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부탁드린다”…매뉴얼 공유한 의료진
입력 2022.11.10 (11:41)
수정 2022.11.10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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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
"보건소에서 담당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1시 47분. 정부가 응급 의료진들과 상황 전파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입니다.
의료진이 병상 확보를 위해 분주히 대화를 주고받던 중 서울시 소방안전본부 산하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가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모바일 상황실 운영자인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팀장(의료진)은 "저희가 안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부센터장(의료진)은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상황팀장은 사망자보다 환자 먼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대화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요?
■용산구보건소, "환자 분류, 처치, 이송했다"는데…
용산구 보건의료과의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입니다.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팀 9명은 30일 새벽 1시 30분에 현장에 전원 도착했고, 현장통제와 환자 분류·처치·이송 등 구조 활동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망자 이송 현황 파악과 관리도 담당했다고 했습니다.
현장 출동 시각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혼잡한 상황을 감안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대로면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왜 보건소 측에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인 걸까요?
■ "사망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을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용산구 보건소가 상황실에 띄운 메시지들입니다.
'모바일 상황실'에서 의료진은 30일 새벽 0시 41분 사망자를 더이상 순천향 서울병원으로 이송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용산구 보건소는 "사망자를 이송하지 말라"고 반복합니다.
용산구 보건소는 20여 분 뒤, 의료진에게 영안실 수용 가능 인원 공유와 이송 가능 병원 현황 공유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의사 배치와 환자 병상 확보에 분주한 의료진은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망자나 사망 지연 환자를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의료진과 소방 측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의 요청은 이런 대화 중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망자 이송 장소로 원효료 체육관을 최종 공지한 건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 보건소에 매뉴얼 공유해 준 의료진
서울시청이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했다는 공지를 띄운 지 10분 후, 모바일 상황실에서 구급대원이 다시 다급하게 묻습니다. 사망자를 이송했는데 현장 통제 인원이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겁니다.
그러자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고 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다시 한번 나섭니다. '비상대응 매뉴얼'을 한 장 띄우면서 다시 용산구 보건소에 요청합니다.
"현장응급의료소장님(용산구 보건소장)과 보건소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사망자 현황 파악 부탁드립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공유한 건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입니다.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 보건소, 소방, 의료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돼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는 환자 이송 조정과 영안실 마련, 재난의료와 관련한 전반적 지원을, 보건소는 의료기관 간 부상자 이송 조정부터 사망자 관리, 부상자와 사망자 현황 정보 수집 관리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의료진이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을 훌쩍 지난 시각에 용산구 보건소에 매뉴얼을 보고, 역할을 숙지해 달라고 요청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용산구 보건소는 당일 사고현장에서 임시 안치소를 수배해 결정했고, 다수 사망자가 이송된 순천향병원으로도 신속대응팀 2명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환자 분류와 이송 지시를 소방과 함께 직접 했다"면서도 "대형 참사 현장에서 소방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보건소장이 재난 현장을 책임진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
"보건소에서 담당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1시 47분. 정부가 응급 의료진들과 상황 전파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입니다.
의료진이 병상 확보를 위해 분주히 대화를 주고받던 중 서울시 소방안전본부 산하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가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모바일 상황실 운영자인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팀장(의료진)은 "저희가 안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부센터장(의료진)은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상황팀장은 사망자보다 환자 먼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대화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요?
■용산구보건소, "환자 분류, 처치, 이송했다"는데…
용산구 보건의료과의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입니다.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팀 9명은 30일 새벽 1시 30분에 현장에 전원 도착했고, 현장통제와 환자 분류·처치·이송 등 구조 활동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망자 이송 현황 파악과 관리도 담당했다고 했습니다.
현장 출동 시각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혼잡한 상황을 감안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대로면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왜 보건소 측에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인 걸까요?
■ "사망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을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용산구 보건소가 상황실에 띄운 메시지들입니다.
<지난달 30일, 재난 의료 '모바일 상황실'> 00:41 서울 재난인력 000(의료진) : 사망자 순천향 서울 이송하지 말아 주세요. 사망자 이송 하지 말라고 무전 요청 드렸습니다 00:43 용산구 보건소: 사망자 이송하지 마세요 01:06 용산구 보건소: 영안실 수용가능인원 공유 바랍니다 01:10 용산구보건소: 사망자 이송가능병원 현황 공유 바랍니다 01:12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공용1)(소방) :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합니다 01:34 서울 재난인력(의료진): 사망자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 여부는 누가 결정하신 걸까요 01:37 서울 재난인력(의료진): 영안실 수용 가능한 병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01:45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합니다 |
'모바일 상황실'에서 의료진은 30일 새벽 0시 41분 사망자를 더이상 순천향 서울병원으로 이송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용산구 보건소는 "사망자를 이송하지 말라"고 반복합니다.
