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비]④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17년째…“제도 개선” 한목소리

입력 2022.12.25 (14:00) 수정 2022.12.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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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유급제 도입 후 2차례 개선됐지만...

1991년,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지방의회도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출범 당시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회의 참석에 따른 수당만 받았습니다.

그러다 2006년 1월,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의원들에게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이 지급됐습니다.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일부 지역의 과다한 월정수당 인상과 부적절한 결정이 문제가 되자,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자체별 재정력 지수와 지방의원 1인당 인구 수 등을 반영한 월정수당 지급기준액 산식을 도입했고, 의정비 심의위가 기준액의 ±20% 범위내에서 월정수당을 정하도록 한 겁니다.

10년 뒤인 2018년 10월, 행안부는 또다시 의정비 제도를 손질합니다.

2018년 10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2018년 10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의정비 심의위가 월정수당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다만 주민 수와 재정능력, 보수인상률, 의정활동 실적을 고려하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지급기준액 산식이 복잡해 주민 입장에서 이해가 어렵고, 지방의원의 직무 활동에 대한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방 자치의 자율성을 위해서였지만,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최소한의 관리·감독이 없다는 겁니다. 행안부 지침 역시 권고 수준에 불과하고, 이를 어겨도 별다른 제재는 없습니다.

■ "전체 의정비 인상률 사용, 착시효과 있어"

행안부 지침 내용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민의견수렴을 위한 표준 질문 문항에는 전체 의정비(월정수당+의정 활동비) 인상률을 적게 돼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표준질문문항행정안전부 표준질문문항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의정비의 평균 30%가량을 차지하는 의정 활동비는 현재 모든 지자체가 동일하게 지방자치법 시행령상 상한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광역의원은 연 1,800만 원, 기초의원은 연 1,320만 원)

실제론 평균 70% 정도를 차지하는 월정수당만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의정비 인상률을 쓰는 건 분모를 키워 인상률을 낮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경훈/한국행정학회 이사
"의정 활동비가 기초의회와 광역의회가 전부 다 금액이 정해져 있고 글자 그대로 실비 개념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그런 금액들이거든요. 월정 수당을 기준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의정비를 가지고 물어보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게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 "의정비 제도 개선" 한목소리

올해 지방의원 연간 의정비는 평균 4,414만 원. 한 달에 368만 원 정돕니다. 최근 통계인 2020년 임금근로자 월 평균소득 320만 원보다 많습니다.

의원들의 의정비는 주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제도 손질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마다 구체적인 개선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존 4가지 고려사항을 구체화하고, 의정비 심의위가 유리한 항목만 끌어쓰지 않도록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좀 더 합리적이고 좀 더 과학적인 기준 산정 요소가 좀 필요하다고 봐요. 열거식이 아니라. 네 개의 고려 사항이 있으면 유리하게 어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게 하려면 가중치를 둬야 해요. 4개 다 반영하도록."

고경훈 한국행정학회 이사는 2018년 시행령 개정 이전의 월정수당 기준액 산식을 다시 도입하고, 의정활동 실적에 대해선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고경훈/한국행정학회 이사
"기준액 산식에서 보완을 해야 할 점 같은 경우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 실적이 좀 반영이 되는 그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방의원들의 의정 성과에 대한 엄격한 실적 관리를 의정비 결정 구조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냐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4년마다 갈등이 반복되는 만큼 인구 수나 재정능력을 따지지 말고 일률적으로 의정비를 지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엄태석/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자꾸 갈등적인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4년마다 반복되도록 하고 있으니 전국의 기초의원과 전국의 광역의원이 똑같은 수당과 의정 활동비를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의정비를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유입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광태/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의원을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보고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수준의 보수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유급제를 했는데 거기에는 어림도 없이 지금 미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죠. 연봉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행안부는 KBS 연속보도와 관련해 후속 조치에 나섰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상률을 크게 올린 일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시정 권고 등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행안부 지침 개정과 관련해선 이미 2026년까지 의정비가 결정됐고, 2027년부터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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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비]④ 지방의원 유급제 도입 17년째…“제도 개선” 한목소리
    • 입력 2022-12-25 14:00:24
    • 수정2022-12-25 15:07:41
    취재K

■ 2006년 유급제 도입 후 2차례 개선됐지만...

1991년, 30년 만에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지방의회도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출범 당시 지방의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회의 참석에 따른 수당만 받았습니다.

