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초고령 사회 해법은 고려장”?…‘극단적 주장’ 논란 휩싸인 일본

입력 2023.02.15 (18:05) 수정 2023.02.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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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출산과 고령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죠.

그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에선 초고령 사회 해법으로 충격적인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오늘 '글로벌 ET'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누가, 어떤 주장을 했길래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힌 겁니까?

[기자]

네, 올해 37살, 일본 도쿄대 출신, 현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있는 나리타 유스케 박사가 주인공입니다.

2021년 한 온라인 방송에서 한 '이 발언'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나리타 유스케/2021년 12월 : "해법은 매우 명백해 보입니다. 결국, 노인 집단 자살 또는 집단 할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앵커]

직접 들으니 더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학자 한 명의 돌출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게 처음이 아닙니다.

독도 문제 등으로 '망언 제조기'라 불리는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는요.

10년 전 노인 복지 예산 문제 언급하며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한 일본인 감독은 75살 이상 노인들에게 죽음을 자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화를 내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과 함께 뉴욕타임스는 나리타 박사의 발언이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사회의 뜨거운 화두를 건드린 측면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뜨거운 화두라,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나리타 박사라는 인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미국 학계에선 지명도가 거의 없지만, 일본에선 파격적인 발언 등으로 나름의 영향력이 있다고 합니다.

SNS 팔로워만 57만 명, 최근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발탁됐습니다.

여담이지만, 게스트가 낯익죠.

'독도는 일본땅'이란 망언으로 유명한 고노 다로 장관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나리타 박사가 "일본 경제 침체가 고령화 사회 탓이라고 믿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나리타 박사가 온라인 방송을 한 뒤 옹호 댓글이 꽤 달리기도 했는데요.

이 배경에 "노인들이 너무 많은 연금을 받고 있고 젊은 세대가 너무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세대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결국, 고령화 문제가 경제 부담과 세대 갈등으로 이어진단 이야긴가요?

[기자]

일본은 전 세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전체 인구의 약 29%를 차지합니다.

75세 이상 고령층도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인구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사회보장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엔 일본 국가 전체 예산의 33%를 차지한 사회보장비 가운데 66%를 고령층에 썼는데요.

2040년께는 사회보장비 대부분이 고령층에 쓰일 거란 전망입니다.

우리 돈으로 705조 원은 연금으로, 660조 원은 의료비 부담입니다.

[앵커]

이 부담을 일본 청년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

네,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은 갈수록 주는데 고령화는 빨라지고 있으니까요.

1970년대 생산연령인구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50년엔 사실상 일하는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더구나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만큼 유명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최근 발간한 책입니다.

책 제목이 '버림받는 일본'입니다.

짐 로저스는 일본 경제는 한계가 왔다며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이번에도 일본 경제에는 호전의 조짐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달나라까지도 닿을 듯 막대한 나랏빚,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신산업, 혁신 없는 토양이 일본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 일본 국민을 향해서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일본 각료 출신의 한 시사 평론가는 올해가 일본 청년들의 '해외 탈출'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호주 정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일본인은, 최근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기자]

실제 일본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도쿄대 사회학자인 혼다 유키 교수는 "나리타의 발언들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다"고 평했고요.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탁아시설 증가, 여성 노동인구 확대, 해외 이주노동자 개방 같은 정책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나리타 박사가 입장을 내놨는데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했습니다.

박사는 "노인 세대가 사회 주도권을 차지하지 말고 젊은 세대가 더 활동할 수 있게 자리를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논란이 된 표현은 반성하고 있고 "이제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항상 일본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에선 자녀가 많으면 세금을 그만큼 깎아주자는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도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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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5 18:05:29
    • 수정2023-02-15 18:25:47
    통합뉴스룸ET
[앵커]

저출산과 고령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안고 있는 사회 문제죠.

그 중에서도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일본에선 초고령 사회 해법으로 충격적인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오늘 '글로벌 ET'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누가, 어떤 주장을 했길래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힌 겁니까?

[기자]

네, 올해 37살, 일본 도쿄대 출신, 현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조교수로 있는 나리타 유스케 박사가 주인공입니다.

