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매매 단속 '수박 겉 핥기'

입력 2004.10.07 (20:39) 수정 2005.01.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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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보름이 지났습니다.
성매매업소들, 그 동안 잠잠했으나 잠입취재해 봤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앞문 닫고 뒷문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격이었습니다.
⊙앵커: 더군다나 이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의 집회와 시위도 잇따르고 있고 경찰의 단속방법도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먼저 특별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 실태를 송창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집창촌의 붉은 등불은 꺼졌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호객행위가 조심스레 이루어집니다.
⊙업소 관계자: 우리 집 아가씨가 다섯이야.
⊙기자: 경찰 왔다갔다 하잖아요?
⊙업소 관계자: 괜찮아.
⊙기자: 업소 관계자는 어디론가 전화연락을 하고 이 여성을 따라 들어가자 불켜진 방들이 나타납니다.
업소 밖 길가에서는 남자 2명이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며 경찰의 단속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각 안마시술소가 밀집한 서울 장안동 일대.
단속을 하고 있다지만 호객행위는 여전합니다.
⊙업소 관계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단속) 끝났어요, 들어와요.
⊙기자: 이 업소에서는 경찰단속에 대비해 폐쇄회로TV까지 설치했습니다.
이 같은 장비 덕분인지 업소 주인은 손님 맞기에 분주합니다.
술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2차영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소 관계자: 아가씨들한테 애인 사이라 말하라고 교육시켜 요.
단속이 나와도 걸릴 이유가 없어요.
⊙기자: 일부 술집은 경찰과 내통하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자랑합니다.
⊙업소 관계자: 저희는 파출소하고 연결이 다 돼 있어요.
봉투 준 게 하루 이틀이에요?
⊙기자: 또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1:1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등 성매매가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오늘로써 겨우 보름이 지났지만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송창언입니다.
⊙앵커: 송창언 기자, 그런 말이 생각나네요.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매춘이다 이런 말도 있었는데 며칠 밤 새워가며 취재한 건가요?
⊙기자: 일단 사흘 밤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월요일 밤 청량리 집창촌을 돌아봤습니다.
집창촌이 경찰의 집중단속지역인 만큼 영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업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업소 관계자들 상당수는 경찰단속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앵커: 화면으로 봐도 그런데요.
경찰한테 봉투 준 게 한두 번이냐,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 다시 얘기해서 성매매 단속이 그만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수박 겉 핥기식이라고 할까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대규모 집창촌 성매매는 근절되다시피 했고 일반 술집등지에서 이루어지던 성매매도 상당부분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본 듯이 엄밀한 거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어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찰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조직적인 저항 그리고 필요악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 또 업소와의 일부 유착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성매매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대로 관련자들의 반발이 집단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업주와 여성은 2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먹고 살 길이 막연해지다 보니 성매매종사자들의 자살시도도 잇따르고 있고 도심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민단체들은 업주들의 생존권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며 경찰이 더 강력히 단속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법률시행을 둘러싼 장외대결을 이진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전국의 성매매 업소 종사자 3000여 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성매매 특별단속이 실시된 이후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정부에 대해 단속을 연기하고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성 매매 종사자: 저희들은 어디로 나가서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길거리로 나앉으라는 겁니까?
⊙성 매매 종사자: 이 영업에 종사하는 이유를 당신들만의 잣대로 편협한 생각으로 매도하지 말아 주십시오.
⊙기자: 여성단체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습니다.
⊙기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도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애꿎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정부의 조처가 너무 느슨하다며 철저한 법적용을 촉구했습니다.
성매매 업주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높였습니다.
⊙서주원(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성매매 단속을 위해하거나 성매매 범죄를 용인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요구임을 밝힌다.
⊙기자: 성매매 단속을 놓고 업소종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대립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진성입니다.
⊙앵커: 경찰단속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도 있죠.
바로 신고포상금제, 성파라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단순 성매매자와 업주들을 적발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매매신고포상금 제도, 즉 성매매 현장을 찍어 고발하면 그에 맞게 포상금을 주는 것인데요.
이 제도는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공갈 등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기간을 둬서 그 사람들 (윤락여성)도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다음에 (단속을) 해야 하는 거지...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은 솔직히 막말로 (단속에) 찬성은 안 할 것 같아요, 남자들은...
⊙육연수(경기도 남양주시): 성매매풍조가 너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더불어서 규제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장영주(서울시 영등포동): 생계를 책임져달라, 그런 식으로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질 것 같고...
⊙앵커: 그럼 말이죠, 앞으로 단속의 실효성도 높이고 또 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방법이나 대책은 없을까요?
