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올해도 꿀벌 ‘집단 실종’…‘강한 벌’이 해결?

입력 2023.02.20 (19:22) 수정 2023.02.2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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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의 소설 '벌들의 역사'에서는 2098년, 벌이 멸종한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벌의 멸종은 꽃과 과일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이어 인간 사회의 붕괴 위험으로까지 치닫는데요.

소설에서의 이야기지만,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꿀벌군집붕괴현상', 꿀을 찾아 나간 일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되고,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폐사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현상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각지로 퍼져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에는 78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고요.

이번 겨울에는 전국 양봉 농가의 82%가 피해를 봤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대전 양봉 농가는 67%, 충남은 57% 정도의 피해율을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꿀벌군집붕괴현상'의 이유는 뭘까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설득력을 얻는 주장은 몇 가지 있는데요.

가장 먼저 '지구 온난화'입니다.

높아진 겨울철 기온에 꿀벌이 적응하지 못해 폐사한다는 겁니다.

또 꿀벌 기생충 '응애'와 부저병 같은 전염병도 꿀벌 집단 실종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양봉 농가에서는 드론으로 뿌리는 '농약'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승우/한국양봉협회 충청남도지회장 : "농약을 요즘은 다 (드론으로 살포)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농약을 상당히 진하게 탄다고 합니다. (꿀벌이) 그 밑에 날아다니다가 맞아서 죽는 것도 있고요. 화분을 가져가거나 꿀을 가지러 가서 살포한 농약을 맞아서 죽는 경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에, 관계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충남에서는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 '밀원수' 800만 그루를 심어서 '꿀벌 먹이숲'을 조성했고요.

농촌진흥청에서는 '강한 벌'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입니다.

특히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 강하다고 하는데요.

충남과 전남, 경북 등 3곳에 꿀벌 증식장을 조성해 품종을 개량하고 2025년부터는 개량된 품종을 보급할 예정입니다.

[강신곤/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 농촌지도관 : "대표적인 게 '장원벌'은 벌 생산량이나 꿀 생산량이 많아지는 품종이고요. 그 다음에 '한라벌' 같은 경우는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벌이거든요. 지금 벌 폐사 원인 중에서도 질병 관련해서 벌이 폐사되는 게 많기 때문에 이런 질병 저항성이 폐사를 줄이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꿀벌 같은 단일 종에만 수분을 의지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요.

동시에 사람을 위해 꿀을 생산하도록 도입된 외래종 꿀벌이 토종 야생 꿀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2020년, 재래꿀벌은 4% 불과했고 나머지 자리는 외래종 양봉꿀벌이 차지했습니다.

또 꿀벌이 아닌 땅벌도 주요 작물의 수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재래꿀벌, 양봉꿀벌, 땅벌 할 것 없이 모두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대체로 양봉꿀벌이라는 부분도 우려되는 지점인데요.

당장 사람에게 꿀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사람의 식량 문제를 위해 알게 모르게 일하고 있는 벌들.

그동안 꿀벌에 집중돼있던 우리의 시야를 조금 더 넓혀야 할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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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20 19:22:33
    • 수정2023-02-20 19:5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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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의 소설 '벌들의 역사'에서는 2098년, 벌이 멸종한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벌의 멸종은 꽃과 과일의 멸종으로 이어지고, 이어 인간 사회의 붕괴 위험으로까지 치닫는데요.

소설에서의 이야기지만,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현실이 될지도 모릅니다.

'꿀벌군집붕괴현상', 꿀을 찾아 나간 일벌들이 벌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되고, 벌집에 남은 여왕벌과 애벌레가 집단으로 폐사하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이 현상은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각지로 퍼져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겨울에는 78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것으로 파악됐고요.

이번 겨울에는 전국 양봉 농가의 82%가 피해를 봤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대전 양봉 농가는 67%, 충남은 57% 정도의 피해율을 보였는데요.

그렇다면 '꿀벌군집붕괴현상'의 이유는 뭘까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원인은 없지만, 설득력을 얻는 주장은 몇 가지 있는데요.

가장 먼저 '지구 온난화'입니다.

높아진 겨울철 기온에 꿀벌이 적응하지 못해 폐사한다는 겁니다.

또 꿀벌 기생충 '응애'와 부저병 같은 전염병도 꿀벌 집단 실종의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는데요.

양봉 농가에서는 드론으로 뿌리는 '농약'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승우/한국양봉협회 충청남도지회장 : "농약을 요즘은 다 (드론으로 살포)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농약을 상당히 진하게 탄다고 합니다. (꿀벌이) 그 밑에 날아다니다가 맞아서 죽는 것도 있고요. 화분을 가져가거나 꿀을 가지러 가서 살포한 농약을 맞아서 죽는 경우가 많은 거로 알고 있어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피해에, 관계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충남에서는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 '밀원수' 800만 그루를 심어서 '꿀벌 먹이숲'을 조성했고요.

농촌진흥청에서는 '강한 벌'을 개발해 보급할 예정입니다.

특히 꿀벌 실종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기후 변화와 전염병에 강하다고 하는데요.

충남과 전남, 경북 등 3곳에 꿀벌 증식장을 조성해 품종을 개량하고 2025년부터는 개량된 품종을 보급할 예정입니다.

[강신곤/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 농촌지도관 : "대표적인 게 '장원벌'은 벌 생산량이나 꿀 생산량이 많아지는 품종이고요. 그 다음에 '한라벌' 같은 경우는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저항성이 높은 벌이거든요. 지금 벌 폐사 원인 중에서도 질병 관련해서 벌이 폐사되는 게 많기 때문에 이런 질병 저항성이 폐사를 줄이는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호주 애들레이드 대학교의 연구에서는 꿀벌 같은 단일 종에만 수분을 의지하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요.

동시에 사람을 위해 꿀을 생산하도록 도입된 외래종 꿀벌이 토종 야생 꿀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2020년, 재래꿀벌은 4% 불과했고 나머지 자리는 외래종 양봉꿀벌이 차지했습니다.

또 꿀벌이 아닌 땅벌도 주요 작물의 수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재래꿀벌, 양봉꿀벌, 땅벌 할 것 없이 모두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대체로 양봉꿀벌이라는 부분도 우려되는 지점인데요.

당장 사람에게 꿀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사람의 식량 문제를 위해 알게 모르게 일하고 있는 벌들.

그동안 꿀벌에 집중돼있던 우리의 시야를 조금 더 넓혀야 할 이유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더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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