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장벽, 색각 이상

*오프닝 멘트:
백 50만 명에 이르는 색각 이상자들이 진로선택이나 취업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색각 이상에 대한 취업제한은 경찰과 소방직 등 공무원 채용은 물론 기술직을 채용하는 민간기업까지 적용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색각 이상은 단지 색각표를 읽는 데 어려움이 있을 뿐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 때문에 취업제한은 차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
어릴 적부터 바다를 동경해 부산 해양대학을 선택한 정 모씨. 그러나 정씨는 지난 2000년 대학생활 2년만에 자신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색각 이상으로
해양경찰이 되거나 해운회사 등에 취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정 모씨(대학생/색각이상):
“색약인건 알고 있었지만 학교에서 건강진단서를 승선가능으로 도장 찍고 입학해서 그때 당시 무리 없이 학교생활 했는데 막상 2학년이 되고나서 신체를 점검하다 보니까 학교에는 합격을 시켜줬지만 일반 대표적인 기업, 해운회사에서는 실질적으로 많은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
정씨는 대학을 자퇴한 뒤 2년 동안의 군 복무를 마치고 현재 다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색각 이상 문제로 여전히 진로 선택에는 고민이 많습니다.

*정 모씨(대학생/색각이상):
“신체적 결함 때문에 해운회사에 취업하는 데 실질적 제한이 있어 가지고 빨리 바꿨는데 동아대 법학과 와서도 경찰쪽으로 시험 치려니까 그 쪽에서도 색약자의 제재가 있어서 참 난감합니다.”

*박정호 기자:
경찰직이 적성에 맞다는 이 모씨는 지난 해부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씨는 지난해 필기시험을 볼 수 없었습니다. 경찰 채용 신체검사에서 색각 이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 이 모씨(경찰시험 준비/색각이상):
“경찰청 답변에 보면 저는 신창원 같이 얼룩무늬 옷을 입고 다녔을 경우에는 저 같은 색약 이상자들은 그것을 구별할 수 없다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람을 현재로써 이상없이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전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호 기자:
이처럼 경찰과 소방,교정직 공무원의 경우 색각 이상자들은 취업을 제한 받고 있습니다. 경찰의 경우 용의자나 도주차량의 식별을 이유로, 소방의 경우 화재현장에서 미세한 색을 구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특히 소방방채청은 올해부터 색각과 관련해 신체검사를 강화했습니다.

* 장거래(소방방재청 소방경):
“화재 진압시에 위험물 상황에 따라 불꽃 색깔이 달라서 화재진압 하는데 위험성을 증대시키거나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 많아졌기 때문에 색약자까지 포함해서 제한을 하게 되었습니다.”

*박정호 기자:
이와 달리 군에서는 규제가 완화됐습니다. 육군과 해군사관학교는 약도의 색각 이상자들에게 입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운전면허의 경우에도 색각표를 읽지 못하더라도 신호등을 구분할 수 있다면 면허가 발급됩니다. 상대적으로 경찰과 소방당국에 대한 색각 이상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 비해 완화되긴 했지만 일반직 공무원 채용에도 제한은 있습니다.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있는 색각 이상자들에 한해 취업을 제한한다는 규정입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이 규정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합니다. 전자와 통신,제약과 항공,해운업 관련 대기업들은 기술직 채용에서 색각 이상자를 배제하고 있습니다.

* 김철기(KT 홍보팀):
“인터넷 장비, 교환장비, 망 운용장비 등의 장비 운용에 있어서 녹색, 적색의 램프의 구분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업무를 수행하는 통신기술직의 경우에 한하여 취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박정호 기자:
문제는 색각 이상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기관에 따라 다르다는 것입니다. 서울 도시철도공사의 통신실. 지하철의 진행상황이 전광판에 표시됩니다. 주로 사용하는 색은 빨강과 파랑, 노랑과 흰색 등 4가집니다. 서울 지하철과 도시철도공사는 운전과 통신,신호직종 등 기술직의 경우 색각 이상자의 취업을 받아주지 않고 있습니다. 순간적인 대응능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차원선(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
“네가지색을 구분해야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가 되기 때문에…”

*박정호 기자:
하지만 부산지하철을 운영하는 부산교통공단의 판단은 다릅니다. 통신, 신호 직종은 물론 기관사까지 색각 이상은 취업의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박영태(부산교통공단 인사팀장):
“지하철의 경우에 가장 중요한 게 기관사입니다. 기관사는 저희들이 1차적으로 실제 상황을 가지고 기능적성검사과정에서 1차적으로 걸러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체검사상 색각이상자 표기가 된다 하더라도 저희들이 거기에 대한 제한 두고 있지 않는 실정입니다.”

*박정호 기자:
이런 상황에서 취업을 앞둔 색각 이상자는 물론 색각 이상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조병관(대학생/색각이상):
“요즘 같은 취업난에 색약 눈의 이상으로 미래 장래가, 진로가 좁아진다는 데 것에 상당히 실망을 느끼고 있구요.”