용산구 보건소는 20여 분 뒤, 의료진에게 영안실 수용 가능 인원 공유와 이송 가능 병원 현황 공유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의사 배치와 환자 병상 확보에 분주한 의료진은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망자나 사망 지연 환자를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의료진과 소방 측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의 요청은 이런 대화 중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망자 이송 장소로 원효료 체육관을 최종 공지한 건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 보건소에 매뉴얼 공유해 준 의료진
서울시청이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했다는 공지를 띄운 지 10분 후, 모바일 상황실에서 구급대원이 다시 다급하게 묻습니다. 사망자를 이송했는데 현장 통제 인원이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겁니다.
그러자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고 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다시 한번 나섭니다. '비상대응 매뉴얼'을 한 장 띄우면서 다시 용산구 보건소에 요청합니다.
"현장응급의료소장님(용산구 보건소장)과 보건소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사망자 현황 파악 부탁드립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공유한 건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입니다.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 보건소, 소방, 의료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돼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는 환자 이송 조정과 영안실 마련, 재난의료와 관련한 전반적 지원을, 보건소는 의료기관 간 부상자 이송 조정부터 사망자 관리, 부상자와 사망자 현황 정보 수집 관리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의료진이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을 훌쩍 지난 시각에 용산구 보건소에 매뉴얼을 보고, 역할을 숙지해 달라고 요청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용산구 보건소는 당일 사고현장에서 임시 안치소를 수배해 결정했고, 다수 사망자가 이송된 순천향병원으로도 신속대응팀 2명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환자 분류와 이송 지시를 소방과 함께 직접 했다"면서도 "대형 참사 현장에서 소방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보건소장이 재난 현장을 책임진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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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소에 부탁드린다”…매뉴얼 공유한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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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11-10 11:41:28
- 수정2022-11-10 11: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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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
"보건소에서 담당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1시 47분. 정부가 응급 의료진들과 상황 전파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입니다.
의료진이 병상 확보를 위해 분주히 대화를 주고받던 중 서울시 소방안전본부 산하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가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모바일 상황실 운영자인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팀장(의료진)은 "저희가 안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부센터장(의료진)은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상황팀장은 사망자보다 환자 먼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대화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요?
■용산구보건소, "환자 분류, 처치, 이송했다"는데…
용산구 보건의료과의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입니다.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팀 9명은 30일 새벽 1시 30분에 현장에 전원 도착했고, 현장통제와 환자 분류·처치·이송 등 구조 활동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망자 이송 현황 파악과 관리도 담당했다고 했습니다.
현장 출동 시각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혼잡한 상황을 감안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대로면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왜 보건소 측에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인 걸까요?
■ "사망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을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용산구 보건소가 상황실에 띄운 메시지들입니다.
'모바일 상황실'에서 의료진은 30일 새벽 0시 41분 사망자를 더이상 순천향 서울병원으로 이송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용산구 보건소는 "사망자를 이송하지 말라"고 반복합니다.
용산구 보건소는 20여 분 뒤, 의료진에게 영안실 수용 가능 인원 공유와 이송 가능 병원 현황 공유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의사 배치와 환자 병상 확보에 분주한 의료진은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망자나 사망 지연 환자를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의료진과 소방 측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의 요청은 이런 대화 중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망자 이송 장소로 원효료 체육관을 최종 공지한 건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 보건소에 매뉴얼 공유해 준 의료진
서울시청이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했다는 공지를 띄운 지 10분 후, 모바일 상황실에서 구급대원이 다시 다급하게 묻습니다. 사망자를 이송했는데 현장 통제 인원이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겁니다.
그러자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고 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다시 한번 나섭니다. '비상대응 매뉴얼'을 한 장 띄우면서 다시 용산구 보건소에 요청합니다.
"현장응급의료소장님(용산구 보건소장)과 보건소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사망자 현황 파악 부탁드립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공유한 건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입니다.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 보건소, 소방, 의료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돼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는 환자 이송 조정과 영안실 마련, 재난의료와 관련한 전반적 지원을, 보건소는 의료기관 간 부상자 이송 조정부터 사망자 관리, 부상자와 사망자 현황 정보 수집 관리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의료진이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을 훌쩍 지난 시각에 용산구 보건소에 매뉴얼을 보고, 역할을 숙지해 달라고 요청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용산구 보건소는 당일 사고현장에서 임시 안치소를 수배해 결정했고, 다수 사망자가 이송된 순천향병원으로도 신속대응팀 2명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환자 분류와 이송 지시를 소방과 함께 직접 했다"면서도 "대형 참사 현장에서 소방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보건소장이 재난 현장을 책임진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
"보건소에서 담당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30일 새벽 1시 47분. 정부가 응급 의료진들과 상황 전파를 위해 만든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입니다.
