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 3명,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입력 2023.02.28 (21:45) 수정 2023.02.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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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3 당시 행방불명됐던 희생자 3명이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잃지 않고 채혈에 나선 유족들 덕분에 신원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정순/故 김칠규 씨 자녀 : "집에 가 있으라고. 일주일 있으면 오겠다고 했는데 이제 왔어."]

1948년, 일주일 뒤 온다던 아버지가 75년이 흘러서야 유해가 돼 돌아왔습니다.

4·3으로 부모를 잃은 것도 모자라 전쟁통에 언니까지 북으로 떠나보내고, 이제 80살이 된 막내 홀로 당시 34살로 떠났던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김정순/故 김칠규 씨 자녀 : "항상 아버지 때문에 마음 못 놨거든. 시체나 찾아서 묻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제 걱정이 없어요."]

이번에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3구.

1948년 당시 20살의 강창근 씨는 심부름하러 갔다 주정공장에 잡혀간 뒤 행방불명됐는데, 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는 소문만 전해졌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서 농사를 짓던 당시 26살의 김두옥 씨는 토벌대에 마을이 불타면서 산으로 피신했다 이후 화순리에 내려와 살았는데, 중산간에서 내려왔다는 신고로 끌려가 총살됐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유해가 발굴됐고, 유족들이 지난해 채혈에 나서면서 신원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이숭덕/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분과 비교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유전자 감식 기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조 대상이 없으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4·3 유해 411구 가운데 270구는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광주 형무소에 암매장됐다 최근 발굴된 유해 중에도 4·3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양정심/4·3평화재단 연구조사실장 : "내년에는 진화위(진실과화해위원회)를 비롯해서 국가 정부의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유전자 감식 시스템을 하나의 체계화시키는 이런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4·3 당시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는 4천여 명.

남아 있는 유족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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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3 희생자 3명,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 입력 2023-02-28 21:45:22
    • 수정2023-02-28 22:07:51
    뉴스9(제주)
[앵커]

4·3 당시 행방불명됐던 희생자 3명이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실낱같은 희망을 잃지 않고 채혈에 나선 유족들 덕분에 신원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정순/故 김칠규 씨 자녀 : "집에 가 있으라고. 일주일 있으면 오겠다고 했는데 이제 왔어."]

1948년, 일주일 뒤 온다던 아버지가 75년이 흘러서야 유해가 돼 돌아왔습니다.

4·3으로 부모를 잃은 것도 모자라 전쟁통에 언니까지 북으로 떠나보내고, 이제 80살이 된 막내 홀로 당시 34살로 떠났던 아버지를 맞이합니다.

[김정순/故 김칠규 씨 자녀 : "항상 아버지 때문에 마음 못 놨거든. 시체나 찾아서 묻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이제 걱정이 없어요."]

이번에 유전자 감식으로 신원이 확인된 유해는 3구.

1948년 당시 20살의 강창근 씨는 심부름하러 갔다 주정공장에 잡혀간 뒤 행방불명됐는데, 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는 소문만 전해졌습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리에서 농사를 짓던 당시 26살의 김두옥 씨는 토벌대에 마을이 불타면서 산으로 피신했다 이후 화순리에 내려와 살았는데, 중산간에서 내려왔다는 신고로 끌려가 총살됐지만 시신을 찾지 못했습니다.

모두 2007년에서 2009년 사이 제주공항 활주로에서 유해가 발굴됐고, 유족들이 지난해 채혈에 나서면서 신원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이숭덕/서울대 법의학연구소 교수 : "무엇보다도 돌아가신 분과 비교할 수 있는 유가족들의 참여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가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갈수록 유전자 감식 기법이 발전하고 있지만, 대조 대상이 없으면 신원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발굴된 4·3 유해 411구 가운데 270구는 여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전 골령골 학살터와 광주 형무소에 암매장됐다 최근 발굴된 유해 중에도 4·3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확인된 건 없습니다.

[양정심/4·3평화재단 연구조사실장 : "내년에는 진화위(진실과화해위원회)를 비롯해서 국가 정부의 기관에서 통합적으로 유해 발굴을 진행하고 유전자 감식 시스템을 하나의 체계화시키는 이런 작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4·3 당시 행방불명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는 4천여 명.

남아 있는 유족이 고령화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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