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다른 인종도 나라도 싫다”…혐오 범죄 늘어나는 이유는?

입력 2023.01.04 (10:53) 수정 2023.01.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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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독일 시내에서 대낮에 한국이 유학생이 폭행을 당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달아난 범인 두 명은 아시아인 혐오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하는데요.

나와 다른 인종도 국적도 싫다는 혐오와 이로 인한 범죄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프랑스에서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동상이 인종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요?

[기자]

빅토르 위고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죠.

그런데 위고의 출생지, 프랑스 동부 브장송에 세워진 위고의 동상이 최근 페인트 테러를 당했습니다.

동상 얼굴이 하얀 페인트로 덮여 있죠.

이 동상을 둘러싼 논란은 두 달 전 시 당국이 동상을 보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동상의 얼굴색이 프랑스 백인에 비해 어둡게 칠해지면서, 빅토르 위고가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논쟁이 온라인상에서 퍼진 겁니다.

결국 복면을 쓴 무리가 동상의 얼굴에 페인트를 끼얹고 달아난 뒤, "아름다운 흰색으로 칠했다", "이제 위고는 진정한 프랑스인이 됐다"며 온라인상에 글을 올렸습니다.

[앵커]

하얀 얼굴을 두고 진정한 프랑스인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했다는 게 참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이런 폭력이 동상은 물론 사람까지 해치고 있죠?

[기자]

프랑스 파리 시내 쿠르드 문화센터와 그 주변에서 최근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났죠.

쿠르드족 3명이 숨졌는데, 외국인 혐오 범죄였습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외국인이나 이주민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는데요.

프랑스 내 쿠르드족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없는 혐오 범죄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죠.

미국에서는 지난해만 7천 건이 넘는 혐오 범죄가 일어났는데, 주로 인종이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선 반유대주의가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큰데요.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는 지난해 유대인 혐오로 발생한 살인, 폭력 등 강력 사건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혐오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영국의 한 범죄 자문 기관이 혐오 범죄가 최근 10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변해 왔는지 분석했는데요.

이전보다 혐오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온라인 활동의 증가를 꼽았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혐오 콘텐츠나 음모론 등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게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2년전 트럼프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벌어진 미국 의회 난입 사건의 뒤에, 미국의 온라인 극우 음모론 집단, '큐아논'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디지털혐오대응센터 대표 : "이것은 실패한 쿠데타였지만, 우리 모두가 매일 사용하는 SNS에서 주입되고 꾸며진 음모로 일어난 테러 행위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혐오 확산이 더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SNS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네, 지난해 뉴욕주 버팔로에서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은 18살짜리 백인 청년이었죠.

일부러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가서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인건데, 이른바 '대전환론'이라는 음모론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미국 권력층이 백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 자녀를 많이 낳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얘긴데요.

범인은 온라인상에 '대전환론'을 주장하면서 SNS로 자신의 범행을 생중계하기까지 했는데, 이 역시 2019년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혐오 범죄 SNS 중계를 따라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러쉬대 의학센터의 한 법의학자는 의학적으로도 어릴수록 음모론이나 인종차별적 수사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는데요.

"인간의 뇌는 25살이 될 때까지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며, "테러 단체가 십대를 목표로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을 단순히 감정만 상하고 마는 일로 치부해선 안 되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스웨덴 경찰은 한 대학교와 함께 온라인에 글을 쓸 때 혐오 표현을 걸러주는 '자동혐오탐지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SNS에 글을 쓸 때 알고리즘이 혐오표현 여부를 알려주고, 경고 메시지도 띄우는 방식입니다.

스웨덴은 혐오 표현을 기술적으로 차단해 더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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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다른 인종도 나라도 싫다”…혐오 범죄 늘어나는 이유는?
    • 입력 2023-01-04 10:53:37
    • 수정2023-01-04 11:00:50
    지구촌뉴스
[앵커]

최근 독일 시내에서 대낮에 한국이 유학생이 폭행을 당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습니다.

달아난 범인 두 명은 아시아인 혐오 발언을 하며 피해자를 무차별 폭행했다고 하는데요.

