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노숙인에게 세금 27억 원?…‘명의도용 탈세’ 범죄조직 활개
입력 2023.02.18 (21:25)
수정 2023.02.18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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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기간 노숙 생활을 해 온 사람들에게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 건데요.
KBS 취재 결과, 노숙인 합숙소까지 운영하는 등 조직적으로 명의를 도용하는 일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5년 넘게 노숙 생활을 하다, 겨우 고시원에 자리잡았던 A 씨.
2년 전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는데, 눈을 의심할 만한 액수였습니다.
밀린 세금은 종합소득세 20억 원에, 부가세·지방세까지 합쳐 27억 원.
국세청은 그의 소득을 연 35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큰일났다. 대책이 안 세워지더라고요."]
4년 전 서울역 노숙 시절, 낯선 무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들은 매달 고시원비와 생활비 10만 원을 주면서, A 씨에게 몇 가지 서류를 떼 달라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된장밥인가 시켜주더라고, 세무서 가고 은행 가서 통장 만들어 주고 인감증명 해 줬고…."]
그렇게 해서 A 씨를 서울 강남 술집의 대표,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앉힌 겁니다.
업소 주소지를 추적해봤습니다.
해당 사업장이 있던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입니다.
4년 전인 2019년 이 곳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다 그해 폐업했습니다.
A 씨 명의로 몇 달간 돈을 번 뒤 세금은 안 내고 잠적한 겁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가라오케인데 조금 세련된 거죠. '깡' 전문으로, 여기서 안 먹은 거를, 다른 데서 (영업)한 거를 여기 전표로 끊는 거야."]
기초생활수급자 B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들의 꾐에 빠져 경기도의 한 '합숙소'로 들어갔습니다.
[B 씨/음성변조 :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다고 그래서 (내가) 귀가 얇아서…."]
그 곳엔, B 씨 같은 노숙인들이 5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숙식 제공의 대가로, 각종 '서류'를 요구받았습니다.
[B 씨/음성변조 : "허수아비같이 있으라고 하고 나는 그냥 (서류를) 써주기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일당을 보고, B 씨는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컴퓨터 판매회사 '사장'이 돼 있었습니다.
주소지를 둔 곳은 공유사무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공유사무실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이 안 돼서 이 분이랑은, 사업자(등록증)를 못 받았거든요. (월세) 1년치를 먼저 받았어요."]
일당이 세운 또다른 회사에도 사망한 노숙인이 여전히 대표로 돼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쪽방 관리인 : "(사망한 지) 한 3, 4년, 한 3년 됐지. (아무도 사망신고를 안 했나요?) 할 사람이 없지. 뭔 업체가 있다고 (했었어)."]
B 씨가 머물렀다던 합숙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일당은,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서류에 있는 주인은 일단 조사를 하죠. 그러면 그 사람들도 이제 명의 대여자들인 거예요. 그 위에 꼭짓점을 못 올라가요. 거기에서 핸드폰을 대포폰 쓰고…."]
노숙인 5명 중 1명 꼴로 명의도용·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해마다 '명의 위장'으로 국세청에 적발되는 업체만 2천여 곳, 거기 이용된 노숙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경민
오랜기간 노숙 생활을 해 온 사람들에게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 건데요.
KBS 취재 결과, 노숙인 합숙소까지 운영하는 등 조직적으로 명의를 도용하는 일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5년 넘게 노숙 생활을 하다, 겨우 고시원에 자리잡았던 A 씨.
2년 전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는데, 눈을 의심할 만한 액수였습니다.
밀린 세금은 종합소득세 20억 원에, 부가세·지방세까지 합쳐 27억 원.
국세청은 그의 소득을 연 35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큰일났다. 대책이 안 세워지더라고요."]
4년 전 서울역 노숙 시절, 낯선 무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들은 매달 고시원비와 생활비 10만 원을 주면서, A 씨에게 몇 가지 서류를 떼 달라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된장밥인가 시켜주더라고, 세무서 가고 은행 가서 통장 만들어 주고 인감증명 해 줬고…."]
그렇게 해서 A 씨를 서울 강남 술집의 대표,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앉힌 겁니다.
업소 주소지를 추적해봤습니다.
해당 사업장이 있던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입니다.
4년 전인 2019년 이 곳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다 그해 폐업했습니다.
