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7명이 ‘성폭력’ 피해…말 못하는 청소노동자들

입력 2023.02.28 (21:37) 수정 2023.02.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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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하철역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입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성폭력에 노출돼 있고, 2차 가해를 겪은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실태를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교통공사 자회사 소속인 60대 청소노동자 A 씨.

2년 전쯤, 지하철역 휴게실에서 혼자 쉬다가 직속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갖다가 확 이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엎어가지고 올라타는거야. 덜덜 떨며 울면서 이거 뭐 하는 짓거리냐고."]

그날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강제로 끌어안거나 신체를 만지는 등 또 다른 성추행도 두 차례나 더 있었습니다.

그 뒤론 무서워서 휴게실 근처에도 못 갔고, 상사가 근무지를 옮길 때까지 반년 넘게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문을 잠그고 있는데도 막 불안스러운 거예요. 내가 없어져 버리면 우리 가정, 우리 애들, 우리 애들 아빠 너무 힘들겠다 그 생각으로 많이 참았죠."]

뒤늦게 동료들까지 피해를 입은 걸 알고 나서야 회사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한 달 전쯤 직위 해제됐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50~60대 여성 청소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78%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해자는 대부분 상사였습니다.

[여미애/너머서울 젠더팀 공동팀장 : "안마 등을 요구하거나 보통 안마가 제일 많았고요. 술을 먹으면 어느 모텔로 와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들..."]

업무에 불이익을 주거나, 거짓 소문이 퍼지는 등 2차 가해도 빈번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남편이 돈 뜯어먹으려고 신고를 했다 그래서 나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서울교통공사는 본사 차원의 성폭력 대응 지침을 마련해뒀지만, 자회사는 이 지침이 아예 없거나 허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다르니까요. 공사가 자회사라 해가지고 뭘 지시를 하고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가해자와 함께 일하는 부조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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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명 중 7명이 ‘성폭력’ 피해…말 못하는 청소노동자들
    • 입력 2023-02-28 21:37:31
    • 수정2023-02-28 21:45:26
    뉴스 9
[앵커]

지하철역 청소 노동자들은 대부분 중년 여성입니다.

그런데 상당수가 성폭력에 노출돼 있고, 2차 가해를 겪은 사람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실태를 최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교통공사 자회사 소속인 60대 청소노동자 A 씨.

2년 전쯤, 지하철역 휴게실에서 혼자 쉬다가 직속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앉아 있는데 느닷없이 갖다가 확 이렇게 해가지고 이렇게 엎어가지고 올라타는거야. 덜덜 떨며 울면서 이거 뭐 하는 짓거리냐고."]

그날만 그런 게 아닙니다.

강제로 끌어안거나 신체를 만지는 등 또 다른 성추행도 두 차례나 더 있었습니다.

그 뒤론 무서워서 휴게실 근처에도 못 갔고, 상사가 근무지를 옮길 때까지 반년 넘게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문을 잠그고 있는데도 막 불안스러운 거예요. 내가 없어져 버리면 우리 가정, 우리 애들, 우리 애들 아빠 너무 힘들겠다 그 생각으로 많이 참았죠."]

뒤늦게 동료들까지 피해를 입은 걸 알고 나서야 회사에 신고했고, 가해자는 한 달 전쯤 직위 해제됐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일하는 50~60대 여성 청소노동자를 조사한 결과, 78%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해자는 대부분 상사였습니다.

[여미애/너머서울 젠더팀 공동팀장 : "안마 등을 요구하거나 보통 안마가 제일 많았고요. 술을 먹으면 어느 모텔로 와야 한다 뭐 이런 이야기들..."]

업무에 불이익을 주거나, 거짓 소문이 퍼지는 등 2차 가해도 빈번했습니다.

[A 씨/청소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남편이 돈 뜯어먹으려고 신고를 했다 그래서 나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서울교통공사는 본사 차원의 성폭력 대응 지침을 마련해뒀지만, 자회사는 이 지침이 아예 없거나 허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회사가 다르니까요. 공사가 자회사라 해가지고 뭘 지시를 하고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알리지 못한 채 가해자와 함께 일하는 부조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이태희/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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