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다시 찾아온 조선의 봄…경남 중형 조선소가 이끈다!

입력 2023.02.27 (19:51) 수정 2023.02.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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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터널 속을 걷던 조선업.

길었던 불황은 크고 작은 조선소들은 물론 우리 조선업 생태계까지 무너뜨렸습니다.

변곡점을 맞은 건 2020년대 들어서부터입니다.

조선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은 대규모 수주를 시작했고, 중견·중형 조선소들도 숨통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형 조선소들은 조선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용접 기술을 활용해 발전설비와 원전, 풍력 등 플랜트 분야로 확장해 저마다의 활로를 넓히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경남의 중형 조선소,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통영의 한 조선소, 3만t 선박에 실린 초대형 구조물을 고정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17층 높이에 무게만 7,800t에 달하는 초대형 폐열회수 보일러입니다.

이 구조물은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었던 기존 화력발전 방식에서, 가스 폐열을 재활용해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발전설비입니다.

지난해 연말 1차 출하를 마치고, 2·3호기가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일본 지바현 고이 화력발전소 신복합형 발전기 교체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최형규/HSG중공업 현장소장 : "현재 저희가 3기를 수주했는데, 한 기당 약 780M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그런 설비입니다. 우리나라 4인 가구를 기준 약 3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전력량이 되겠습니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동조선을 인수한 HSG중공업은 조선 용접 기술을 활용한 발전설비 수주로 활로를 찾았습니다.

2021년부터 4만 5천 명의 인력이 투입돼 생산을 이어오면서, 일본 수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발전기 모듈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김현기/HSG중공업 대표이사 : "저희는 펌프 타워, 해양플랜트 두 가지 주력 품목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불황기 때의 극복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불황기 물량확보 측면을 고려해 육상플랜트 사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조선소가 문 닫아 일자리를 잃었던 노동자들도 다시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수십 년 현장에서 갈고닦은 기술력은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박성열/조선업 30년 경력 노동자 : "그때는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물량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물량이 많아지니까 애착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돌아오니 활기는 주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크게 낮춘 월세에도 빈방이 넘쳐나던 원룸촌은 지금은 간혹 나오는 공실도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빈방 구하기가 힘듭니다.

[박일수/통영 안정공단 주변 공인중개사 : "성동조선이 2019년도 말에 계약되고, 2020년도 4월에 재가동했어요. 그 뒤로부터 인원들이 좀 들어오기 시작했고, 올해까지는 원룸이 한 실도 없을 정도로 다 차 있는 상태입니다."]

식당가도 붐빕니다.

점심시간 식당들에는 작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성환/HSG중공업 노동자 : "경기가 조금 활성화되면서 식당도 좀 생기고 그거에 따라 메뉴도 많이 좀 늘어나서, 고를 수 있는 선택 폭도 넓어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나와서 식사하는 것 같아요."]

한때 세계 6위 조선소였던 성동조선의 몰락과 함께 황폐해졌던 안정공단 상권도 되살아났습니다.

되돌아온 노동자들을 맞기 위해 새로운 식당들도 속속 생겨나면서 상권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강광호/안정공단 인근 식당 주인 : "지금 (가게가) 하나씩 두 개씩 생기고 있어요. 위에 족발집도 개업했고, 여기 횟집도 생겼습니다. 활성화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던 조선업계는 2020년을 넘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그 중심에 중견·중형 조선소들이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자료를 보면 국내 수주액 중 중소형 조선업계 비중이 2020년 3%대에서 2022년 1분기 8.2%로 늘었습니다.

경남의 중형 조선소들도 주목할 만한 수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HSG중공업은 화력발전 설비와 초대형 선박 블록 제조로, 전 STX조선인 K조선은 스마트 선박 기술과 유조선 수주로 재도약 꿈꾸고, 삼강엠앤티는 SK오션플랜트로 이름을 바꿔 세계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조선업의 봄날. 경남의 중형 조선소가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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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속으로] 다시 찾아온 조선의 봄…경남 중형 조선소가 이끈다!
    • 입력 2023-02-27 19:51:34
    • 수정2023-02-27 20:04:43
    뉴스7(창원)
깜깜한 터널 속을 걷던 조선업.

