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응급환자 50% 더 살 수 있었다
입력 2000.04.27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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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진 앵커 :
각종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와서 숨을 거둔 환자들 가운데 반 이상이 살 수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응급환자의 이송체계에서부터 전문 인
력과 시설, 장비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아까운 생명을 구하지 못하
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성완, 홍사훈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김성완 기자 :
교통사고 세계 1위, 끝없이 이어졌던 수많은 참사, 응급실로 실려온 많은 외상환자들 가
운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망합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외상환자
들 가운데 반 이상이 살릴 수 있는 환자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97년과 98년 2년 동안 종합병원급 응급의료센타 6곳에서
숨진 외상 환자 131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특히 이들 사망환자 가운데 1/3은 생존할
가능성이 무려 75% 이상이었습니다. 선진국의 응급실에선 생존 가능성이 50%를 넘는 환
자가 숨을 거두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낙후한 응급실 상황이 치료 가능한 환자를 죽음
으로 내모는 것입니다. 환자 이송에서 응급실 처치까지 131명의 환자에게서 모두 753건,
한 사람당 5.75건의 미비점이 발견됐습니다.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미비점도 무려
369건으로 이중에선 응급실 처치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필수처치인
수혈, 호흡유지, 쇼크치료 등에 소홀한 경우가 특히 많았으며, 필요한 과의 전문의가 아
예 없거나 뒤늦게 도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1명 이상 배치하도록 돼 있는 응
급실 전담 전문의가 1명도 없는 곳이 1/3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응급실 운영이 부실한
것은 낮은 응급의료 수가 때문입니다. 현행 체제에선 응급실 처치료가 지나치게 낮게 잡
혀있어 응급실에 투입되는 돈의 26%만을 병원이 회수할 수 있는 실정입니다. 병원에선
이 때문에 적자 투성이인 응급실에 대한 지원을 극히 꺼리고 있습니다.
⊙ 김창엽 /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
별도로 투자해야 되는 비중이 그 만큼 큰 분야인데 현재의 수가 체계로는 그런 간접적인
경비, 예를 들면 빈 병상이라든지 대기하는 인력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한 보상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기가 좀 어렵죠.
⊙ 김성완 기자 :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응급의료 체계를 확실히 구축한 이후 불필요하게 숨지는 환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출범 7년째를 맞은 우리 나라 응급의료 체계에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완입니다.
응급후송도 허술
⊙ 홍사훈 기자 :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롯데 임수혁 선수, 그러나 4분내에 이루어져야
할 심폐소생 응급조치가 구급차 안에서 불가능했습니다.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하는 심
실 제세동기란 전기 충격 장비가 구급차 안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 김태한 / 서울시 소방본부 구급대장 :
환자를 병원에 가서 살린다는 것은 너무 늦고, 구급차 안에 이 기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생명이 좌우되고 있습니다.
⊙ 홍사훈 기자 :
그러나 현재 서울시내 116대 구급차 가운데 심실 제세동기를 갖춘 구급차는 56대에 불과
합니다. 더욱이 지방의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응급환자를 어떤 병원으로 이송해
야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서울의 경우 응급환자의 27.3%가 적절한 치료시설이 없
는 병원으로 잘못 이송됐고, 광주의 경우 40.1%나 됐습니다. 구급차 안에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응급차 안에 의사가 항상 같이 타고 다니면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어느 병원으로 갈지 판단합니다.
⊙ 미셀 베르 / 프랑스 응급구조팀장 :
의료진이 환자가 입원할 병원과 수술실을 미리 확인해 운반합니다.
⊙ 홍사훈 기자 :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를 가능한 한 온전한 상태로 살린다는
응급체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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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 응급환자 50% 더 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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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18-08-29 15:00:00
⊙ 김종진 앵커 :
각종 사고로 응급실에 실려와서 숨을 거둔 환자들 가운데 반 이상이 살 수도 있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응급환자의 이송체계에서부터 전문 인
력과 시설, 장비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아까운 생명을 구하지 못하
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성완, 홍사훈 두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김성완 기자 :
교통사고 세계 1위, 끝없이 이어졌던 수많은 참사, 응급실로 실려온 많은 외상환자들 가
운데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망합니다. 그런데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다 숨진 외상환자
들 가운데 반 이상이 살릴 수 있는 환자였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97년과 98년 2년 동안 종합병원급 응급의료센타 6곳에서
숨진 외상 환자 131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특히 이들 사망환자 가운데 1/3은 생존할
가능성이 무려 75% 이상이었습니다. 선진국의 응급실에선 생존 가능성이 50%를 넘는 환
자가 숨을 거두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낙후한 응급실 상황이 치료 가능한 환자를 죽음
으로 내모는 것입니다. 환자 이송에서 응급실 처치까지 131명의 환자에게서 모두 753건,
한 사람당 5.75건의 미비점이 발견됐습니다.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결정적 미비점도 무려
369건으로 이중에선 응급실 처치 과정에서 발생한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필수처치인
수혈, 호흡유지, 쇼크치료 등에 소홀한 경우가 특히 많았으며, 필요한 과의 전문의가 아
예 없거나 뒤늦게 도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법적으로 1명 이상 배치하도록 돼 있는 응
급실 전담 전문의가 1명도 없는 곳이 1/3에 달했습니다. 이처럼 응급실 운영이 부실한
것은 낮은 응급의료 수가 때문입니다. 현행 체제에선 응급실 처치료가 지나치게 낮게 잡
혀있어 응급실에 투입되는 돈의 26%만을 병원이 회수할 수 있는 실정입니다. 병원에선
이 때문에 적자 투성이인 응급실에 대한 지원을 극히 꺼리고 있습니다.
⊙ 김창엽 / 서울의대 의료관리학 교수 :
별도로 투자해야 되는 비중이 그 만큼 큰 분야인데 현재의 수가 체계로는 그런 간접적인
경비, 예를 들면 빈 병상이라든지 대기하는 인력이라든지 이런 거에 대한 보상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기가 좀 어렵죠.
⊙ 김성완 기자 :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응급의료 체계를 확실히 구축한 이후 불필요하게 숨지는 환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출범 7년째를 맞은 우리 나라 응급의료 체계에
일대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완입니다.
응급후송도 허술
⊙ 홍사훈 기자 :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 롯데 임수혁 선수, 그러나 4분내에 이루어져야
할 심폐소생 응급조치가 구급차 안에서 불가능했습니다.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하는 심
실 제세동기란 전기 충격 장비가 구급차 안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 김태한 / 서울시 소방본부 구급대장 :
환자를 병원에 가서 살린다는 것은 너무 늦고, 구급차 안에 이 기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환자의 생명이 좌우되고 있습니다.
⊙ 홍사훈 기자 :
그러나 현재 서울시내 116대 구급차 가운데 심실 제세동기를 갖춘 구급차는 56대에 불과
합니다. 더욱이 지방의 경우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응급환자를 어떤 병원으로 이송해
야 하는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서울의 경우 응급환자의 27.3%가 적절한 치료시설이 없
는 병원으로 잘못 이송됐고, 광주의 경우 40.1%나 됐습니다. 구급차 안에 의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의 경우 응급차 안에 의사가 항상 같이 타고 다니면서 환자의 상태를
보고 어느 병원으로 갈지 판단합니다.
⊙ 미셀 베르 / 프랑스 응급구조팀장 :
의료진이 환자가 입원할 병원과 수술실을 미리 확인해 운반합니다.
⊙ 홍사훈 기자 :
환자를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환자를 가능한 한 온전한 상태로 살린다는
응급체제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사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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