그러다 2006년 1월, 지방의원 유급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의원들에게 기본급 개념인 월정수당이 지급됐습니다. 지자체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일부 지역의 과다한 월정수당 인상과 부적절한 결정이 문제가 되자, 행정안전부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지자체별 재정력 지수와 지방의원 1인당 인구 수 등을 반영한 월정수당 지급기준액 산식을 도입했고, 의정비 심의위가 기준액의 ±20% 범위내에서 월정수당을 정하도록 한 겁니다.

10년 뒤인 2018년 10월, 행안부는 또다시 의정비 제도를 손질합니다.

2018년 10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의정비 심의위가 월정수당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다만 주민 수와 재정능력, 보수인상률, 의정활동 실적을 고려하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했습니다.

지급기준액 산식이 복잡해 주민 입장에서 이해가 어렵고, 지방의원의 직무 활동에 대한 지역별 특수성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이유였습니다.

지방 자치의 자율성을 위해서였지만, 문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최소한의 관리·감독이 없다는 겁니다. 행안부 지침 역시 권고 수준에 불과하고, 이를 어겨도 별다른 제재는 없습니다.

■ "전체 의정비 인상률 사용, 착시효과 있어"

행안부 지침 내용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주민의견수렴을 위한 표준 질문 문항에는 전체 의정비(월정수당+의정 활동비) 인상률을 적게 돼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표준질문문항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의정비의 평균 30%가량을 차지하는 의정 활동비는 현재 모든 지자체가 동일하게 지방자치법 시행령상 상한금액을 받고 있습니다. (광역의원은 연 1,800만 원, 기초의원은 연 1,320만 원)

실제론 평균 70% 정도를 차지하는 월정수당만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의정비 인상률을 쓰는 건 분모를 키워 인상률을 낮게 보이는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경훈/한국행정학회 이사
"의정 활동비가 기초의회와 광역의회가 전부 다 금액이 정해져 있고 글자 그대로 실비 개념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그런 금액들이거든요. 월정 수당을 기준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고 전체적인 의정비를 가지고 물어보기 때문에 착시 현상이 나타나는 게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전문가들 "의정비 제도 개선" 한목소리

올해 지방의원 연간 의정비는 평균 4,414만 원. 한 달에 368만 원 정돕니다. 최근 통계인 2020년 임금근로자 월 평균소득 320만 원보다 많습니다.

의원들의 의정비는 주민들의 소중한 세금으로 지급되는 만큼 제도 손질이 시급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마다 구체적인 개선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임승빈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존 4가지 고려사항을 구체화하고, 의정비 심의위가 유리한 항목만 끌어쓰지 않도록 가중치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승빈/명지대 행정학과 교수
"좀 더 합리적이고 좀 더 과학적인 기준 산정 요소가 좀 필요하다고 봐요. 열거식이 아니라. 네 개의 고려 사항이 있으면 유리하게 어떤 하나를 선택하지 못하게 하려면 가중치를 둬야 해요. 4개 다 반영하도록."

고경훈 한국행정학회 이사는 2018년 시행령 개정 이전의 월정수당 기준액 산식을 다시 도입하고, 의정활동 실적에 대해선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고경훈/한국행정학회 이사
"기준액 산식에서 보완을 해야 할 점 같은 경우는 의원들의 의정 활동 실적이 좀 반영이 되는 그런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방의원들의 의정 성과에 대한 엄격한 실적 관리를 의정비 결정 구조에 반영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냐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엄태석 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4년마다 갈등이 반복되는 만큼 인구 수나 재정능력을 따지지 말고 일률적으로 의정비를 지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엄태석/서원대 복지행정학과 교수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자꾸 갈등적인 요소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4년마다 반복되도록 하고 있으니 전국의 기초의원과 전국의 광역의원이 똑같은 수당과 의정 활동비를 받아야 한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송광태 창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의정비를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유능한 인재를 유입하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송광태/창원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의원을 하나의 직업인으로서 보고 어느 정도 만족하는 수준의 보수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 유급제를 했는데 거기에는 어림도 없이 지금 미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죠. 연봉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봐요."

행안부는 KBS 연속보도와 관련해 후속 조치에 나섰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인상률을 크게 올린 일부 지방의회를 중심으로 위법·부당한 사항이 있는지 확인하고, 시정 권고 등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행안부 지침 개정과 관련해선 이미 2026년까지 의정비가 결정됐고, 2027년부터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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