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손 끝으로 보는 세상 훈‘맹’정음…21살에 시력 잃고 새 인생을 찾다

입력 2022.11.03 (18:15) 수정 2022.11.0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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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1월3일(목) 17:50~18:25 KBS2
■ 출연자 : 김한 점역·교정사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103&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세로 셋, 가로 둘, 총 6개의 점. 손끝으로 읽는 한글, 점자입니다. 훈민정음에 빗대 훈맹정음이라고도 하는데요. 몇 개의 점에 지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들에겐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11월 4일은 점자의 날입니다. 그래서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점역·교정사 김한 씨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답변]
반갑습니다.

[앵커]
누군가의 눈이 되어서 세상을 비춰주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점역·교정사라는 게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눈으로 보는 활자들을 점자로 번역하는 사람을 점역사라고 하고요. 점역 된 도서를 점자 규정에 맞는지 도서 제작 지침에 맞는지 검수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교정사인데 그 둘을 통틀어서 점역·교정사라고 부릅니다.

[앵커]
점자책을 제가 받아 들었는데 보통 이렇게 두꺼운 하얀 종이에 정말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점들. 이게 어떻게 우리한테 보면 오돌토돌한 점으로 보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그야말로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잖아요.

[답변]
그렇죠. 요즘에 음성 서비스가 많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점자를 꼭 배워야 되느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게 음성 서비스는 수식이나 시각 자료 같은 걸 자유롭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점자는 꼭 학습이나 직업 생활에 필요한 수단이고 또 시각장애인들의 말글살이에도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점자책을 만져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글자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어떻게 이런 어려운 점자를 번역하는 세계로 들어오신 건가요?

[답변]
제가 처음에 시각장애를 판정받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요.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 때 시험 전날에 갑자기 눈이 안 보여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세상의 빛을 주고 싶다, 생각이 많이 들었었고. 또 이제 제가 정말 눈이 안 보여서 점자를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 내가 좀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가지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앵커]
시력이 점점 없어질 거다라는 병원 측의 진단을 받으신 건가요, 당시에?

[답변]
제가 갖고 있는 질환이 망막색소변성이라고 하는데요. 야맹증으로 시작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에는 시력까지 상실되는 그런 병입니다.

[앵커]
내가 진짜 시력을 잃었구나라고 딱 실감한 그 순간이 언제인가요?

[답변]
제가 일차적으로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시험 전날에 눈이 안 보였던 것도 있었지만 이제 중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공사 중이라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건너가다가 발이 훅 빠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아, 진짜 내가 눈이 나빠지긴 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앵커]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우셨을 거 같은데 그래서 그게 점자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됐던 것이고요. 점자를 배우는데 완벽하게 숙달하는 데 한 얼마나 걸리셨어요?

[답변]
저는 처음 점자 교재를 사서 이렇게 책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될 정도였을 때가 한 8개월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앵커]
8개월?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답변]
하루에 정말 10시간씩 진짜 공부했었던 거 같습니다.

[앵커]
점자라는 게 직사각형 안에 점이 6개 정도 있고 점의 위치와 수에 따라서 글자가 배정이 되는 거죠? 자음, 모음?

[답변]
그렇죠. 이게 점자 같은 경우에는 세로 세 점, 가로 두 점으로 해서 이루어져 있는 글자인데 이것으로 점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서 한글이 되기도 하고 숫자가 되기도 하고 영어로 되기도 하고 다양한 문장부호가 되기도 합니다.

[앵커]
그 형태를 다 외워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답변]
그럼요. 이거를 다 외워야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익숙하게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거죠.

[앵커]
외우는 것과 직접 이렇게 만져서 이거를 글자로 인식하는 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닙니까?

[답변]
그렇죠. 아무래도 외우는 거야 우리 머릿속으로 모양만 외우면 되는데 중요한 것은 손으로 만져서 읽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숙달되는데 상당히 기간이 걸리는 거고 거의 암호 해독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앵커]
그렇죠. 하나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거라 아, 이거 정말 읽히려면 엉덩이 무겁고 꼼꼼한 사람이어야 가능하겠다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그러면 점역 말고 교정사라는 거. 그거는 검수해서 고치고 수정하는 그런 일을 말하는 건가요?

