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가루마저 가벼웠어요”…‘김치통 영아’의 슬픈 장례식

입력 2023.02.13 (19:25) 수정 2023.02.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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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잇단 아동 학대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 또 안타까움도 더 커지고 있는데요.

친모의 학대로 생후 15개월 만에 숨을 거두고, 수년간 김치통에 보관됐던 아이….

마지막 가는 길조차 홀로 떠날 위기에 처했다가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 손에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조그마한 상자를 열자, 한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치통 영아'로 불리던 생후 15개월 아이의 유골입니다.

["아, 세상에 이거밖에 안 돼…."]

그 아이를 품은 건 가족이 아닌,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이들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하얀 눈밭 위 나무 아래 묻혔습니다.

친부모는 숨진 아이를 김치통에 넣어 2년 넘게 숨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황.

조부모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조차 홀로 떠나야 했던 아이...

이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가 발 벗고 나서 그 곁을 지켰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이 아이가 김치통 안에 들어 있을 정도면 얼마나 조그만 아이였고, 이미 살도 모두 다 없는 상태인 백골 상태였을 거 아니에요. 한약 한 재 정도도 안 되는 요만한 한지 안에. 그게 뼛가루라는 거예요."]

유족 측이 시신을 인수하지 않아, 아이의 시신은 이 병원 영안실에 3개월가량 방치됐습니다.

차디찬 곳에 홀로 놓여져 있던 아이의 사연에 장례식장 측에서 수의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김현우/포천우리병원 장례식장 과장 : "아기가 이제 무연고로 이렇게 되는 거는 저희도 처음이라. 맞는 수의가 없기 때문에 저도 이제 딸 키우는 입장으로서 아기가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마음을 보탠 이런 시민들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부모 학대로 숨진 아이는 '무연고 장례'로 처리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학대 피해 아동 중에서 부모가 구속된 경우, 그런 경우에는 이제 우선 지자체 차원이라든지 아니면 범죄 피해자 측면에서 먼저 존엄한 의식을 치러서 보내주고…."]

아동학대로 숨진 15세 이하 아이들은 한 해 평균 40여 명.

그중 절반 정도가 친부모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거기선 정말 막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KBS 뉴스 이윤웁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조창훈/영상편집:황보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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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뼛가루마저 가벼웠어요”…‘김치통 영아’의 슬픈 장례식
    • 입력 2023-02-13 19:25:24
    • 수정2023-02-13 19: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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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잇단 아동 학대 사건에 시민들의 분노, 또 안타까움도 더 커지고 있는데요.

친모의 학대로 생후 15개월 만에 숨을 거두고, 수년간 김치통에 보관됐던 아이….

마지막 가는 길조차 홀로 떠날 위기에 처했다가 자발적으로 나선 시민들 손에 장례를 치를 수 있었습니다.

이윤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조그마한 상자를 열자, 한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김치통 영아'로 불리던 생후 15개월 아이의 유골입니다.

["아, 세상에 이거밖에 안 돼…."]

그 아이를 품은 건 가족이 아닌,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이들입니다.

아이는 그렇게 하얀 눈밭 위 나무 아래 묻혔습니다.

친부모는 숨진 아이를 김치통에 넣어 2년 넘게 숨긴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상황.

조부모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조차 홀로 떠나야 했던 아이...

이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가 발 벗고 나서 그 곁을 지켰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이 아이가 김치통 안에 들어 있을 정도면 얼마나 조그만 아이였고, 이미 살도 모두 다 없는 상태인 백골 상태였을 거 아니에요. 한약 한 재 정도도 안 되는 요만한 한지 안에. 그게 뼛가루라는 거예요."]

유족 측이 시신을 인수하지 않아, 아이의 시신은 이 병원 영안실에 3개월가량 방치됐습니다.

차디찬 곳에 홀로 놓여져 있던 아이의 사연에 장례식장 측에서 수의를 마련해주기도 했습니다.

[김현우/포천우리병원 장례식장 과장 : "아기가 이제 무연고로 이렇게 되는 거는 저희도 처음이라. 맞는 수의가 없기 때문에 저도 이제 딸 키우는 입장으로서 아기가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서…."]

마음을 보탠 이런 시민들이 나서주지 않았다면, 부모 학대로 숨진 아이는 '무연고 장례'로 처리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혜정/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 "학대 피해 아동 중에서 부모가 구속된 경우, 그런 경우에는 이제 우선 지자체 차원이라든지 아니면 범죄 피해자 측면에서 먼저 존엄한 의식을 치러서 보내주고…."]

아동학대로 숨진 15세 이하 아이들은 한 해 평균 40여 명.

그중 절반 정도가 친부모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거기선 정말 막 뛰어놀았으면 좋겠다…."]

KBS 뉴스 이윤웁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조창훈/영상편집:황보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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