*이경림(색각이상 학부모):
“이런 걱정이 앞서는 이유가 애는 이공계나 처음에는 의대를 가려고 생각을 많이하고 있었는데 신체조건이 받아들일 수 있다니까, 진로를 바꿔야 되니까 애가 상당히 방황을 하죠. 부모들 입장에서 굉장히 걱정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박정호 기자:
이 같은 제한은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색각 이상자들의 주장입니다. 4년째 부산교통공단 통신실에서 일하고 있는 서 모씨.

*서 모씨(부산교통공단 직원):
(이런 색깔 구분은 문제가 없습니까?)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이건 무슨 색이죠?)
“붉은색 지금 들어왔고요.”
(불이 꺼진 상태?)
“네. 녹색 들어와 있고, 여긴 꺼져있고…”
(반짝반짝 하는거죠?)
“반짝반짝하고 있고…”

*박정호 기자:
약도의 색각 이상인 서 씨는 일상생활이나 업무에서 정상인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말합니다.

*서 모씨(부산교통공단 직원):
“그러니까 평소에 일을 하면서도 내가 불편하다 이런 걸 느끼면, 평소에 생각을 하는데, 그런 생각없이 그냥 똑같이 그냥 일을 하고 있거든요. 내가 색각이상자… 이런 개념이 아니니까.”

*박정호 기자:
“광주 과학기술원 레이져 광학실험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문석배 씨. 중간 정도의 색각 이상인 문씨지만 실험과 연구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색각 이상자들은 단지 색각표를 읽지 못할 뿐 색 구분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문석배(광주 과학기술원 박사과정/색각이상):
“옛날에는 색을 가지고 어떤 정보를 읽은 단순한 표시 방법이 많이 쓰였는데 지금은 다 개척 장비나 이런 것들이 디지털화 돼서 숫자로 표시하거나 이런 식으로 돼 있거든요.”

*박정호 기자:
색각 이상의 판정 기준도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색각 이상의 판정은 대부분 한식 색각검사표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색각표는 색각 이상의 유무를 찾아낼 수 있지만 그 정도를 판정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주영수(한림대 산업의학과장):
“정도를 구별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다만 색맹이 굉장히 적다는 거는 이견이 없어요. 의학적으로. 색맹은 아마 대단히 적을거다라고 하는 거는 누구도 이견이 없고, 그런데 색약이, 색약이라고 하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고 보시면 되고요. 대부분 경미하고요, 대부분 경미한 정도. 일부가 좀 심한 사람들이 있고…”

*박정호 기자:
실제로 색각 이상자들이 보는 색감을 컴퓨터로 재현한 화면입니다. 약도의 색각 이상의 경우 정상인이 보는 색깔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색각 이상의 80%이상이 색구분에 문제가 없는 약도의 색각 이상입니다. 이같은 색각 이상은 성염색체 열성유전으로 현재 우리나라 남성의 5%,여성은 0.5%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색맹과 색약이라는 용어도 일반인들의 오해를 키웠습니다.

*주영수(한림대 산업의학과장):
“색각 이상이라고 얘기하는 게 맞아요. 이거를 너무 잘못 얘기해서 색맹이라는, 저으이도 잘 모르면서 색맹이라고 다 해버렸단 말이죠. 색각 이상이죠. 색각 이상의 정도, 시비어리티가 차이가 있을 뿐인데...”

*박정호 기자: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색각 이상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제한하기보다는 실제 업무와 유사한 상황을 주고 대처능력에 따라 취업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주영수(한림대 산업의학과장):
“색각 이상 여부를 그냥 책으로 낙인을 하나 붙어가는 걸로 제껴버리는 게 아니라 샛각 이상으로 굳이 업무에 제한을 두고자 한다면 플랙티컬 테스트를 해야 합니다. 실제 그 사람이 종사해야 될 상황에서 그 일,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색각 이상 때문에 그 일을 수행을 못 하는 지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해서 통과하면 아무 문제 없는거죠.”

*이정웅(화가/색각 이상):
“제가 미대를 딱 세 번 쳤습니다. 세 번치고 포기를 했는데 딱 20년 후에…”

*박정호 기자:
20년 만에 대학생이 된 이정웅 화백도 색각 이상 규제로 인한 피해자의 한 사람이지만 꿈을 접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색감에 대한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이 화백은 색각 이상에 대한 편견이 바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정웅(화가/색각 이상):
“전혀 색깔을 분간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고요. 적색,
녹색 다 볼 수 있구요. 저 같은 경우는 적녹색약인데 전혀 그림과 관계없고, 안 그러면 제가 그림을 못할 것 아닙니까.”

*박정호 기자:
현재 색각 이상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취업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차별을 없애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색각 이상자의 취업제한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진순(국가인권위 조사관):
“색각 이상에 대한 기본적 정의와 이해, 이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인 것 같고요. 그리고 실태조사, 얼마만큼 실질적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부분과 외국 사례들 검토해 보는 것, 그러면서 합리적 대안을 고민해 보는 것. 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박정호 기자: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불편이 없다는 색각 이상자들. 진로선택과 취업은 곧 한 개인의 꿈과 희망일 수 있기에 현재와 같은 취업제한은 백 50만 명의 색각 이상자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