[답변]
아무래도 한글에도 어문규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점자에도 한국점자규정이 있어서 그 규정에 맞게 점역이 되었는지 검수하고 또 프린터를 했을 때 프린터 상에서도 문제가 없이 잘 출력이 됐는지 그런 것도 검수합니다.

[앵커]
점역한 책 가운데, 점자로 글을 번역한 책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책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답변]
아무래도 대학교 전공 서적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때 만들었던 책이 우주과학 관련한 도서였는데 수식도 많이 나오고 다양한 기호도 많이 나오니까 그 당시 같이 점역했던 선생님과 관련 규정에 대해서 많이 논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앵커]
반대로 가장 즐거웠던 번역의 경험.

[답변]
아무래도 보람이 있었던 거는 점자 동화책이었는데요. 그 동화책은 시각장애인 부모와 비시각장애인 자녀 혹은 비시각장애인 부모와 시각장애인 자녀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동화책에다가 투명한 점자 스티커를 보여서 동화책을 제작하는 거였는데요. 아무래도 의미가 있다 보니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앵커]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가 아직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부족한 점이 많죠? 어디서 그런 거 많이 느끼세요? 언제?

[답변]
아무래도 요즘 많이 점자가 확대된다고 하면서 의약품이나 편의시설 비롯해서 라면이나 생수, 음료수 같은 데도 점자가 표기돼 있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편의점 같은 데 가보면 과자나 이런 거에는 전혀 표기가 안 돼 있으니까 과자를.

[앵커]
까볼 수도 없는 거고.

[답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요.

[앵커]
지금 보시면 컵라면 같은 경우는 저는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물 붓는 선이라든지 성분 이런 게 다 점자로 일단 표시는 돼 있더라고요.

[답변]
이름 같은 것도 돼 있는데 아직 그런 위치나 규격 같은 게 통일이 안 돼 있다 보니까 읽기 불편한 경우들도 있고요.

[앵커]
개인적으로 이렇게 점자 표시가 안 돼 있어서 난처하거나 속상했던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답변]
제가 얼마 전에 밀키트를 한번 구매해서 혼자 요리를 해먹어보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이게 소스에는 아무 표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소스가 찍어 먹는 소스인지 요리할 때 넣어 먹는 소스인지. 과자는 그래도 뜯어서 먹어보면 아는데 이 소스는 이미 뜯어서 넣는 순간 답이 없잖아요. 참 그럴 때 곤란했었죠.

[앵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즘 상점들 가면 터치해서 결제하는 무인 정보 단말기, 우리가 키오스크라고 하죠. 그런 거 보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그냥 쇳덩어리 하나가 있는 거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굉장히 막막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답변]
이게 그냥 벽이거든요. 음성지원이 되지만 그 음성지원도 시각장애인들이 터치를 했을 때 그 부분이 정확하게 인지가 되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이제 위치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아주 곤란하죠.

[앵커]
특히 코로나 때는 이렇게 외출하고 나가시면서 곳곳에 다 터치를, 점자를 만지려면 손도 여러 번 씻고 그러셨겠어요.

[답변]
그렇죠. 진짜 이 3년간은 정말 자주 씻었던 거 같아요. 지하철에도 스크린도어에 점자가 붙어있으니까 번호 만지고 나서도 항상 손소독제로 씻고 닦고 그랬었죠.

[앵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정부나 지자체에 이런 거는 좀 꼭 해달라 이렇게 요청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답변]
아무래도 이게 점자법이 제정되고 나서 우리 한글이랑 같은 지위로서 지위가 많이 상승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나 그런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들, 식품들에 아직도 표기가 많이 미진하거든요. 그래서 관련 지자체나 관련 기관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그런 점자 표기들을 늘려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11월 4일 점자의 날을 앞두고 오늘 참 의미 있는 내용 들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김한 점역·교정사 함께 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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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11-03 19: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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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세로 셋, 가로 둘, 총 6개의 점. 손끝으로 읽는 한글, 점자입니다. 훈민정음에 빗대 훈맹정음이라고도 하는데요. 몇 개의 점에 지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들에겐 세상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11월 4일은 점자의 날입니다. 그래서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점역·교정사 김한 씨 모셨습니다. 반갑습니다.

[답변]
반갑습니다.

[앵커]
누군가의 눈이 되어서 세상을 비춰주시는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점역·교정사라는 게 어떤 일을 하는 걸까요?

