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만나 하나된 68년 세월

입력 2004.05.20 (20:33) 수정 2004.09.20 (15:5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부부의 날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 기념일로 지정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앵커: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된다는 의미로 21일, 그래서 5월 21일로 정해졌는데요, 둘이 하나처럼 68년을 살아온 노부부가 올해의 장수부부상을 받았습니다.
그 주인공들을 한보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별로 유쾌하지 않은 통계들이죠.
이제 이혼이 결혼만큼이나 그다지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습니다마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십년을 해로하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바로 조상준 할아버지와 백경숙 할머니가 그런 분들입니다.
아흔고개를 넘어선 조 할아버지 부부가 부부의 연을 맺은 건 지난 1936년 만주에서입니다.
⊙백경숙(89세): 우리 친정 숙모가 소개해서 만났어요.
⊙기자: 연애를 한참 하셨어요?
⊙백경숙(89세): 연애는 안 했어요.
⊙기자: 처음 만나셨을 때?
⊙백경숙(89세): 처음 만났는데 싫지 않더라고요.
⊙기자: 그리고 68년, 아들 딸들도 손자들을 봐 이제는 가족 수도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백경숙(89세): 자식들이 공부할 때는 공부 잘하면 보람을 느끼고 또 지금 가정을 이루고도 또 단란하게 의좋게 살아가는 거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기자: 모든 살림을 손수 꾸릴 정도로 건강한 조 할아버지 부부.
건강의 비결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귀띔합니다.
⊙정수혜(큰며느리): (김치를) 담가서 드시고 여력이 되시면 (저희에게) 담가서 주신다니깐요.
그것도 몇 통씩이나...
⊙기자: 지난 68년 동안 부부싸움 한번 제대로 못해 봤다는 두분,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백경숙(89세): 나랑 생각이 다르니까 그럴 때는 내가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래서 다른 방으로 가요.
다퉈야 소용도 없으니까, 가만 생각하면 참고 이러면 되겠다...
⊙기자: 이렇다 보니 요즘 이혼하는 부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영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조상준(92세): 자기 마음대로 이혼한다는 거, 이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백경숙(89세): 싸우고 갈라서고 자녀들 불행하게 만들고 그게 되겠어요?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기자: 그래도 워낙 무뚝뚝한 할아버지에게 불만은 한 가지 있습니다.
⊙백경숙(89세): 68년 동안 살아도 당신 사랑해 소리 한마디 못 해 봤어요.
못 들어봤어요.
그래도 이 사람이 사랑하겠지 하고 살죠.
⊙기자: 68년 동안 화목한 가정을 지켜온 가장 큰 버팀목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백경숙(89세): 나는 저 사람 없으면 못 살겠다, 이런 마음 가지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면 싸움도 안 되고 마음이 늘 편안하고 건강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자: KBS뉴스 한보경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둘이 만나 하나된 68년 세월
    • 입력 2004-05-20 20:17:24
    • 수정2004-09-20 15:51:06
    뉴스타임
⊙앵커: 내일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 부부의 날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국가 기념일로 지정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앵커: 가정의 달 5월에 둘이 하나된다는 의미로 21일, 그래서 5월 21일로 정해졌는데요, 둘이 하나처럼 68년을 살아온 노부부가 올해의 장수부부상을 받았습니다. 그 주인공들을 한보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별로 유쾌하지 않은 통계들이죠. 이제 이혼이 결혼만큼이나 그다지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습니다마는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수십년을 해로하는 부부들도 많습니다. 바로 조상준 할아버지와 백경숙 할머니가 그런 분들입니다. 아흔고개를 넘어선 조 할아버지 부부가 부부의 연을 맺은 건 지난 1936년 만주에서입니다. ⊙백경숙(89세): 우리 친정 숙모가 소개해서 만났어요. ⊙기자: 연애를 한참 하셨어요? ⊙백경숙(89세): 연애는 안 했어요. ⊙기자: 처음 만나셨을 때? ⊙백경숙(89세): 처음 만났는데 싫지 않더라고요. ⊙기자: 그리고 68년, 아들 딸들도 손자들을 봐 이제는 가족 수도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백경숙(89세): 자식들이 공부할 때는 공부 잘하면 보람을 느끼고 또 지금 가정을 이루고도 또 단란하게 의좋게 살아가는 거 보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기자: 모든 살림을 손수 꾸릴 정도로 건강한 조 할아버지 부부. 건강의 비결은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라고 귀띔합니다. ⊙정수혜(큰며느리): (김치를) 담가서 드시고 여력이 되시면 (저희에게) 담가서 주신다니깐요. 그것도 몇 통씩이나... ⊙기자: 지난 68년 동안 부부싸움 한번 제대로 못해 봤다는 두분,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백경숙(89세): 나랑 생각이 다르니까 그럴 때는 내가 좀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그래서 다른 방으로 가요. 다퉈야 소용도 없으니까, 가만 생각하면 참고 이러면 되겠다... ⊙기자: 이렇다 보니 요즘 이혼하는 부부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는 영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조상준(92세): 자기 마음대로 이혼한다는 거, 이거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백경숙(89세): 싸우고 갈라서고 자녀들 불행하게 만들고 그게 되겠어요?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기자: 그래도 워낙 무뚝뚝한 할아버지에게 불만은 한 가지 있습니다. ⊙백경숙(89세): 68년 동안 살아도 당신 사랑해 소리 한마디 못 해 봤어요. 못 들어봤어요. 그래도 이 사람이 사랑하겠지 하고 살죠. ⊙기자: 68년 동안 화목한 가정을 지켜온 가장 큰 버팀목은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은 평범하기 그지없습니다. ⊙백경숙(89세): 나는 저 사람 없으면 못 살겠다, 이런 마음 가지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살면 싸움도 안 되고 마음이 늘 편안하고 건강해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요. ⊙기자: KBS뉴스 한보경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