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 정치권, 국회 앞은 농성장

입력 2004.12.28 (21:58)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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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타결짓지 못하자 국회의사당 밖 여의도는 연일 국보법 폐지와 사수를 외치는 농성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창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민들이 국회 정문을 밀고 들어옵니다.
국가보안법 해결의 열쇠를 쥔 국회 안에서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국보법을 놓고 논의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국론만 나누어놓은 채 아무런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폐지냐 존치냐를 놓고 여의도 국회 앞은 거대한 농성장이 돼 버렸습니다.
반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폐지파의 집회가 매일같이 반복되고 농성을 위한 천막은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천막 한켠에 빼곡하게 들어찬 이름은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마음으로 동참하는 사람들의 지원물품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박병규(단식 농성자): 아무래도 여기 나온 사람들이 다같이 마음이 하나니까 그래도 좀 버텨나가고 힘 있게 나갈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추위도 이겨내고.
⊙기자: 이달 초 300명으로 시작한 단식농성자는 13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단식 도중 벌써 30여 명이 쓰러졌습니다.
이렇게라도 압박하지 않으면 정치권의 해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오길성(농성 참가자): 연내 폐지하겠다, 안 하겠다 이렇게 왔다갔다하면서 과연 폐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기자: 하지만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또 다른 농성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거리는 30m 안팎이지만 생각의 차이는 극과 극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북좌익세력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국가보안법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야가 지루한 국보법 논쟁을 계속하면서 영하의 기온 속에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 앞 각기 다른 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빨리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분명한 대답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KBS뉴스 정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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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기력 정치권, 국회 앞은 농성장
    • 입력 2004-12-28 21:22:27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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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야가 국가보안법 문제를 타결짓지 못하자 국회의사당 밖 여의도는 연일 국보법 폐지와 사수를 외치는 농성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정창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민들이 국회 정문을 밀고 들어옵니다. 국가보안법 해결의 열쇠를 쥔 국회 안에서 집회를 열어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치권이 국보법을 놓고 논의를 시작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국론만 나누어놓은 채 아무런 해법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국가보안법 폐지냐 존치냐를 놓고 여의도 국회 앞은 거대한 농성장이 돼 버렸습니다. 반인권악법인 국가보안법은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는 폐지파의 집회가 매일같이 반복되고 농성을 위한 천막은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천막 한켠에 빼곡하게 들어찬 이름은 단식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한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단식이 길어지면서 마음으로 동참하는 사람들의 지원물품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박병규(단식 농성자): 아무래도 여기 나온 사람들이 다같이 마음이 하나니까 그래도 좀 버텨나가고 힘 있게 나갈 수 있는 것 같은데요, 추위도 이겨내고. ⊙기자: 이달 초 300명으로 시작한 단식농성자는 13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단식 도중 벌써 30여 명이 쓰러졌습니다. 이렇게라도 압박하지 않으면 정치권의 해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오길성(농성 참가자): 연내 폐지하겠다, 안 하겠다 이렇게 왔다갔다하면서 과연 폐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큰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기자: 하지만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면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하는 또 다른 농성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거리는 30m 안팎이지만 생각의 차이는 극과 극입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친북좌익세력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국가보안법으로 지켜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여야가 지루한 국보법 논쟁을 계속하면서 영하의 기온 속에 시민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 앞 각기 다른 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이 빨리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분명한 대답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KBS뉴스 정창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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