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메가 가뭄 신호탄…대비책은?

입력 2023.03.22 (19:20) 수정 2023.03.22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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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은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는 지난해부터 매일 하루 하루가 사실상 물의 날이었는데요,

KBS는 향후 지속될 대형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취재해 제시합니다.

김해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가 나와 있는 곳은 광주와 전남지역 식수원인 주암댐입니다.

제 옆을 따라 댐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난 1991년 이 댐을 건축할 당시 수몰됐던 한 다리가 강 바닥과 함께 전체를 드러낸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만큼 바짝 메말라 있다는 얘깁니다.

세계 물의 날 주암 본댐의 저수율은 17.7%.

조절지댐을 합쳐도 21.3%에 불과합니다.

마의 20% 동복호 저수율도 이미 무너졌습니다.

이 수치는 역대 최저치인 지난 2009년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바뀐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평균 물 사용량입니다.

한 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이 지난 2009년에 비해 약 30리터 정도 늘었는데 이 3백 만명이 넘는 시도민이 하루 평균 한꺼번에 이 양을 쓰는 셈이니 물 기근 상황이 악화하는 시계 속도는 더 빨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가뭄 시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서른 다섯 차례를 기록했던 가뭄은 21세기 들어 불과 20년 만에 열 여섯 차례를 기록했고, 최근 10년 동안은 해마다 극심한 가뭄 '불가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기상학자와 환경학자들은 호주와 미국 서부 등지에서 지속되고 있는 혹독한 가뭄 이른바 메가 가뭄의 신호탄이 이미 발사됐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코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이 상황.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손준수 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통합 물 관리 필요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 물을 공급하는 담양호입니다.

최근 광주시는 담양호를 비롯해 농업용수를 담아둔 저수지의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비가 충분하게 내리지 않는다면 광주에는 6월부터 31년 만에 제한급수가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강기정/광주시장/지난 13일 광주시의회 :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해주신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노력해가겠습니다."]

하지만 저수지의 농업용수를 끌어와 식수로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농번기가 다가오는데 전남지역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대비 76%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상호/담양군 금성면 : "당연히 식수도 중요하지만,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농업용수도 식수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농업용수 공급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파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농업용수 수요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남는 물을 계산할 수 있는데 실수요 파악을 위한 정보 축적과 계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재완/광주대 토목공학과 교수 :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수자원 간의 효율적인 사용이 앞으로 절실하게 필요할 거 같아요. 스마트워터 그리드라든지, 지능형 물 관리 시스템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도입해서."]

이와 함께 상시적인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우고 농업과 공업, 생활용수 등을 일원화해 관리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상시 가뭄 대비는?

제한급수 초읽기에 들어간 광주시는 급기야 이달부터 영산강 물도 식수로 쓰기로 했습니다.

덕흥보에서 취수한 하천수가 비상관로를 통해 하루 3만 톤씩 용연정수장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발전용수로 쓰인 보성강댐 물은 주암댐으로 가뭄 해소 전까지 공급됩니다.

한마디로 물이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댐과 하천 등의 수원 간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미리 쌍방향 관로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정용/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 : "호주같은 경우에는 관로를 개설하거나 이런 신규 수자원을 확보하는 부분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기관도 설립을 했고요."]

또 현재 주암댐 등 식수원에서 끌어 쓰고 있는 공업용수를 하수를 재이용하거나 온배수 해수담수화 사업 등으로 활용해 식수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도 오랫동안 제기됐습니다.

[김준하/교수/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주암댐에서 (여수산단) 물을 가져오니까 광주까지 올 물이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여수산단에는 공업용수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물을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천수가 아니고."]

지난 2015년 충남지역의 가뭄을 계기로 시행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또한 상수도 누수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두진/한국수자원공사 연구원 : "(11개 지자체에서) 유수율을 올리면서 절감된 물량이 광주광역시 하루 물 사용량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우리가 굳이 더 많은 댐이나 더 많은 개체 수량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수 조원대 가뭄대책 사업 대부분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눈 앞의 가뭄만 해갈하면 해당 사업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 시작도 못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메가 가뭄의 신호탄이 된 호주와 미국 서부 사례를 참고해 대규모 수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해정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정현덕/영상편집: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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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메가 가뭄 신호탄…대비책은?
    • 입력 2023-03-22 19:20:30
    • 수정2023-03-22 21:06:04
    뉴스7(광주)
[앵커]

오늘은 물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는 광주전남 지역민에게는 지난해부터 매일 하루 하루가 사실상 물의 날이었는데요,

KBS는 향후 지속될 대형 가뭄을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취재해 제시합니다.

