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K]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실습생 사망·사고 다신 없기를”

입력 2023.02.21 (20:04) 수정 2023.02.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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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년 전 일이죠.

전주의 한 통신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갔던 여고생이 일한 지 5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콜센터 노동자의 극심한 감정노동 실태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는데요,

특성화고 학생들의 부당한 현장실습 상황도 문제가 됐습니다.

전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상영중인데요,

'다음 소희' 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요즘 전주에 자주 내려오시는 것 같아요.

'전주 관객과의 대화'도 지난 주말에 진행하신 걸로 아는데 사건이 발생한 전주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답변]

너무 남다르고요.

꼭 1년 전에는 이 곳에서 내내 촬영을 했었고, 1년이 지나서 아직 겨울이 끝나기 전에 전주의 관객분들을 만나니까 좀 이상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영화의 소재가 된 '전주 콜센터 실습생 이야기'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실제 일어난 이 사건을 영화로 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하셨는지?

[답변]

정확히는 2020년 말에 저희 제작사로부터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 저는 그 당시에는 전혀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던 상황이었고요.

그러다가 하나하나 찾아가 보니까 일단은 가장 컸던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사건의 전말을 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왜 고등학생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였어요.

그 말은 이제 학교에서 아이를 그런 일을 하도록 보냈다는 것이었고, 이게 교육 시스템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거였으니까요.

그게 좀 일단 납득이 잘 안됐습니다.

좀 이해를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하나하나 더 찾아가다 보니까 이게 단지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아니더라고요,

그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현장 실습을 하다가 죽거나 다치거나 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 전체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앵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볼까요?

영화 제목이 '다음 소희'입니다.

'다음' 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아마 앵커님께서도 생각하시는 아마 그대로일 거예요.

단지 소희라는 아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희도 누군가의 다음에 온 친구일 수도 있고, 또 소희 다음에 올 또 다른 친구들, 그런 친구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러한 반복이 계속되어야만 하는지 그것에 대한 저의 질문도 있습니다.

[앵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고등학교 실습생의 죽음을 두고, 책임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하는데요.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독님의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답변]

이런 말이 있어요.

소희도 그 질문을 선생님한테 하고, 또 나중에 유진이라는 형사도 또 같은 질문을 선생님한테 합니다.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아세요?" 라고 묻는 질문인데요,

정작 학교에서 그 일을 하도록 보냈으면 적어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될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험이 많은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그런 업무를 어린 고등학생이 감당을 해야했고, 정작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도 학교에서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이것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거기서부터 좀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앵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영화로 다루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했던 지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답변]

가장 컸던 것은 어쨌든 영화는, 영화가 완성이 되면 허구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분명히 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영화를 보시면서 관객분들이 '아, 진짜로 이런 일이... 말이나 돼?' 혹은 ' 아, 저것은 너무 과장이 심해' 라거나 이러한 반응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담담하게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되 당연히 또 허구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 그 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사실에 비등하는 현실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 자세를 영화 만드는 내내 견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앵커]

이 사건 이후로 감정노동자들의 현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가 뒤늦게 관심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답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변화가 하나 있기는 있죠.

예를 들어 상담 전화를 했을 때 처음에 공지가 나오잖아요.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도 나오고 그리고 그런 견디기 힘든 상담이 들어왔을때 상담사가 끊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아주 크게 바뀐 지점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한번 상영을 하고, 관객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떤 관객분이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지금 콜센터에서 상담 팀장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변화들이 있긴 있지만 (전화를) 끊기가 힘들대요.

왜냐면 자신이 그 상담콜을 끊으면 또 다른 상담사가 그 콜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또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는 또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그래서 그렇게 끊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앵커]

감독님의 다음 영화도 기대됩니다.

첫 장편 영화였던 '도희야', 그리고 '다음 소희'에 이어 어떤 작품을 보여주실지 궁금한데요.

[답변]

첫번째 영화를 만들고, 지금 두번째 영화가 나올때까지 약 8년 정도 걸렸어요.

우선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다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래서 관객분들을 좀 더 일찍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아주 크고요,

다만, 다음 영화가 또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여전히 저는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그 선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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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K] 영화 ‘다음 소희’ 정주리 감독 “실습생 사망·사고 다신 없기를”
    • 입력 2023-02-21 20:04:42
    • 수정2023-02-21 20:39:15
    뉴스7(전주)
[앵커]

6년 전 일이죠.

전주의 한 통신회사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갔던 여고생이 일한 지 5개월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콜센터 노동자의 극심한 감정노동 실태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드러났는데요,

특성화고 학생들의 부당한 현장실습 상황도 문제가 됐습니다.

전주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가 상영중인데요,

'다음 소희' 를 연출한 정주리 감독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요즘 전주에 자주 내려오시는 것 같아요.

