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휠체어 이동권 vs 자전거 안전”…아파트 갈등 왜?

입력 2023.02.10 (12:43) 수정 2023.02.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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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인도의 경계석 철거 문제로 주민 간 갈등이 격화돼, 지자체를 넘어 인권위까지 개입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애인 이동권'과 안전 문제를 두고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른 건데 자세한 내용,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음식점에 갈 때도, 휠체어를 타고 한 번 외출하기가 여간 막막한 게 아닙니다.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생활, 많은 장애인들이 꿈꾸는 모습인데요.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집 앞.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지체장애인 채정균 씨가 사는 아파트 인도엔 경계석이 있습니다.

약 12cm. 휠체어가 넘기 힘든 높이입니다.

["또 돌아가야 되네…."]

가까운 길을 두고 빙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매번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휠체어로 차도를 오가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장애인주차구역은 3면이 경계석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 주 출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지나쳐야 하는 구조입니다.

채 씨는 아파트 단지에 경계석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채정균/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인 : "저도 주민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또 주민들도 늘 매일 아침 그런 것을 주의해야 한다라는 그런 불편함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거절했습니다.

경계석을 없애면 아이들이 차도에 쉽게 들어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 "전동 킥보드라든지 인라인 스케이트라든지 그런 걸 봄, 여름, 가을 되면 상당히 많이 탑니다. 애들이 안전상의 위험이 너무나 있다고…."]

채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는데요.

인권위는 "경계석을 없애서 얻는 공익이 더 크다"며 아파트 측에 구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관할 구청도 공사비를 내겠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다시 같은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장애인 통행을 가로막는 시설은 장애인차별법 위반이지만, 관련 규정이 담긴 2009년도 이전에 사용승인이 난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진 않습니다.

[대구시 수성구청 관계자 : "진짜 고민도 많이 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이게 방법이 안 나오더라고요."]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후문 모습인데요.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출입로가 계단으로만 돼 있습니다.

휠체어 타는 장애인들은 한참을 돌아 정문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 장애인 입주민의 요구로 시작된 경사로 설치 문제.

비용 부담과 안전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첫 주민 투표에선 과반이 넘는 입주민이 경사로 설치에 반대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은 1년 넘게 경사로 조성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시공사는 취지에 공감해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지자체는 설치를 허가하면서 힘을 보탰습니다.

결국 입주민들의 동의 끝에 지난해 경사로가 설치됐습니다.

앞선 사례들처럼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된 건수는 2018년부터 4년 동안 440건이 넘습니다.

인권위는 장애인 이동권 논란에 대해 "경사로 안내 표시· 접근 주의 표지판 설치 같은 보행 안전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휠체어 장애인에 대한 위험과 차별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장애인 이동권과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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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2-10 13: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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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인도의 경계석 철거 문제로 주민 간 갈등이 격화돼, 지자체를 넘어 인권위까지 개입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장애인 이동권'과 안전 문제를 두고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른 건데 자세한 내용, 홍화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음식점에 갈 때도, 휠체어를 타고 한 번 외출하기가 여간 막막한 게 아닙니다.

도움 없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는 생활, 많은 장애인들이 꿈꾸는 모습인데요.

비교적 안전하다고 여기는 집 앞.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지체장애인 채정균 씨가 사는 아파트 인도엔 경계석이 있습니다.

약 12cm. 휠체어가 넘기 힘든 높이입니다.

["또 돌아가야 되네…."]

가까운 길을 두고 빙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고 힘들다."]

매번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휠체어로 차도를 오가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의 장애인주차구역은 3면이 경계석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요.

휠체어를 타고 아파트 주 출입구로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차도를 지나쳐야 하는 구조입니다.

채 씨는 아파트 단지에 경계석 철거를 요청했습니다.

[채정균/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인 : "저도 주민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또 주민들도 늘 매일 아침 그런 것을 주의해야 한다라는 그런 불편함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거절했습니다.

경계석을 없애면 아이들이 차도에 쉽게 들어가 사고 위험이 커진다는 이유였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 "전동 킥보드라든지 인라인 스케이트라든지 그런 걸 봄, 여름, 가을 되면 상당히 많이 탑니다. 애들이 안전상의 위험이 너무나 있다고…."]

채 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는데요.

인권위는 "경계석을 없애서 얻는 공익이 더 크다"며 아파트 측에 구조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관할 구청도 공사비를 내겠다며 중재에 나섰지만,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다시 같은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장애인 통행을 가로막는 시설은 장애인차별법 위반이지만, 관련 규정이 담긴 2009년도 이전에 사용승인이 난 아파트에는 소급 적용되진 않습니다.

[대구시 수성구청 관계자 : "진짜 고민도 많이 하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는데도 이게 방법이 안 나오더라고요."]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습니다.

경기도 시흥의 한 아파트 후문 모습인데요.

지하철역으로 연결되는 출입로가 계단으로만 돼 있습니다.

휠체어 타는 장애인들은 한참을 돌아 정문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요.

한 장애인 입주민의 요구로 시작된 경사로 설치 문제.

비용 부담과 안전사고 위험 등을 이유로 첫 주민 투표에선 과반이 넘는 입주민이 경사로 설치에 반대했습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측은 1년 넘게 경사로 조성 문제 해결에 나섰는데요.

시공사는 취지에 공감해 일부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지자체는 설치를 허가하면서 힘을 보탰습니다.

결국 입주민들의 동의 끝에 지난해 경사로가 설치됐습니다.

앞선 사례들처럼 장애인 이동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된 건수는 2018년부터 4년 동안 440건이 넘습니다.

인권위는 장애인 이동권 논란에 대해 "경사로 안내 표시· 접근 주의 표지판 설치 같은 보행 안전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휠체어 장애인에 대한 위험과 차별을 개선"할 것을 촉구했는데요.

장애인 이동권과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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