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실용성 더한 도자기 ‘도예가 김기환’

입력 2023.03.15 (19:48) 수정 2023.03.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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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커피 문화 확산으로 차 문화가 위축되면서 전통 찻사발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데요.

찻사발을 비롯해 다양한 도자기를 넘나들며 우리 도자기에 실용성을 더하는 도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흙의 질감과 손끝의 감각이 만나 질박한 찻사발 하나가 빚어집니다.

[김기환/도예가 : "옛날에 뭐 어느 지역에서 나왔다, 뭘 만든다는 이런 의미보다 일반인도 편하게 찻사발에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거창한 재현이나 기교 없이 묵묵히 물레를 지킨 김기환 씨는 세상을 품는 친숙한 그릇을 꿈꿉니다.

더하거나 덜어낼 것 없이 정갈한 백자 자기부터 가마 속 불이 완성한 진사 자기, 기품 있는 철화 자기까지.

다양한 도자기가 모두 한 도예가의 손끝에서 나왔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흙 만지는 두께감과 그리고 선, 평상시도 이렇게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 있으면 어떤 기운이 느껴져요 손이. 습도가 느껴지고... (달항아리는) 어깨가 있고 둥글해야 된다. 둥근 달항아리 원이 기운도 좋고..."]

주로 창작 도자기에 집중하면서 담백한 달항아리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전하는데요.

한 작품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손의 감각대로, 마음 가는대로 빚을 뿐입니다.

[김기환/도예가 : "제가 좋아하는 흙이지만 여기 앉아 있으면 기운이 솟구칩니다. 기운이 좋아서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니까 재미가 있습니다. 이 형태를 만들든 저 형태를 만들든 손만 넣으면 나오니까..."]

17살에 흙을 만지기 시작해 1989년 전국기능올림픽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도예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정격을 거부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와 실험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도자기로 이어졌는데요.

꽃처럼 화사한 이 다관은 손으로 연꽃을 빚고 전통방식대로 잿물을 이용해 은은한 색을 더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불을 때면 그 나무 재로 물에 걸러서 천연 잿물로 유약을 만들었습니다. 돌가루하고 섞어서..."]

순백의 다기는 양각으로 입체감을 준 뒤 일일이 꽃잎 문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뭔가 도자기에 표현하고 싶어서 조각을 직접 하게 됐지요. 대한민국 전국 어디에 가도 이런 찻잔, 아마 당초무늬는 처음 보실 겁니다. 일일이 파줘야 되니까 공정이 아주 많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차를 즐길 수 있게 전통 찻사발도 더 간결하고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오목하게 안았을 때 편안하고 이런 느낌. 그냥 편안한 대로 연꽃을 한번 넣어 가지고 이렇게 잡았을 때 미끄러짐이 덜하라고..."]

이동성을 고려해 고안한 휴대용 1인 다기입니다.

차 찌꺼기가 잘 걸러지도록 형태를 고민하고 찻물이 안성맞춤으로 흐르게 경사도까지 고민하는가 하면 뜨거운 잔을 쉽게 잡을 수 있게 전 부분을 접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몇 번 몇 번 착오 끝에 이렇게 벌려버리면 차를 마셨을 때 안 뜨겁습니다. 차를 따를 때 찌꺼기가 앞으로 안 튀어나오게 하기 위해서 뒷부분을 많이 깎아내는 형태를 내는 겁니다."]

그릇에 진심을 담아서일까요?

기능은 더하되 가격 거품은 빼면서 차를 즐기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습니다.

[문경림/대구시 달서구 : "일상적으로 손하고 이렇게 딱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친근감이 있다고 할까요."]

["(남하고 같은 것 하는 것보다 남이 안 하는 걸 항상...) 기운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장정임/창원시 봉곡동 : "디자인이라든가 크기 이런 조화가 맞고 두께감이 이런 게 그냥 정성 들여서 이렇게 만드셨다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이렇게 정열을 다 쏟아서 만드셨다는 느낌..."]

물레를 돌리고 가마를 지키는 시간이 쌓이면서 도공의 그릇은 더 넓어졌습니다.

그가 빚고 싶은 그릇은 사람을 잇는 ‘다정한 그릇’, 더불어 사는 세상을 담는 ‘큰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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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실용성 더한 도자기 ‘도예가 김기환’
    • 입력 2023-03-15 19:48:45
    • 수정2023-03-15 19:58:40
    뉴스7(창원)
[앵커]

커피 문화 확산으로 차 문화가 위축되면서 전통 찻사발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데요.