[답변]
우리가 일반적으로 눈으로 보는 활자들을 점자로 번역하는 사람을 점역사라고 하고요. 점역 된 도서를 점자 규정에 맞는지 도서 제작 지침에 맞는지 검수하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교정사인데 그 둘을 통틀어서 점역·교정사라고 부릅니다.

[앵커]
점자책을 제가 받아 들었는데 보통 이렇게 두꺼운 하얀 종이에 정말 알 수 없는 무수히 많은 점들. 이게 어떻게 우리한테 보면 오돌토돌한 점으로 보이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겐 그야말로 세상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잖아요.

[답변]
그렇죠. 요즘에 음성 서비스가 많이 늘어나서 아무래도 점자를 꼭 배워야 되느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게 음성 서비스는 수식이나 시각 자료 같은 걸 자유롭게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점자는 꼭 학습이나 직업 생활에 필요한 수단이고 또 시각장애인들의 말글살이에도 꼭 필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점자책을 만져만 봐서는 도대체 무슨 글자인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데 어떻게 이런 어려운 점자를 번역하는 세계로 들어오신 건가요?

[답변]
제가 처음에 시각장애를 판정받은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요. 그리고 나서 고등학교 때 시험 전날에 갑자기 눈이 안 보여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되지 않을까, 누군가에게 세상의 빛을 주고 싶다, 생각이 많이 들었었고. 또 이제 제가 정말 눈이 안 보여서 점자를 배워야겠다고 생각을 했을 때, 내가 좀 전공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가지고 도전하게 됐습니다.

[앵커]
시력이 점점 없어질 거다라는 병원 측의 진단을 받으신 건가요, 당시에?

[답변]
제가 갖고 있는 질환이 망막색소변성이라고 하는데요. 야맹증으로 시작해서 점점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에는 시력까지 상실되는 그런 병입니다.

[앵커]
내가 진짜 시력을 잃었구나라고 딱 실감한 그 순간이 언제인가요?

[답변]
제가 일차적으로는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 시험 전날에 눈이 안 보였던 것도 있었지만 이제 중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신호등을 보고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 공사 중이라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보지 못하고 건너가다가 발이 훅 빠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아, 진짜 내가 눈이 나빠지긴 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죠.

[앵커]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우셨을 거 같은데 그래서 그게 점자를 배우게 된 계기가 됐던 것이고요. 점자를 배우는데 완벽하게 숙달하는 데 한 얼마나 걸리셨어요?

[답변]
저는 처음 점자 교재를 사서 이렇게 책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될 정도였을 때가 한 8개월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앵커]
8개월?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답변]
하루에 정말 10시간씩 진짜 공부했었던 거 같습니다.

[앵커]
점자라는 게 직사각형 안에 점이 6개 정도 있고 점의 위치와 수에 따라서 글자가 배정이 되는 거죠? 자음, 모음?

[답변]
그렇죠. 이게 점자 같은 경우에는 세로 세 점, 가로 두 점으로 해서 이루어져 있는 글자인데 이것으로 점의 모양과 위치에 따라서 한글이 되기도 하고 숫자가 되기도 하고 영어로 되기도 하고 다양한 문장부호가 되기도 합니다.

[앵커]
그 형태를 다 외워야 된다는 얘기잖아요.

[답변]
그럼요. 이거를 다 외워야지 눈으로 보는 것처럼 익숙하게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거죠.

[앵커]
외우는 것과 직접 이렇게 만져서 이거를 글자로 인식하는 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 아닙니까?

[답변]
그렇죠. 아무래도 외우는 거야 우리 머릿속으로 모양만 외우면 되는데 중요한 것은 손으로 만져서 읽어야 된다는 거죠. 그래서 그것이 눈으로 보는 것처럼 숙달되는데 상당히 기간이 걸리는 거고 거의 암호 해독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앵커]
그렇죠. 하나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거라 아, 이거 정말 읽히려면 엉덩이 무겁고 꼼꼼한 사람이어야 가능하겠다는 그런 생각도 드네요. 그러면 점역 말고 교정사라는 거. 그거는 검수해서 고치고 수정하는 그런 일을 말하는 건가요?

