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서울대 붙어도 안 간다는 요즘 학생들…이유는 “의대 갈래요”

입력 2023.02.15 (18:02) 수정 2023.02.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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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 콕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열을 여실히 보여준 드라마 '스카이 캐슬' 기억하실 겁니다.

상위 0.1%가 모여 사는 이 캐슬의 지상 과제는 오직 하나, 명문 의대 합격입니다.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켜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됐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전국에서 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는?”

몇몇 유명 고교들에서 답을 찾으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놀랍게도 정답은 ‘서울대’라고 합니다.

서울대생 가운데 재수나 반수를 해서 의대를 다시 가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최근 '대학'에 불고 있는 의대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쉽게 나타납니다.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에서 중간에 그만 둔 학생이 무려 1,874명, 2020년보다 40%나 늘었습니다.

SKY 학생증을 반납한 이유, 역시 의대 진학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도탈락자의 75%가 자연 계열 학생들로, 이들은 수능을 다시 봐서 의약 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도탈락자가 늘면서 학사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대학 측의 하소연도 들립니다.

'의대'라는 지상 최고의 목표를 향해 지긋지긋한 수능 공부를 기꺼이 다시 하는 수고로움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감내하는 겁니다.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할 거예요... 전 세상에서 공부하란 소리가 제일 싫어요. 진짜!)"]

요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이과에서는 의대, 문과에서는 경영대로 간다고 합니다.

의대의 인기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 IMF 경제 위기 이후인데요.

40대부터 직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자, 내 자식만큼은 전문직을 시켜야겠다고 부모들이 마음 먹은 겁니다.

그중에서도 의사에 목을 매는 건 부와 명예가 함께 따라온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실제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3,070만 원.

대기업 평균 연봉인 7,000만 원의 3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개원의는 더 높아 평균 3억 원에 육박합니다.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는데 의대에 입학하기만 하면 이런 장밋빛 미래가 가까워지니 실력만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겠죠.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는 건 수험생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수능 공부 조금 더해서 평생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개인 입장에선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개인의 선택들이 모여 사회적으로는 인적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는 게 문젭니다.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면서 국가의 기초과학 분야가 흔들리고 그 중에서도 성적이 좋은 의대생들은 돈 잘 버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 등으로 몰리면서 의학 중에서도 기초 의학이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전공은 외면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딘지 불안하고 불길하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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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서울대 붙어도 안 간다는 요즘 학생들…이유는 “의대 갈래요”
    • 입력 2023-02-15 18:02:30
    • 수정2023-02-15 18:25:47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 콕입니다.

대한민국 교육열을 여실히 보여준 드라마 '스카이 캐슬' 기억하실 겁니다.

상위 0.1%가 모여 사는 이 캐슬의 지상 과제는 오직 하나, 명문 의대 합격입니다.

자녀를 의대에 진학시켜 사회적 지위를 대물림하기 위한 행태가 적나라하게 묘사됐습니다.

여기서 질문 하나 드려보겠습니다.

“전국에서 의대 합격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학교는?”

몇몇 유명 고교들에서 답을 찾으실 지 모르겠습니다만, 놀랍게도 정답은 ‘서울대’라고 합니다.

서울대생 가운데 재수나 반수를 해서 의대를 다시 가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겁니다.

최근 '대학'에 불고 있는 의대 쏠림 현상은 통계로도 쉽게 나타납니다.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스카이'에서 중간에 그만 둔 학생이 무려 1,874명, 2020년보다 40%나 늘었습니다.

SKY 학생증을 반납한 이유, 역시 의대 진학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도탈락자의 75%가 자연 계열 학생들로, 이들은 수능을 다시 봐서 의약 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도탈락자가 늘면서 학사 운영이 어려워졌다는 대학 측의 하소연도 들립니다.

'의대'라는 지상 최고의 목표를 향해 지긋지긋한 수능 공부를 기꺼이 다시 하는 수고로움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감내하는 겁니다.

["공부 좀 해라, 공부 좀! (할 거예요... 전 세상에서 공부하란 소리가 제일 싫어요. 진짜!)"]

요즘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이과에서는 의대, 문과에서는 경영대로 간다고 합니다.

의대의 인기가 두드러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말 IMF 경제 위기 이후인데요.

40대부터 직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자, 내 자식만큼은 전문직을 시켜야겠다고 부모들이 마음 먹은 겁니다.

그중에서도 의사에 목을 매는 건 부와 명예가 함께 따라온다는 인식 때문인데요.

실제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 3,070만 원.

대기업 평균 연봉인 7,000만 원의 3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개원의는 더 높아 평균 3억 원에 육박합니다.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는데 의대에 입학하기만 하면 이런 장밋빛 미래가 가까워지니 실력만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는 거겠죠.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지원하는 건 수험생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수능 공부 조금 더해서 평생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개인 입장에선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개인의 선택들이 모여 사회적으로는 인적 자원의 배분을 왜곡하는 게 문젭니다.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로 쏠리면서 국가의 기초과학 분야가 흔들리고 그 중에서도 성적이 좋은 의대생들은 돈 잘 버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안과 등으로 몰리면서 의학 중에서도 기초 의학이나 생명을 직접 다루는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전공은 외면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어딘지 불안하고 불길하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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