나와 다른 인종도 국적도 싫다는 혐오와 이로 인한 범죄가 세계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프랑스에서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빅토르 위고의 동상이 인종 차별 논란의 중심에 섰다고요?

[기자]

빅토르 위고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프랑스 문학의 거장이죠.

그런데 위고의 출생지, 프랑스 동부 브장송에 세워진 위고의 동상이 최근 페인트 테러를 당했습니다.

동상 얼굴이 하얀 페인트로 덮여 있죠.

이 동상을 둘러싼 논란은 두 달 전 시 당국이 동상을 보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동상의 얼굴색이 프랑스 백인에 비해 어둡게 칠해지면서, 빅토르 위고가 흑인으로 바뀌었다는 논쟁이 온라인상에서 퍼진 겁니다.

결국 복면을 쓴 무리가 동상의 얼굴에 페인트를 끼얹고 달아난 뒤, "아름다운 흰색으로 칠했다", "이제 위고는 진정한 프랑스인이 됐다"며 온라인상에 글을 올렸습니다.

[앵커]

하얀 얼굴을 두고 진정한 프랑스인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했다는 게 참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차이를 용납하지 않는 이런 폭력이 동상은 물론 사람까지 해치고 있죠?

[기자]

프랑스 파리 시내 쿠르드 문화센터와 그 주변에서 최근 무차별 총격 사건이 일어났죠.

쿠르드족 3명이 숨졌는데, 외국인 혐오 범죄였습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외국인이나 이주민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는데요.

프랑스 내 쿠르드족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지켜달라며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없는 혐오 범죄는 프랑스만의 일이 아니죠.

미국에서는 지난해만 7천 건이 넘는 혐오 범죄가 일어났는데, 주로 인종이나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선 반유대주의가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큰데요.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는 지난해 유대인 혐오로 발생한 살인, 폭력 등 강력 사건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런데 혐오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가 있다고요?

[기자]

영국의 한 범죄 자문 기관이 혐오 범죄가 최근 10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변해 왔는지 분석했는데요.

이전보다 혐오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온라인 활동의 증가를 꼽았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혐오 콘텐츠나 음모론 등 잘못된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이 늘고, 이게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범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겁니다.

대표적으로 2년전 트럼프의 대선 패배에 불복해 벌어진 미국 의회 난입 사건의 뒤에, 미국의 온라인 극우 음모론 집단, '큐아논'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습니다.

[미국 디지털혐오대응센터 대표 : "이것은 실패한 쿠데타였지만, 우리 모두가 매일 사용하는 SNS에서 주입되고 꾸며진 음모로 일어난 테러 행위였습니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온라인을 통한 혐오 확산이 더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SNS와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이 특히 취약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기자]

네, 지난해 뉴욕주 버팔로에서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는데, 범인은 18살짜리 백인 청년이었죠.

일부러 흑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가서 무차별 총기 난사를 벌인건데, 이른바 '대전환론'이라는 음모론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미국 권력층이 백인 인구를 줄이기 위해 자녀를 많이 낳는 이민자들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허무맹랑한 얘긴데요.

범인은 온라인상에 '대전환론'을 주장하면서 SNS로 자신의 범행을 생중계하기까지 했는데, 이 역시 2019년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혐오 범죄 SNS 중계를 따라 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러쉬대 의학센터의 한 법의학자는 의학적으로도 어릴수록 음모론이나 인종차별적 수사에 취약하다고 지적하는데요.

"인간의 뇌는 25살이 될 때까지 완전히 발달하지 않는다"며, "테러 단체가 십대를 목표로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온라인상의 혐오 표현을 단순히 감정만 상하고 마는 일로 치부해선 안 되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데요.

스웨덴 경찰은 한 대학교와 함께 온라인에 글을 쓸 때 혐오 표현을 걸러주는 '자동혐오탐지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거나 SNS에 글을 쓸 때 알고리즘이 혐오표현 여부를 알려주고, 경고 메시지도 띄우는 방식입니다.

스웨덴은 혐오 표현을 기술적으로 차단해 더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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