A 씨 명의로 몇 달간 돈을 번 뒤 세금은 안 내고 잠적한 겁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가라오케인데 조금 세련된 거죠. '깡' 전문으로, 여기서 안 먹은 거를, 다른 데서 (영업)한 거를 여기 전표로 끊는 거야."]
기초생활수급자 B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들의 꾐에 빠져 경기도의 한 '합숙소'로 들어갔습니다.
[B 씨/음성변조 :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다고 그래서 (내가) 귀가 얇아서…."]
그 곳엔, B 씨 같은 노숙인들이 5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숙식 제공의 대가로, 각종 '서류'를 요구받았습니다.
[B 씨/음성변조 : "허수아비같이 있으라고 하고 나는 그냥 (서류를) 써주기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일당을 보고, B 씨는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컴퓨터 판매회사 '사장'이 돼 있었습니다.
주소지를 둔 곳은 공유사무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공유사무실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이 안 돼서 이 분이랑은, 사업자(등록증)를 못 받았거든요. (월세) 1년치를 먼저 받았어요."]
일당이 세운 또다른 회사에도 사망한 노숙인이 여전히 대표로 돼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쪽방 관리인 : "(사망한 지) 한 3, 4년, 한 3년 됐지. (아무도 사망신고를 안 했나요?) 할 사람이 없지. 뭔 업체가 있다고 (했었어)."]
B 씨가 머물렀다던 합숙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일당은,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서류에 있는 주인은 일단 조사를 하죠. 그러면 그 사람들도 이제 명의 대여자들인 거예요. 그 위에 꼭짓점을 못 올라가요. 거기에서 핸드폰을 대포폰 쓰고…."]
노숙인 5명 중 1명 꼴로 명의도용·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해마다 '명의 위장'으로 국세청에 적발되는 업체만 2천여 곳, 거기 이용된 노숙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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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기간 노숙 생활을 해 온 사람들에게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 건데요.
KBS 취재 결과, 노숙인 합숙소까지 운영하는 등 조직적으로 명의를 도용하는 일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5년 넘게 노숙 생활을 하다, 겨우 고시원에 자리잡았던 A 씨.
2년 전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는데, 눈을 의심할 만한 액수였습니다.
밀린 세금은 종합소득세 20억 원에, 부가세·지방세까지 합쳐 27억 원.
국세청은 그의 소득을 연 35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큰일났다. 대책이 안 세워지더라고요."]
4년 전 서울역 노숙 시절, 낯선 무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들은 매달 고시원비와 생활비 10만 원을 주면서, A 씨에게 몇 가지 서류를 떼 달라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된장밥인가 시켜주더라고, 세무서 가고 은행 가서 통장 만들어 주고 인감증명 해 줬고…."]
그렇게 해서 A 씨를 서울 강남 술집의 대표,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앉힌 겁니다.
업소 주소지를 추적해봤습니다.
해당 사업장이 있던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입니다.
4년 전인 2019년 이 곳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다 그해 폐업했습니다.
A 씨 명의로 몇 달간 돈을 번 뒤 세금은 안 내고 잠적한 겁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가라오케인데 조금 세련된 거죠. '깡' 전문으로, 여기서 안 먹은 거를, 다른 데서 (영업)한 거를 여기 전표로 끊는 거야."]
기초생활수급자 B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들의 꾐에 빠져 경기도의 한 '합숙소'로 들어갔습니다.
[B 씨/음성변조 :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다고 그래서 (내가) 귀가 얇아서…."]
그 곳엔, B 씨 같은 노숙인들이 5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숙식 제공의 대가로, 각종 '서류'를 요구받았습니다.
[B 씨/음성변조 : "허수아비같이 있으라고 하고 나는 그냥 (서류를) 써주기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일당을 보고, B 씨는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컴퓨터 판매회사 '사장'이 돼 있었습니다.
주소지를 둔 곳은 공유사무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공유사무실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이 안 돼서 이 분이랑은, 사업자(등록증)를 못 받았거든요. (월세) 1년치를 먼저 받았어요."]
일당이 세운 또다른 회사에도 사망한 노숙인이 여전히 대표로 돼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쪽방 관리인 : "(사망한 지) 한 3, 4년, 한 3년 됐지. (아무도 사망신고를 안 했나요?) 할 사람이 없지. 뭔 업체가 있다고 (했었어)."]