의료진이 병상 확보를 위해 분주히 대화를 주고받던 중 서울시 소방안전본부 산하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가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
그러자 모바일 상황실 운영자인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중앙응급의료센터 상황팀장(의료진)은 "저희가 안 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긋습니다. 부센터장(의료진)은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고 요청합니다. 상황팀장은 사망자보다 환자 먼저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 대화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일까요?
■용산구보건소, "환자 분류, 처치, 이송했다"는데…
용산구 보건의료과의 이태원 사고 관련 출동결과보고서입니다. 용산구 보건소 신속대응팀 9명은 30일 새벽 1시 30분에 현장에 전원 도착했고, 현장통제와 환자 분류·처치·이송 등 구조 활동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사망자 이송 현황 파악과 관리도 담당했다고 했습니다.
현장 출동 시각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혼잡한 상황을 감안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대로면 해야 할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의료진은 왜 보건소 측에 다소 날 선 반응을 보인 걸까요?
■ "사망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달라"
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을 통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새벽까지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역을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용산구 보건소가 상황실에 띄운 메시지들입니다.
<지난달 30일, 재난 의료 '모바일 상황실'> 00:41 서울 재난인력 000(의료진) : 사망자 순천향 서울 이송하지 말아 주세요. 사망자 이송 하지 말라고 무전 요청 드렸습니다 00:43 용산구 보건소: 사망자 이송하지 마세요 01:06 용산구 보건소: 영안실 수용가능인원 공유 바랍니다 01:10 용산구보건소: 사망자 이송가능병원 현황 공유 바랍니다 01:12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공용1)(소방) :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합니다 01:34 서울 재난인력(의료진): 사망자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이송 여부는 누가 결정하신 걸까요 01:37 서울 재난인력(의료진): 영안실 수용 가능한 병원 확인 부탁드립니다 01:45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소방):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합니다 |
'모바일 상황실'에서 의료진은 30일 새벽 0시 41분 사망자를 더이상 순천향 서울병원으로 이송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용산구 보건소는 "사망자를 이송하지 말라"고 반복합니다.
용산구 보건소는 20여 분 뒤, 의료진에게 영안실 수용 가능 인원 공유와 이송 가능 병원 현황 공유를 요청합니다. 하지만 의사 배치와 환자 병상 확보에 분주한 의료진은 답을 하지 못합니다.
사망자나 사망 지연 환자를 이송 가능한 병원을 알려달라는 의료진과 소방 측 요구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는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의 요청은 이런 대화 중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서울시청이 사망자 이송 장소로 원효료 체육관을 최종 공지한 건 새벽 2시가 넘어서였습니다.
■ 보건소에 매뉴얼 공유해 준 의료진
서울시청이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을 임시 영안소로 지정했다는 공지를 띄운 지 10분 후, 모바일 상황실에서 구급대원이 다시 다급하게 묻습니다. 사망자를 이송했는데 현장 통제 인원이 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겁니다.
그러자 "사망지연환자는 보건소에서 담당해 달라"고 했던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다시 한번 나섭니다. '비상대응 매뉴얼'을 한 장 띄우면서 다시 용산구 보건소에 요청합니다.
"현장응급의료소장님(용산구 보건소장)과 보건소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사망자 현황 파악 부탁드립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부센터장이 공유한 건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 매뉴얼'입니다. 이태원 참사 같은 재난 상황에 정부와 지자체, 보건소, 소방, 의료진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돼 있습니다.
매뉴얼에 따르면 지자체는 환자 이송 조정과 영안실 마련, 재난의료와 관련한 전반적 지원을, 보건소는 의료기관 간 부상자 이송 조정부터 사망자 관리, 부상자와 사망자 현황 정보 수집 관리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의료진이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을 훌쩍 지난 시각에 용산구 보건소에 매뉴얼을 보고, 역할을 숙지해 달라고 요청한 셈입니다.
이에 대해 용산구 보건소는 당일 사고현장에서 임시 안치소를 수배해 결정했고, 다수 사망자가 이송된 순천향병원으로도 신속대응팀 2명을 파견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은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참사 당시 "현장 응급의료소에서 환자 분류와 이송 지시를 소방과 함께 직접 했다"면서도 "대형 참사 현장에서 소방으로부터 보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보건소장이 재난 현장을 책임진다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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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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