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누나가 지켜줄게…17시간 잔해 떠받친 소녀…아! 튀르키예

입력 2023.02.09 (18:01) 수정 2023.02.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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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 남매가 끼어 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엔 두려움과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가녀린 팔로 잔해를 떠받치고 있는 누나는, 어린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무려 17시간을 버텼습니다.

기력이 다해갈 즈음 이들 남매는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누나는 "동생과 저를 꺼내주시면 평생 노예가 되어 일하겠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구조 영상을 올린 현지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랍 문화권에서 '노예가 되겠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감사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였습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부 건물 잔해 속에선 갓 태어난 아기와 엄마가 나란히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이 엄마와 이어진 상태였습니다.

엄마는 건물 잔해에 깔린 채 사력을 다해 출산하고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는 계속 늘어, 사망자는 만 오천 명을 넘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현재로선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지진과 추위가 생존자들의 골든 타임을 갉아 먹고, 이재민들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겐 우리가 필요해. 너를 보냈으면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지? (영광입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일라'는 한국 전쟁 당시 한국인 고아를 보살펴준 튀르키예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여전히 터키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튀르키예와 한국의 관계는 이렇게 특별합니다.

한국 전쟁 당시 튀르키예군은 전쟁 고아를 모아 학교를 세워서 돌봤고,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형제의 나라 한국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가 큽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두 나라가 3, 4위 전에서 만났을 때도 상암월드컵경기장엔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가 나란히 관중석을 덮었습니다.

형제국 튀르키예 선수들을 위한 붉은 악마의 '배려'였습니다.

한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예상했던 튀르키예 중계진들도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선, 당시 산불로 큰 피해를 겪고 있던 튀르키예를 위해 선수단의 기부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진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또 한 장의 사진.

잔해에 묻혀 숨진 딸은 겨우 팔 하나만 내놓고 있고, 이 손을 잡은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도 없는 석상이 돼버렸습니다.

딸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을 태세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10명의 구호대를 급파했고 구조소식도 들려오곤 있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 차원의 인력, 장비, 예산 지원과 함께 민간의 자발적 연대와 도움도 빠르게 확산돼야 합니다.

예닌다이즈, 튀르키예.

튀르키예 말로 '당신과 함께 합니다'라는 뜻입니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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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9 18:01:16
    • 수정2023-02-09 20:18:33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무너진 건물 사이에 남매가 끼어 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엔 두려움과 간절함이 가득합니다.

가녀린 팔로 잔해를 떠받치고 있는 누나는, 어린 동생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이렇게 무려 17시간을 버텼습니다.

기력이 다해갈 즈음 이들 남매는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당시 누나는 "동생과 저를 꺼내주시면 평생 노예가 되어 일하겠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나 절박했으면.

구조 영상을 올린 현지 기자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아랍 문화권에서 '노예가 되겠다'는 말은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감사를 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였습니다.

튀르키예 지진 피해를 입은 시리아 북부 건물 잔해 속에선 갓 태어난 아기와 엄마가 나란히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아기는 탯줄이 엄마와 이어진 상태였습니다.

엄마는 건물 잔해에 깔린 채 사력을 다해 출산하고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튀르키예 지진의 피해는 계속 늘어, 사망자는 만 오천 명을 넘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현재로선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지진과 추위가 생존자들의 골든 타임을 갉아 먹고, 이재민들의 삶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에겐 우리가 필요해. 너를 보냈으면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지? (영광입니다.)"]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일라'는 한국 전쟁 당시 한국인 고아를 보살펴준 튀르키예 군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여전히 터키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튀르키예와 한국의 관계는 이렇게 특별합니다.

한국 전쟁 당시 튀르키예군은 전쟁 고아를 모아 학교를 세워서 돌봤고, 그 고마움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형제의 나라 한국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가 큽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두 나라가 3, 4위 전에서 만났을 때도 상암월드컵경기장엔 태극기와 튀르키예 국기가 나란히 관중석을 덮었습니다.

형제국 튀르키예 선수들을 위한 붉은 악마의 '배려'였습니다.

한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을 예상했던 튀르키예 중계진들도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선, 당시 산불로 큰 피해를 겪고 있던 튀르키예를 위해 선수단의 기부가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지진의 참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또 한 장의 사진.

잔해에 묻혀 숨진 딸은 겨우 팔 하나만 내놓고 있고, 이 손을 잡은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도 없는 석상이 돼버렸습니다.

딸을 온전히 품을 수 있을 때까지 잡은 손을 놓지 않을 태세입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110명의 구호대를 급파했고 구조소식도 들려오곤 있지만, 여전히 부족해 보입니다.

정부 차원의 인력, 장비, 예산 지원과 함께 민간의 자발적 연대와 도움도 빠르게 확산돼야 합니다.

예닌다이즈, 튀르키예.

튀르키예 말로 '당신과 함께 합니다'라는 뜻입니다.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희도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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