[답변]
아무래도 한글에도 어문규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처럼 점자에도 한국점자규정이 있어서 그 규정에 맞게 점역이 되었는지 검수하고 또 프린터를 했을 때 프린터 상에서도 문제가 없이 잘 출력이 됐는지 그런 것도 검수합니다.

[앵커]
점역한 책 가운데, 점자로 글을 번역한 책 가운데 가장 어려웠던 책 기억나는 거 있으세요?

[답변]
아무래도 대학교 전공 서적이 기억에 남는데요. 그때 만들었던 책이 우주과학 관련한 도서였는데 수식도 많이 나오고 다양한 기호도 많이 나오니까 그 당시 같이 점역했던 선생님과 관련 규정에 대해서 많이 논의했던 기억이 납니다.

[앵커]
반대로 가장 즐거웠던 번역의 경험.

[답변]
아무래도 보람이 있었던 거는 점자 동화책이었는데요. 그 동화책은 시각장애인 부모와 비시각장애인 자녀 혹은 비시각장애인 부모와 시각장애인 자녀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동화책에다가 투명한 점자 스티커를 보여서 동화책을 제작하는 거였는데요. 아무래도 의미가 있다 보니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앵커]
어떻습니까? 우리 사회가 아직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부족한 점이 많죠? 어디서 그런 거 많이 느끼세요? 언제?

[답변]
아무래도 요즘 많이 점자가 확대된다고 하면서 의약품이나 편의시설 비롯해서 라면이나 생수, 음료수 같은 데도 점자가 표기돼 있잖아요. 하지만 여전히 편의점 같은 데 가보면 과자나 이런 거에는 전혀 표기가 안 돼 있으니까 과자를.

[앵커]
까볼 수도 없는 거고.

[답변]
먹어봐야 아는 거니까요.

[앵커]
지금 보시면 컵라면 같은 경우는 저는 아직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물 붓는 선이라든지 성분 이런 게 다 점자로 일단 표시는 돼 있더라고요.

[답변]
이름 같은 것도 돼 있는데 아직 그런 위치나 규격 같은 게 통일이 안 돼 있다 보니까 읽기 불편한 경우들도 있고요.

[앵커]
개인적으로 이렇게 점자 표시가 안 돼 있어서 난처하거나 속상했던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답변]
제가 얼마 전에 밀키트를 한번 구매해서 혼자 요리를 해먹어보려고 노력을 해봤는데 이게 소스에는 아무 표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소스가 찍어 먹는 소스인지 요리할 때 넣어 먹는 소스인지. 과자는 그래도 뜯어서 먹어보면 아는데 이 소스는 이미 뜯어서 넣는 순간 답이 없잖아요. 참 그럴 때 곤란했었죠.

[앵커]
비대면 시대가 도래하면서 요즘 상점들 가면 터치해서 결제하는 무인 정보 단말기, 우리가 키오스크라고 하죠. 그런 거 보면 시각장애인 입장에서 그냥 쇳덩어리 하나가 있는 거지 이걸 어떻게 활용할지 굉장히 막막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답변]
이게 그냥 벽이거든요. 음성지원이 되지만 그 음성지원도 시각장애인들이 터치를 했을 때 그 부분이 정확하게 인지가 되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이제 위치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니까 아주 곤란하죠.

[앵커]
특히 코로나 때는 이렇게 외출하고 나가시면서 곳곳에 다 터치를, 점자를 만지려면 손도 여러 번 씻고 그러셨겠어요.

[답변]
그렇죠. 진짜 이 3년간은 정말 자주 씻었던 거 같아요. 지하철에도 스크린도어에 점자가 붙어있으니까 번호 만지고 나서도 항상 손소독제로 씻고 닦고 그랬었죠.

[앵커]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 정부나 지자체에 이런 거는 좀 꼭 해달라 이렇게 요청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답변]
아무래도 이게 점자법이 제정되고 나서 우리 한글이랑 같은 지위로서 지위가 많이 상승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편의시설이나 그런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들, 식품들에 아직도 표기가 많이 미진하거든요. 그래서 관련 지자체나 관련 기관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장애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그런 점자 표기들을 늘려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11월 4일 점자의 날을 앞두고 오늘 참 의미 있는 내용 들었던 거 같습니다. 지금까지 호모 이코노미쿠스 김한 점역·교정사 함께 했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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