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남용 부추기는 과잉 처방

입력 2005.03.25 (22:15)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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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부 의료기관들이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과다한 약을 중복 처방해 약물 남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한기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병을 잘 고쳐 용하다는 소문으로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의원입니다.
감기증상을 보인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내린 처방전에는 콧물, 해열, 기침 치료제 등 6종류의 약이 처방됐습니다.
타리온정과 니메리드정의 약효는 복합제제인 후리코정 성분 속에 들어 있어 약효가 중복됩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인 텍사메타손정은 급성 천식 때 쓰는 약품이지만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을 꺼리고 있습니다.
⊙박동균(가천의대 길병원 내과 교수): 텍사메타손정 같은 호르몬제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게 세균성 감염일 경우 오히려 병을 폐렴으로 진행시키는 역할을 수도 있고요.
⊙기자: 노인들이 많이 찾는 의원이 감기증상을 보인 80살 할머니에게 내린 처방전입니다.
항생제와 알레르기 약, 그리고 기침, 가래 치료를 위해 비슷한 효능의 약 3가지가 처방됐습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약효가 조금씩 차이가 나 섞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담당 의사: 코데솔은 기침이 잘 듣고 가래에는 안 듣죠.
암브록솔은 가래는 잘 듣는데 기침엔 안 들어요.
(두 약을) 합해야만 기침과 가래를 잡죠.
⊙기자: 게다가 고령인데도 항생제 등을 포함해 9가지의 약을 20일이나 복용해야 합니다.
많은 의사들은 이 같은 과잉처방과 장기복용이 오히려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고 특히 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OO의대 교수(전화): 노인일수록 약 반응이 간 대사가 안 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이라도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죠.
신장으로 약이 안 빠져나오니까, 의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처방이죠.
⊙기자: 많은 약을 써서라도 빨리 낫게 해 주면 일시적으로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체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과도한 처방은 약제비용의 부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보다 안전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뉴스 한기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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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물 남용 부추기는 과잉 처방
    • 입력 2005-03-25 21:31:28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일부 의료기관들이 감기와 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과다한 약을 중복 처방해 약물 남용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한기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병을 잘 고쳐 용하다는 소문으로 환자들이 많이 몰리는 의원입니다. 감기증상을 보인 중학교 3학년 학생에게 내린 처방전에는 콧물, 해열, 기침 치료제 등 6종류의 약이 처방됐습니다. 타리온정과 니메리드정의 약효는 복합제제인 후리코정 성분 속에 들어 있어 약효가 중복됩니다. 부신피질호르몬제인 텍사메타손정은 급성 천식 때 쓰는 약품이지만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을 꺼리고 있습니다. ⊙박동균(가천의대 길병원 내과 교수): 텍사메타손정 같은 호르몬제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게 세균성 감염일 경우 오히려 병을 폐렴으로 진행시키는 역할을 수도 있고요. ⊙기자: 노인들이 많이 찾는 의원이 감기증상을 보인 80살 할머니에게 내린 처방전입니다. 항생제와 알레르기 약, 그리고 기침, 가래 치료를 위해 비슷한 효능의 약 3가지가 처방됐습니다. 그러나 담당 의사는 약효가 조금씩 차이가 나 섞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담당 의사: 코데솔은 기침이 잘 듣고 가래에는 안 듣죠. 암브록솔은 가래는 잘 듣는데 기침엔 안 들어요. (두 약을) 합해야만 기침과 가래를 잡죠. ⊙기자: 게다가 고령인데도 항생제 등을 포함해 9가지의 약을 20일이나 복용해야 합니다. 많은 의사들은 이 같은 과잉처방과 장기복용이 오히려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고 특히 체력이 약한 노인들에게는 더 위험하다고 경고합니다. ⊙OO의대 교수(전화): 노인일수록 약 반응이 간 대사가 안 되기 때문에 똑같은 양이라도 과도하게 반응할 수 있죠. 신장으로 약이 안 빠져나오니까, 의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처방이죠. ⊙기자: 많은 약을 써서라도 빨리 낫게 해 주면 일시적으로는 좋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인체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과도한 처방은 약제비용의 부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보다 안전한 처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뉴스 한기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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