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과학 없는 과학 강국은 공염불

입력 2004.12.21 (21:57)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현상도 문제지만 특히 정부가 기초과학 지원에 인색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않고는 과학기술강국도 공염불이기 때문입니다.
박찬형 기자가 우리 기초과학의 현주소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공위성이 보내온 성층권 자료를 분석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물질의 성분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실용화나 상업화가 어려워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최우갑(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많은 교수님들이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싶어하지만 정부에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응용을 원하죠.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마는 그렇게 되면 아마추어밖에 안 되는 거죠.
⊙기자: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은 20.4%, 특히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5%로 한 해 3000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24.4%, 영국 33.2%보다 열악합니다.
⊙대학 기초과학부 교수: 모든 연구비가 응용성, 시장성, 투자 가치로 몰아가는데,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처음에는 의옥이 있지만 (연구비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20:1이라면 하겠어요?
⊙기자: 응용기술에 밀린 기초과학자들에게 노벨상 도전은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김성근(서울대 화학과 교수): 전국에 있는 기초과학분야 연구자들은 90% 이상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학자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봐야죠.
⊙기자: 이렇게 기초과학이 홀대를 받으면서 연구에 한계를 느낀 고급두뇌들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우수인력 10명 가운데 4.6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나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거의 2배 수준입니다.
⊙라비 메논(캐나다 로버츠 연구소 교수): 대학은 기초연구의 중심입니다.
대학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해외에 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습니다.
⊙기자: 그 동안 단기간에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응용기술 지원에 전력해 온 정부정책은 국민소득 1만달러용밖에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리처드 테일러(교수/9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기초과학 연구가 산업적 성과를 가져 오기도 하지만, 응용 기술 관점에서 기초 연구를 지원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기자: 기초과학 없는 기술강국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다름 없습니다.
KBS뉴스 박찬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초 과학 없는 과학 강국은 공염불
    • 입력 2004-12-21 21:14:5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현상도 문제지만 특히 정부가 기초과학 지원에 인색한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초과학이 튼튼하지 않고는 과학기술강국도 공염불이기 때문입니다. 박찬형 기자가 우리 기초과학의 현주소를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공위성이 보내온 성층권 자료를 분석해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물질의 성분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실용화나 상업화가 어려워 정부의 예산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최우갑(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많은 교수님들이 기초과학을 연구하고 싶어하지만 정부에서는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응용을 원하죠. 그렇게 할 수도 있습니다마는 그렇게 되면 아마추어밖에 안 되는 거죠. ⊙기자: 우리나라 연구개발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은 20.4%, 특히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는 5%로 한 해 3000억원에 그치고 있습니다. 미국의 24.4%, 영국 33.2%보다 열악합니다. ⊙대학 기초과학부 교수: 모든 연구비가 응용성, 시장성, 투자 가치로 몰아가는데, 연구원이나 교수들이 처음에는 의옥이 있지만 (연구비를 타기 위한 경쟁률이) 20:1이라면 하겠어요? ⊙기자: 응용기술에 밀린 기초과학자들에게 노벨상 도전은 남의 나라 얘기입니다. ⊙김성근(서울대 화학과 교수): 전국에 있는 기초과학분야 연구자들은 90% 이상이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학자로서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봐야죠. ⊙기자: 이렇게 기초과학이 홀대를 받으면서 연구에 한계를 느낀 고급두뇌들은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찾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우수인력 10명 가운데 4.6명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해외로 나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거의 2배 수준입니다. ⊙라비 메논(캐나다 로버츠 연구소 교수): 대학은 기초연구의 중심입니다. 대학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않으면 해외에 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습니다. ⊙기자: 그 동안 단기간에 기술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응용기술 지원에 전력해 온 정부정책은 국민소득 1만달러용밖에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리처드 테일러(교수/9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기초과학 연구가 산업적 성과를 가져 오기도 하지만, 응용 기술 관점에서 기초 연구를 지원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기자: 기초과학 없는 기술강국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다름 없습니다. KBS뉴스 박찬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