김해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가 나와 있는 곳은 광주와 전남지역 식수원인 주암댐입니다.

제 옆을 따라 댐의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난 1991년 이 댐을 건축할 당시 수몰됐던 한 다리가 강 바닥과 함께 전체를 드러낸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만큼 바짝 메말라 있다는 얘깁니다.

세계 물의 날 주암 본댐의 저수율은 17.7%.

조절지댐을 합쳐도 21.3%에 불과합니다.

마의 20% 동복호 저수율도 이미 무너졌습니다.

이 수치는 역대 최저치인 지난 2009년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바뀐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일평균 물 사용량입니다.

한 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이 지난 2009년에 비해 약 30리터 정도 늘었는데 이 3백 만명이 넘는 시도민이 하루 평균 한꺼번에 이 양을 쓰는 셈이니 물 기근 상황이 악화하는 시계 속도는 더 빨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 대한민국 가뭄 시계를 분석해 봤습니다.

지난 20세기 100년 동안 서른 다섯 차례를 기록했던 가뭄은 21세기 들어 불과 20년 만에 열 여섯 차례를 기록했고, 최근 10년 동안은 해마다 극심한 가뭄 '불가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기상학자와 환경학자들은 호주와 미국 서부 등지에서 지속되고 있는 혹독한 가뭄 이른바 메가 가뭄의 신호탄이 이미 발사됐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코 하늘만 바라볼 수 없는 이 상황.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손준수 기자와 함께 취재했습니다.

통합 물 관리 필요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에 물을 공급하는 담양호입니다.

최근 광주시는 담양호를 비롯해 농업용수를 담아둔 저수지의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비가 충분하게 내리지 않는다면 광주에는 6월부터 31년 만에 제한급수가 현실화할 수 있습니다.

[강기정/광주시장/지난 13일 광주시의회 :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물 절약 운동에 동참해주신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행정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아 노력해가겠습니다."]

하지만 저수지의 농업용수를 끌어와 식수로 사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농번기가 다가오는데 전남지역 저수지의 저수율은 평년대비 76%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상호/담양군 금성면 : "당연히 식수도 중요하지만, 농사짓는 입장에서는 농업용수도 식수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농업용수 공급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요파악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농업용수 수요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남는 물을 계산할 수 있는데 실수요 파악을 위한 정보 축적과 계측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최재완/광주대 토목공학과 교수 : "농업용수뿐만 아니라 수자원 간의 효율적인 사용이 앞으로 절실하게 필요할 거 같아요. 스마트워터 그리드라든지, 지능형 물 관리 시스템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도입해서."]

이와 함께 상시적인 가뭄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그릇을 키우고 농업과 공업, 생활용수 등을 일원화해 관리하는 통합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손준수입니다.

상시 가뭄 대비는?

제한급수 초읽기에 들어간 광주시는 급기야 이달부터 영산강 물도 식수로 쓰기로 했습니다.

덕흥보에서 취수한 하천수가 비상관로를 통해 하루 3만 톤씩 용연정수장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발전용수로 쓰인 보성강댐 물은 주암댐으로 가뭄 해소 전까지 공급됩니다.

한마디로 물이 풍부한 곳에서 부족한 곳으로 댐과 하천 등의 수원 간 원활한 연계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미리 쌍방향 관로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정용/환경부 물이용기획과장 : "호주같은 경우에는 관로를 개설하거나 이런 신규 수자원을 확보하는 부분들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기관도 설립을 했고요."]

또 현재 주암댐 등 식수원에서 끌어 쓰고 있는 공업용수를 하수를 재이용하거나 온배수 해수담수화 사업 등으로 활용해 식수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주장도 오랫동안 제기됐습니다.

[김준하/교수/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 : "주암댐에서 (여수산단) 물을 가져오니까 광주까지 올 물이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여수산단에는 공업용수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물을 만들자는 얘기입니다. 천수가 아니고."]

지난 2015년 충남지역의 가뭄을 계기로 시행된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 또한 상수도 누수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큰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두진/한국수자원공사 연구원 : "(11개 지자체에서) 유수율을 올리면서 절감된 물량이 광주광역시 하루 물 사용량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우리가 굳이 더 많은 댐이나 더 많은 개체 수량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문제는 수 조원대 가뭄대책 사업 대부분은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는 상황.

하지만, 눈 앞의 가뭄만 해갈하면 해당 사업은 또 다시 뒷전으로 밀려 시작도 못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메가 가뭄의 신호탄이 된 호주와 미국 서부 사례를 참고해 대규모 수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 모아 말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해정입니다.

촬영기자:신한비·정현덕/영상편집: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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