'전주 관객과의 대화'도 지난 주말에 진행하신 걸로 아는데 사건이 발생한 전주에서 영화 이야기를 하는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답변]

너무 남다르고요.

꼭 1년 전에는 이 곳에서 내내 촬영을 했었고, 1년이 지나서 아직 겨울이 끝나기 전에 전주의 관객분들을 만나니까 좀 이상하고 그렇습니다.

[앵커]

영화의 소재가 된 '전주 콜센터 실습생 이야기'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실제 일어난 이 사건을 영화로 해야겠다는 결심은 언제, 어떻게 하셨는지?

[답변]

정확히는 2020년 말에 저희 제작사로부터 이 사건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을 먼저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 저는 그 당시에는 전혀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었던 상황이었고요.

그러다가 하나하나 찾아가 보니까 일단은 가장 컸던 것은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사건의 전말을 좀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었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왜 고등학생이 이런 곳에서 일을 하고 있지?'였어요.

그 말은 이제 학교에서 아이를 그런 일을 하도록 보냈다는 것이었고, 이게 교육 시스템안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거였으니까요.

그게 좀 일단 납득이 잘 안됐습니다.

좀 이해를 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해서 하나하나 더 찾아가다 보니까 이게 단지 하나의 우연한 사건이 아니더라고요,

그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현장 실습을 하다가 죽거나 다치거나 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는 사례들이 많았습니다.

그 전체에 관해서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앵커]

영화 이야기로 들어가볼까요?

영화 제목이 '다음 소희'입니다.

'다음' 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답변]

아마 앵커님께서도 생각하시는 아마 그대로일 거예요.

단지 소희라는 아이,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희도 누군가의 다음에 온 친구일 수도 있고, 또 소희 다음에 올 또 다른 친구들, 그런 친구들에 대한 걱정 그리고 이러한 반복이 계속되어야만 하는지 그것에 대한 저의 질문도 있습니다.

[앵커]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고등학교 실습생의 죽음을 두고, 책임지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고 하는데요.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감독님의 메시지를 담은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어떤 건가요?

[답변]

이런 말이 있어요.

소희도 그 질문을 선생님한테 하고, 또 나중에 유진이라는 형사도 또 같은 질문을 선생님한테 합니다.

"그 일이 무슨 일인지 아세요?" 라고 묻는 질문인데요,

정작 학교에서 그 일을 하도록 보냈으면 적어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는 알아야될 것 같아요.

그런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경험이 많은 성인도 감당하기 힘든 그런 업무를 어린 고등학생이 감당을 해야했고, 정작 그런 일을 하고 있는데, 주변에서도 학교에서도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

이것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하는 거기서부터 좀 시작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앵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영화로 다루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고민했던 지점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답변]

가장 컸던 것은 어쨌든 영화는, 영화가 완성이 되면 허구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분명히 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니, 영화를 보시면서 관객분들이 '아, 진짜로 이런 일이... 말이나 돼?' 혹은 ' 아, 저것은 너무 과장이 심해' 라거나 이러한 반응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담담하게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거리를 두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되 당연히 또 허구의 이야기가 들어갈 수 밖에 없으니 그 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사실에 비등하는 현실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그 자세를 영화 만드는 내내 견제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앵커]

이 사건 이후로 감정노동자들의 현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상황에 대해 우리 사회가 뒤늦게 관심을 가지기도 했는데요,

상황은 좀 나아졌을까요?

[답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변화가 하나 있기는 있죠.

예를 들어 상담 전화를 했을 때 처음에 공지가 나오잖아요.

그리고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라는 메시지도 나오고 그리고 그런 견디기 힘든 상담이 들어왔을때 상담사가 끊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아주 크게 바뀐 지점이긴 합니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지난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한번 상영을 하고, 관객분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어떤 관객분이 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본인이 지금 콜센터에서 상담 팀장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변화들이 있긴 있지만 (전화를) 끊기가 힘들대요.

왜냐면 자신이 그 상담콜을 끊으면 또 다른 상담사가 그 콜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또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는 또 견뎌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그래서 그렇게 끊기는 힘들다고 합니다.

[앵커]

감독님의 다음 영화도 기대됩니다.

첫 장편 영화였던 '도희야', 그리고 '다음 소희'에 이어 어떤 작품을 보여주실지 궁금한데요.

[답변]

첫번째 영화를 만들고, 지금 두번째 영화가 나올때까지 약 8년 정도 걸렸어요.

우선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 보다는 짧은 시간 안에 다음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래서 관객분들을 좀 더 일찍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아주 크고요,

다만, 다음 영화가 또 어떤 방향으로 갈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진지하게 여전히 저는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마 그 선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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