⊙기자: 경찰 중심의 집중단속보다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물량투입 위주의 단순구속에서 인신구속에 의한 성매매 강요 등 악질 범죄 위주로 선택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관된 예산확보를 통해 성매매종사자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송창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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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 매매 단속 '수박 겉 핥기'
    • 입력 2004-10-07 20:05:55
    • 수정2005-01-14 17:44:26
    뉴스타임
⊙앵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이제 보름이 지났습니다. 성매매업소들, 그 동안 잠잠했으나 잠입취재해 봤더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앞문 닫고 뒷문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격이었습니다. ⊙앵커: 더군다나 이 성매매 업소 관계자들의 집회와 시위도 잇따르고 있고 경찰의 단속방법도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먼저 특별법이 시행된 뒤 성매매 실태를 송창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집창촌의 붉은 등불은 꺼졌습니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호객행위가 조심스레 이루어집니다. ⊙업소 관계자: 우리 집 아가씨가 다섯이야. ⊙기자: 경찰 왔다갔다 하잖아요? ⊙업소 관계자: 괜찮아. ⊙기자: 업소 관계자는 어디론가 전화연락을 하고 이 여성을 따라 들어가자 불켜진 방들이 나타납니다. 업소 밖 길가에서는 남자 2명이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하며 경찰의 단속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시각 안마시술소가 밀집한 서울 장안동 일대. 단속을 하고 있다지만 호객행위는 여전합니다. ⊙업소 관계자: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단속) 끝났어요, 들어와요. ⊙기자: 이 업소에서는 경찰단속에 대비해 폐쇄회로TV까지 설치했습니다. 이 같은 장비 덕분인지 업소 주인은 손님 맞기에 분주합니다. 술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성매매를 하는 이른바 2차영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소 관계자: 아가씨들한테 애인 사이라 말하라고 교육시켜 요. 단속이 나와도 걸릴 이유가 없어요. ⊙기자: 일부 술집은 경찰과 내통하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자랑합니다. ⊙업소 관계자: 저희는 파출소하고 연결이 다 돼 있어요. 봉투 준 게 하루 이틀이에요? ⊙기자: 또 원룸이나 오피스텔에서는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한 1:1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등 성매매가 주택가까지 파고들고 있습니다.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오늘로써 겨우 보름이 지났지만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성매매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뉴스 송창언입니다. ⊙앵커: 송창언 기자, 그런 말이 생각나네요. 인류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매춘이다 이런 말도 있었는데 며칠 밤 새워가며 취재한 건가요? ⊙기자: 일단 사흘 밤을 취재했습니다. 먼저 지난 월요일 밤 청량리 집창촌을 돌아봤습니다. 집창촌이 경찰의 집중단속지역인 만큼 영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영업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업소 관계자들 상당수는 경찰단속에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앵커: 화면으로 봐도 그런데요. 경찰한테 봉투 준 게 한두 번이냐, 이런 얘기도 있었는데 다시 얘기해서 성매매 단속이 그만큼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기자: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수박 겉 핥기식이라고 할까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대규모 집창촌 성매매는 근절되다시피 했고 일반 술집등지에서 이루어지던 성매매도 상당부분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앞서 본 듯이 엄밀한 거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고 있어 단속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경찰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조직적인 저항 그리고 필요악이 아니냐는 일부 시각, 또 업소와의 일부 유착 때문에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지 않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앵커: 성매매는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반대로 관련자들의 반발이 집단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현재 전국적으로 업주와 여성은 2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먹고 살 길이 막연해지다 보니 성매매종사자들의 자살시도도 잇따르고 있고 도심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민단체들은 업주들의 생존권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며 경찰이 더 강력히 단속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법률시행을 둘러싼 장외대결을 이진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전국의 성매매 업소 종사자 3000여 명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성매매 특별단속이 실시된 이후 살길이 막막해졌다며 정부에 대해 단속을 연기하고 먹고 살 방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성 매매 종사자: 저희들은 어디로 나가서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길거리로 나앉으라는 겁니까? ⊙성 매매 종사자: 이 영업에 종사하는 이유를 당신들만의 잣대로 편협한 생각으로 매도하지 말아 주십시오. ⊙기자: 여성단체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습니다. ⊙기자: 시각장애인 안마사들도 거리를 점령했습니다. 이들은 경찰의 집중단속으로 애꿎은 자신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오히려 정부의 조처가 너무 느슨하다며 철저한 법적용을 촉구했습니다. 성매매 업주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더욱 높였습니다. ⊙서주원(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생존권을 주장하면서 성매매 단속을 위해하거나 성매매 범죄를 용인해 달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며 용납될 수 없는 파렴치한 요구임을 밝힌다. ⊙기자: 성매매 단속을 놓고 업소종사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대립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습니다. KBS뉴스 이진성입니다. ⊙앵커: 경찰단속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도입되는 것도 있죠. 바로 신고포상금제, 성파라치,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것도 여러 가지 논란이 일고 있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 단순 성매매자와 업주들을 적발하는 데 그쳤습니다. 결국 단속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성매매신고포상금 제도, 즉 성매매 현장을 찍어 고발하면 그에 맞게 포상금을 주는 것인데요. 이 제도는 사생활 침해 논란과 함께 공갈 등 또 다른 범죄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기간을 둬서 그 사람들 (윤락여성)도 사회로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다음에 (단속을) 해야 하는 거지... ⊙인터뷰: 혼자 사는 사람들은 솔직히 막말로 (단속에) 찬성은 안 할 것 같아요, 남자들은... ⊙육연수(경기도 남양주시): 성매매풍조가 너무 만연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을 더불어서 규제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장영주(서울시 영등포동): 생계를 책임져달라, 그런 식으로 하는데 제가 봤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다 없어질 것 같고... ⊙앵커: 그럼 말이죠, 앞으로 단속의 실효성도 높이고 또 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방법이나 대책은 없을까요? ⊙기자: 경찰 중심의 집중단속보다는 성매매 종사자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물량투입 위주의 단순구속에서 인신구속에 의한 성매매 강요 등 악질 범죄 위주로 선택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입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일관된 예산확보를 통해 성매매종사자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송창언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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