017년 6만 2천여 명에서 지난해 6만 9천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두 해 전 의대 정원을 늘려 일부를 10년 동안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협회가 직업 선택 자유 등을 이유로 반대해 중단됐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불균형, 인기과와 기피과의 양극화로 인한 지방 공공의료 공백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돼가고 있습니다.

공급자가 아닌 환자 관점에서 하루 빨리 의사 양성 등 인력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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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큰 수술 하는 ‘상급병원’ 흔들…전공의 태부족
    • 입력 2022-10-26 07:40:30
    • 수정2022-10-26 08:53:57
    뉴스광장(전주)
[앵커]

큰 수술을 책임지는 지역 상급종합병원들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앞으로 병원을 끌고 갈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인데요.

계속해서 안승길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지수/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 "안녕하세요. 저는 전라북도의 유일한 흉부외과 전공의 유지수입니다. 출근해서 회진 돌고. 수술방 들어가서 수술하고. 중환자실에 주로 있고. 그러고 나면 오후 회진 돌고. 퇴근 시간 되면 할 수 있으면 하고. 당직이면 계속 당직하고."]

4년 만에 전북대병원 흉부외과에 들어온 전공의.

긴 근무 시간과 생사를 다투는 수술만큼 힘든 건 함께 일할 다른 전공의가 없다는 겁니다.

[유지수/전북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 "혼자서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정신이 없을 때가 많기는 해서. 사람이 없으니까 (환자들이) 설명을 더 많이 듣고 싶어 하시는데 그게 힘들 때가 있죠."]

전공의가 한 명이라도 있는 과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전북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는 2005년 이후 전공의가 없어 교수와 전문의들로만 꾸려가고 있습니다.

특정 병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올해 전북권역 전공의 모집 결과, 병리과와 산부인과 등 4개 과는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소아청소년과와 비뇨의학과 등 4개 과는 필요한 인력을 못 채웠습니다.

필수 진료과의 전공의 부족은 의료 망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을 뜻합니다.

[조대선/전북대병원 교육인재개발실장 : "사회 안전망으로서 존재해야 할 의료진 수 자체가 얇아지고 있는 거죠. 줄어들고 있는 거죠. 결국은 이 안전망의 둑이 거의 무너지기 직전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의료계는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 특히 지역에 남아 전공의가 될 자체 수련의 정원이 적다는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전북대 의대 정원은 백40여 명이지만, 정부는 전북대병원 수련의 정원으로 한 해 40~50명 정도를 배정합니다.

비율로는 9개 비수도권 국립대병원 가운데 최하위로, 4년째 꼴찌입니다.

[박상원/전북대병원 수련의/전북대 의대 출신 : "양(수련의 정원)이 적어서 지원하기 조금 부담스럽다 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많이 빠졌거든요."]

병원 인력난은 환자 유출로까지 이어지는데, 수도권 상급병원을 찾은 전북지역 환자는 2017년 6만 2천여 명에서 지난해 6만 9천여 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두 해 전 의대 정원을 늘려 일부를 10년 동안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하게 한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협회가 직업 선택 자유 등을 이유로 반대해 중단됐습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불균형, 인기과와 기피과의 양극화로 인한 지방 공공의료 공백은 우려를 넘어 현실이 돼가고 있습니다.

공급자가 아닌 환자 관점에서 하루 빨리 의사 양성 등 인력 수급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안승길입니다.

촬영기자:김동균/그래픽: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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