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설계자 ‘윗선’ 못 잡는다…전체 피의자 중 ‘2%’ 뿐

입력 2023.03.24 (06:27) 수정 2023.03.24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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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고 1인당 피해 금액도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니 이 피싱의 전체 판을 짜는 이른바 '윗선' 검거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어서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인천공항 입국장.

피싱 조직의 2인자가 수배 10년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돼 송환됐습니다.

이 조직이 뜯어낸 돈만 2백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총책은 오리무중입니다.

매년 검거되는 피싱 조직원만 3만 8천여 명.

대부분 몸통이 아닌 꼬리에 가깝습니다.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만들어 명의를 빌려준 경우가 64%, 수거책이 34%로 피라미드식 구조의 말단이 대부분입니다.

범행 수법을 개발하고 지시하는 '윗선'의 비중은 2%에 불과합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수거책/음성변조 : "책임이 그 쪽(수거책)에만 무게가 가 있으면 풀리지가 않거든요. 상선(윗선)을 잡겠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노력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두는 데다 점조직처럼 움직여 총책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유지훈/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금융범죄수사계장 : "조직원들끼리도 가명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조직이 여러 개로 분화가 되어 있어서 한 개 조직을 무너뜨려도 새로운 조직이 계속 대체되기 때문에 완전한 근절이 어렵습니다."]

가로챈 돈은 결국 '윗선'들이 관리합니다.

그들을 잡아야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 회복도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전직 보이스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총책은 하루에 정산 같은 거라든가, 팀장이라는 사람이 장부를 관리했고 그리고 실제로 돈 입금 받는 걸 하고. 나머지 조직원들은 그냥 전화 통화해서 대본대로만 하고."]

이러다 보니 어렵게 조직원을 검거해 봤자 수사는 뿌리에 닿질 못합니다.

3년을 도망 다닌 조직원이 지난주 베트남에서 붙잡혔지만 그를 통해 입증된 피해액은 1억여 원에 불과합니다.

[이○○/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수사 시작하는 데) 한 달이 걸렸어요. 저는 지금 피해액을 구제받는 것은 마음을 완전히 놓았고..."]

[A 씨/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사건에 대해서 (주변에)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금액 자체도 워낙 크고 결국 범죄자들을 잡아야지 해결이 되는 문제인데..."]

2006년 이후 15년간 발생한 피싱 범죄 피해액은 총 3조 8천억 원.

그 중 되돌려받은 돈이 있는지, 있다면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피해 회복' 규모는 집계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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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나리오 설계자 ‘윗선’ 못 잡는다…전체 피의자 중 ‘2%’ 뿐
    • 입력 2023-03-24 06:27:16
    • 수정2023-03-24 06:3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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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고 1인당 피해 금액도 점점 커지는 추세입니다.

그러니 이 피싱의 전체 판을 짜는 이른바 '윗선' 검거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어서 최혜림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인천공항 입국장.

피싱 조직의 2인자가 수배 10년 만에 필리핀에서 검거돼 송환됐습니다.

이 조직이 뜯어낸 돈만 2백억 원대로 추산됩니다.

총책은 오리무중입니다.

매년 검거되는 피싱 조직원만 3만 8천여 명.

대부분 몸통이 아닌 꼬리에 가깝습니다.

대포통장이나 대포폰을 만들어 명의를 빌려준 경우가 64%, 수거책이 34%로 피라미드식 구조의 말단이 대부분입니다.

범행 수법을 개발하고 지시하는 '윗선'의 비중은 2%에 불과합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수거책/음성변조 : "책임이 그 쪽(수거책)에만 무게가 가 있으면 풀리지가 않거든요. 상선(윗선)을 잡겠다는 노력은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아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노력이 과연 얼마나 있는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두는 데다 점조직처럼 움직여 총책을 특정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유지훈/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금융범죄수사계장 : "조직원들끼리도 가명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조직이 여러 개로 분화가 되어 있어서 한 개 조직을 무너뜨려도 새로운 조직이 계속 대체되기 때문에 완전한 근절이 어렵습니다."]

가로챈 돈은 결국 '윗선'들이 관리합니다.

그들을 잡아야 범죄수익 환수와 피해 회복도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전직 보이스피싱 콜센터 직원/음성변조 : "총책은 하루에 정산 같은 거라든가, 팀장이라는 사람이 장부를 관리했고 그리고 실제로 돈 입금 받는 걸 하고. 나머지 조직원들은 그냥 전화 통화해서 대본대로만 하고."]

이러다 보니 어렵게 조직원을 검거해 봤자 수사는 뿌리에 닿질 못합니다.

3년을 도망 다닌 조직원이 지난주 베트남에서 붙잡혔지만 그를 통해 입증된 피해액은 1억여 원에 불과합니다.

[이○○/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수사 시작하는 데) 한 달이 걸렸어요. 저는 지금 피해액을 구제받는 것은 마음을 완전히 놓았고..."]

[A 씨/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사건에 대해서 (주변에) 말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금액 자체도 워낙 크고 결국 범죄자들을 잡아야지 해결이 되는 문제인데..."]

2006년 이후 15년간 발생한 피싱 범죄 피해액은 총 3조 8천억 원.

그 중 되돌려받은 돈이 있는지, 있다면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피해 회복' 규모는 집계조차 안 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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