2021년 한 온라인 방송에서 한 '이 발언'이 최근 뉴욕타임스에 보도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나리타 유스케/2021년 12월 : "해법은 매우 명백해 보입니다. 결국, 노인 집단 자살 또는 집단 할복을 하는 것이 아닐까…."]

[앵커]

직접 들으니 더 충격적입니다.

그런데 학자 한 명의 돌출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본에서 이런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게 처음이 아닙니다.

독도 문제 등으로 '망언 제조기'라 불리는 아소 다로 일본 자민당 부총재는요.

10년 전 노인 복지 예산 문제 언급하며 "늙으면 빨리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해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지난해 한 일본인 감독은 75살 이상 노인들에게 죽음을 자원하도록 하는 내용의 영화를 내놔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맥락과 함께 뉴욕타임스는 나리타 박사의 발언이 고령화가 심각한 일본 사회의 뜨거운 화두를 건드린 측면이 있다고 짚었습니다.

[앵커]

뜨거운 화두라, 뭘 말하는 건가요?

[기자]

우선, 나리타 박사라는 인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미국 학계에선 지명도가 거의 없지만, 일본에선 파격적인 발언 등으로 나름의 영향력이 있다고 합니다.

SNS 팔로워만 57만 명, 최근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발탁됐습니다.

여담이지만, 게스트가 낯익죠.

'독도는 일본땅'이란 망언으로 유명한 고노 다로 장관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나리타 박사가 "일본 경제 침체가 고령화 사회 탓이라고 믿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나리타 박사가 온라인 방송을 한 뒤 옹호 댓글이 꽤 달리기도 했는데요.

이 배경에 "노인들이 너무 많은 연금을 받고 있고 젊은 세대가 너무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는 '세대 갈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결국, 고령화 문제가 경제 부담과 세대 갈등으로 이어진단 이야긴가요?

[기자]

일본은 전 세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전체 인구의 약 29%를 차지합니다.

75세 이상 고령층도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넘겼습니다.

문제는 인구가 빠르게 늙어가면서 사회보장 비용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해엔 일본 국가 전체 예산의 33%를 차지한 사회보장비 가운데 66%를 고령층에 썼는데요.

2040년께는 사회보장비 대부분이 고령층에 쓰일 거란 전망입니다.

우리 돈으로 705조 원은 연금으로, 660조 원은 의료비 부담입니다.

[앵커]

이 부담을 일본 청년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

네, 저출산으로 일할 사람은 갈수록 주는데 고령화는 빨라지고 있으니까요.

1970년대 생산연령인구 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했다면 2050년엔 사실상 일하는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합니다.

더구나 일본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워런 버핏만큼 유명한 세계적 투자자, 짐 로저스가 최근 발간한 책입니다.

책 제목이 '버림받는 일본'입니다.

짐 로저스는 일본 경제는 한계가 왔다며 강하게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이번에도 일본 경제에는 호전의 조짐은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달나라까지도 닿을 듯 막대한 나랏빚,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그리고 신산업, 혁신 없는 토양이 일본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그러면서 일본 국민을 향해서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해법을 찾으라'고 주문했습니다.

일본 각료 출신의 한 시사 평론가는 올해가 일본 청년들의 '해외 탈출'이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기고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호주 정부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일본인은, 최근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해당 발언은 너무 위험해 보이는데요?

[기자]

실제 일본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도쿄대 사회학자인 혼다 유키 교수는 "나리타의 발언들은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증오를 드러낸다"고 평했고요.

코네티컷대 역사학 교수인 알렉시스 더든은 "탁아시설 증가, 여성 노동인구 확대, 해외 이주노동자 개방 같은 정책에는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나리타 박사가 입장을 내놨는데요.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했습니다.

박사는 "노인 세대가 사회 주도권을 차지하지 말고 젊은 세대가 더 활동할 수 있게 자리를 줘야 한다는 취지"였다며, 논란이 된 표현은 반성하고 있고 "이제 쓰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앵커]

항상 일본 문제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습니다.

최근 일본에선 자녀가 많으면 세금을 그만큼 깎아주자는 논의가 시작됐다는 것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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