길었던 불황은 크고 작은 조선소들은 물론 우리 조선업 생태계까지 무너뜨렸습니다.

변곡점을 맞은 건 2020년대 들어서부터입니다.

조선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 대기업들은 대규모 수주를 시작했고, 중견·중형 조선소들도 숨통을 트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중형 조선소들은 조선업에만 머무르지 않고, 용접 기술을 활용해 발전설비와 원전, 풍력 등 플랜트 분야로 확장해 저마다의 활로를 넓히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한 경남의 중형 조선소,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통영의 한 조선소, 3만t 선박에 실린 초대형 구조물을 고정하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아파트 17층 높이에 무게만 7,800t에 달하는 초대형 폐열회수 보일러입니다.

이 구조물은 석탄으로 전기를 만들었던 기존 화력발전 방식에서, 가스 폐열을 재활용해 전기로 바꾸는 친환경 발전설비입니다.

지난해 연말 1차 출하를 마치고, 2·3호기가 일본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요.

일본 지바현 고이 화력발전소 신복합형 발전기 교체 프로젝트에 투입됩니다.

[최형규/HSG중공업 현장소장 : "현재 저희가 3기를 수주했는데, 한 기당 약 780MW 정도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그런 설비입니다. 우리나라 4인 가구를 기준 약 3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전력량이 되겠습니다."]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성동조선을 인수한 HSG중공업은 조선 용접 기술을 활용한 발전설비 수주로 활로를 찾았습니다.

2021년부터 4만 5천 명의 인력이 투입돼 생산을 이어오면서, 일본 수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발전기 모듈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김현기/HSG중공업 대표이사 : "저희는 펌프 타워, 해양플랜트 두 가지 주력 품목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불황기 때의 극복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통한 불황기 물량확보 측면을 고려해 육상플랜트 사업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조선소가 문 닫아 일자리를 잃었던 노동자들도 다시 일터로 돌아왔습니다.

수십 년 현장에서 갈고닦은 기술력은 현장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박성열/조선업 30년 경력 노동자 : "그때는 좀 많이 힘들었습니다. 물량이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물량이 많아지니까 애착심을 갖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돌아오니 활기는 주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2010년대 크게 낮춘 월세에도 빈방이 넘쳐나던 원룸촌은 지금은 간혹 나오는 공실도 바로 계약이 이뤄질 정도로 빈방 구하기가 힘듭니다.

[박일수/통영 안정공단 주변 공인중개사 : "성동조선이 2019년도 말에 계약되고, 2020년도 4월에 재가동했어요. 그 뒤로부터 인원들이 좀 들어오기 시작했고, 올해까지는 원룸이 한 실도 없을 정도로 다 차 있는 상태입니다."]

식당가도 붐빕니다.

점심시간 식당들에는 작업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정성환/HSG중공업 노동자 : "경기가 조금 활성화되면서 식당도 좀 생기고 그거에 따라 메뉴도 많이 좀 늘어나서, 고를 수 있는 선택 폭도 넓어진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많이 나와서 식사하는 것 같아요."]

한때 세계 6위 조선소였던 성동조선의 몰락과 함께 황폐해졌던 안정공단 상권도 되살아났습니다.

되돌아온 노동자들을 맞기 위해 새로운 식당들도 속속 생겨나면서 상권에도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강광호/안정공단 인근 식당 주인 : "지금 (가게가) 하나씩 두 개씩 생기고 있어요. 위에 족발집도 개업했고, 여기 횟집도 생겼습니다. 활성화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던 조선업계는 2020년을 넘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그 중심에 중견·중형 조선소들이 있습니다.

수출입은행의 자료를 보면 국내 수주액 중 중소형 조선업계 비중이 2020년 3%대에서 2022년 1분기 8.2%로 늘었습니다.

경남의 중형 조선소들도 주목할 만한 수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HSG중공업은 화력발전 설비와 초대형 선박 블록 제조로, 전 STX조선인 K조선은 스마트 선박 기술과 유조선 수주로 재도약 꿈꾸고, 삼강엠앤티는 SK오션플랜트로 이름을 바꿔 세계 해상풍력 전문기업으로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시 찾아온 조선업의 봄날. 경남의 중형 조선소가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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