찻사발을 비롯해 다양한 도자기를 넘나들며 우리 도자기에 실용성을 더하는 도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흙의 질감과 손끝의 감각이 만나 질박한 찻사발 하나가 빚어집니다.

[김기환/도예가 : "옛날에 뭐 어느 지역에서 나왔다, 뭘 만든다는 이런 의미보다 일반인도 편하게 찻사발에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거창한 재현이나 기교 없이 묵묵히 물레를 지킨 김기환 씨는 세상을 품는 친숙한 그릇을 꿈꿉니다.

더하거나 덜어낼 것 없이 정갈한 백자 자기부터 가마 속 불이 완성한 진사 자기, 기품 있는 철화 자기까지.

다양한 도자기가 모두 한 도예가의 손끝에서 나왔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흙 만지는 두께감과 그리고 선, 평상시도 이렇게 눈을 감고 편안하게 앉아 있으면 어떤 기운이 느껴져요 손이. 습도가 느껴지고... (달항아리는) 어깨가 있고 둥글해야 된다. 둥근 달항아리 원이 기운도 좋고..."]

주로 창작 도자기에 집중하면서 담백한 달항아리로 한국적 아름다움을 전하는데요.

한 작품에 얽매이지 않고 장르와 형식을 넘나들며 손의 감각대로, 마음 가는대로 빚을 뿐입니다.

[김기환/도예가 : "제가 좋아하는 흙이지만 여기 앉아 있으면 기운이 솟구칩니다. 기운이 좋아서 제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니까 재미가 있습니다. 이 형태를 만들든 저 형태를 만들든 손만 넣으면 나오니까..."]

17살에 흙을 만지기 시작해 1989년 전국기능올림픽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도예 외길을 걸어온 그는 정격을 거부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는 시도와 실험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도자기로 이어졌는데요.

꽃처럼 화사한 이 다관은 손으로 연꽃을 빚고 전통방식대로 잿물을 이용해 은은한 색을 더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불을 때면 그 나무 재로 물에 걸러서 천연 잿물로 유약을 만들었습니다. 돌가루하고 섞어서..."]

순백의 다기는 양각으로 입체감을 준 뒤 일일이 꽃잎 문양을 새겨 넣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뭔가 도자기에 표현하고 싶어서 조각을 직접 하게 됐지요. 대한민국 전국 어디에 가도 이런 찻잔, 아마 당초무늬는 처음 보실 겁니다. 일일이 파줘야 되니까 공정이 아주 많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되겠습니까."]

많은 이들이 차를 즐길 수 있게 전통 찻사발도 더 간결하고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오목하게 안았을 때 편안하고 이런 느낌. 그냥 편안한 대로 연꽃을 한번 넣어 가지고 이렇게 잡았을 때 미끄러짐이 덜하라고..."]

이동성을 고려해 고안한 휴대용 1인 다기입니다.

차 찌꺼기가 잘 걸러지도록 형태를 고민하고 찻물이 안성맞춤으로 흐르게 경사도까지 고민하는가 하면 뜨거운 잔을 쉽게 잡을 수 있게 전 부분을 접었습니다.

[김기환/도예가 : "몇 번 몇 번 착오 끝에 이렇게 벌려버리면 차를 마셨을 때 안 뜨겁습니다. 차를 따를 때 찌꺼기가 앞으로 안 튀어나오게 하기 위해서 뒷부분을 많이 깎아내는 형태를 내는 겁니다."]

그릇에 진심을 담아서일까요?

기능은 더하되 가격 거품은 빼면서 차를 즐기는 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습니다.

[문경림/대구시 달서구 : "일상적으로 손하고 이렇게 딱 뭔가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친근감이 있다고 할까요."]

["(남하고 같은 것 하는 것보다 남이 안 하는 걸 항상...) 기운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장정임/창원시 봉곡동 : "디자인이라든가 크기 이런 조화가 맞고 두께감이 이런 게 그냥 정성 들여서 이렇게 만드셨다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이렇게 정열을 다 쏟아서 만드셨다는 느낌..."]

물레를 돌리고 가마를 지키는 시간이 쌓이면서 도공의 그릇은 더 넓어졌습니다.

그가 빚고 싶은 그릇은 사람을 잇는 ‘다정한 그릇’, 더불어 사는 세상을 담는 ‘큰 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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