B 씨가 머물렀다던 합숙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일당은,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서류에 있는 주인은 일단 조사를 하죠. 그러면 그 사람들도 이제 명의 대여자들인 거예요. 그 위에 꼭짓점을 못 올라가요. 거기에서 핸드폰을 대포폰 쓰고…."]
노숙인 5명 중 1명 꼴로 명의도용·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해마다 '명의 위장'으로 국세청에 적발되는 업체만 2천여 곳, 거기 이용된 노숙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경민
오랜기간 노숙 생활을 해 온 사람들에게 수십억 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알고 보니, 누군가 노숙인의 명의를 도용해 거액의 탈세를 저지른 건데요.
KBS 취재 결과, 노숙인 합숙소까지 운영하는 등 조직적으로 명의를 도용하는 일당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K, 황다예 기잡니다.
[리포트]
5년 넘게 노숙 생활을 하다, 겨우 고시원에 자리잡았던 A 씨.
2년 전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는데, 눈을 의심할 만한 액수였습니다.
밀린 세금은 종합소득세 20억 원에, 부가세·지방세까지 합쳐 27억 원.
국세청은 그의 소득을 연 35억 원으로 계산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큰일났다. 대책이 안 세워지더라고요."]
4년 전 서울역 노숙 시절, 낯선 무리를 만난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들은 매달 고시원비와 생활비 10만 원을 주면서, A 씨에게 몇 가지 서류를 떼 달라고 했습니다.
[A 씨/음성변조 : "된장밥인가 시켜주더라고, 세무서 가고 은행 가서 통장 만들어 주고 인감증명 해 줬고…."]
그렇게 해서 A 씨를 서울 강남 술집의 대표,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앉힌 겁니다.
업소 주소지를 추적해봤습니다.
해당 사업장이 있던 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입니다.
4년 전인 2019년 이 곳 지하 1층에서 영업을 하다 그해 폐업했습니다.
A 씨 명의로 몇 달간 돈을 번 뒤 세금은 안 내고 잠적한 겁니다.
[건물 관계자/음성변조 : "가라오케인데 조금 세련된 거죠. '깡' 전문으로, 여기서 안 먹은 거를, 다른 데서 (영업)한 거를 여기 전표로 끊는 거야."]
기초생활수급자 B 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지하철역에서 만난 이들의 꾐에 빠져 경기도의 한 '합숙소'로 들어갔습니다.
[B 씨/음성변조 : "먹여주고 재워주고 한다고 그래서 (내가) 귀가 얇아서…."]
그 곳엔, B 씨 같은 노숙인들이 5명이나 더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숙식 제공의 대가로, 각종 '서류'를 요구받았습니다.
[B 씨/음성변조 : "허수아비같이 있으라고 하고 나는 그냥 (서류를) 써주기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일당을 보고, B 씨는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습니다.
하지만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컴퓨터 판매회사 '사장'이 돼 있었습니다.
주소지를 둔 곳은 공유사무실, 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 회사'였습니다.
[공유사무실 관계자/음성변조 : "연락이 안 돼서 이 분이랑은, 사업자(등록증)를 못 받았거든요. (월세) 1년치를 먼저 받았어요."]
일당이 세운 또다른 회사에도 사망한 노숙인이 여전히 대표로 돼 있습니다.
[서울 용산구 쪽방 관리인 : "(사망한 지) 한 3, 4년, 한 3년 됐지. (아무도 사망신고를 안 했나요?) 할 사람이 없지. 뭔 업체가 있다고 (했었어)."]
B 씨가 머물렀다던 합숙소는 이미 문을 닫았습니다.
일당은, '유령'처럼 사라졌습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이동현/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서류에 있는 주인은 일단 조사를 하죠. 그러면 그 사람들도 이제 명의 대여자들인 거예요. 그 위에 꼭짓점을 못 올라가요. 거기에서 핸드폰을 대포폰 쓰고…."]
노숙인 5명 중 1명 꼴로 명의도용·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해마다 '명의 위장'으로 국세청에 적발되는 업체만 2천여 곳, 거기 이용된 노숙인 수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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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기자:허수곤 김현민/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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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다예 기자 all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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