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택배’ 속이기 깨알 매뉴얼도…종착지는 ‘대면 편취’

입력 2023.03.24 (06:23) 수정 2023.03.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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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이스피싱'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고립시키는 피싱 조직의 수법,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 시나리오엔 각종 '피싱 예방책'을 무력화하는 매뉴얼도 세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현금 인출을 막는 은행 직원에게 둘러댈 말을 교육시키고 각종 공문서까지 위조해 범죄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계좌를 수사해 대포통장과 불법자금을 추적한다', '계좌의 투명성을 입증한다', 당신의 계좌 정보를 들여다봐야겠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 문서는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금융위원장 직인까지 찍혀 있지만 모두 가짜입니다.

[박정은/금융감독원 금융사기전담대응단 부국장 : "공문을 휴대전화 문자나 앱으로 받으셨다면, 백 퍼센트 금융 사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금융감독원은 개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나 앱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습니다."]

이 그럴 듯한 문서를 받고 협조해야겠단 마음이 든다면 피싱 조직이 파놓은 함정에 첫 발을 딛게 되는 겁니다.

수사를 받는다는 '공포심'으로 '의심'을 누르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 전술입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은 계속 했는데, 심리적으로 압박되는 상태여서 그런 걸 제대로 파악 못 한 것 같아요. 지금 보면 당연히 이거 위조문서라고 바로 생각을 하거든요."]

'당사자'의 의심을 해결했다면 다음 순서는 '금융 기관'입니다.

피해자가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을 찾아갔을 때 창구 직원이 용처를 캐물을 것에 대비해 그럴싸한 답변을 피해자에게 미리 주입시켜놓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푸드트럭 장사를 위한 계약금을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됩니다."]

영업을 위해 현금을 찾는 소상공인의 경우 제지가 덜하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그래도 은행 측이 의심한다면 그때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무조건 잡아뗄 것을 지시합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수거책/음성변조 : "은행원들이 의심을 많이 했었거든요. 불이익이 있으니까 절대 본인 말고는 (상황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끝내 현금 인출이 여의치 않으면 대안으로 '신용카드'를 받아냅니다.

증거물 제출 등의 명목으로 택배나 퀵서비스로 보내게 하는데, 이 때도 배송 기사의 의심에 대비한 매뉴얼이 또 준비돼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포장 박스 규격은 최하 라면 박스 반 정도 이상의 크기가 좋을 것으로 생각되며, 무게도 기본적으로 2~3kg은 나가야 하며 가로 세로 대각선 2~3번 앞면 뒷면 꼼꼼하게 포장해야 기사들이 열어 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송금이 아닌 현금이나 카드를 노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대안'으로 강구된 수법입니다.

기존의 '대포통장' 입금 방식은 일시 지급정지 제도가 생긴 뒤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이제는 '직접적인' 갈취를 위해 교묘한 시나리오들을 구축한 겁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뱅킹하는 그 과정만 이렇게 좀 강하게 보안을 하는데, 이제 시나리오를 바꿔 버리는 것이고. 현혹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더 지능화되고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흔적을 남기지 않고 '현금'으로 넘어간 돈은 나중에 되찾기도 어렵습니다.

피싱 조직의 '성공'은 곧 피해자들의 '일상 파괴'입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호텔 앞에서 직접 주기도 했었고 하다 보니까, 돈을 (돌려)받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전세금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증금을 상환하려고 했던 돈을 이미 다 잃은 상태고..."]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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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택배’ 속이기 깨알 매뉴얼도…종착지는 ‘대면 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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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3-03-24 07: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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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이스피싱' 기획 보도 이어갑니다.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고립시키는 피싱 조직의 수법,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이 시나리오엔 각종 '피싱 예방책'을 무력화하는 매뉴얼도 세밀하게 담겨 있습니다.

현금 인출을 막는 은행 직원에게 둘러댈 말을 교육시키고 각종 공문서까지 위조해 범죄에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계좌를 수사해 대포통장과 불법자금을 추적한다', '계좌의 투명성을 입증한다', 당신의 계좌 정보를 들여다봐야겠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는 이 문서는 담당 공무원의 실명과 금융위원장 직인까지 찍혀 있지만 모두 가짜입니다.

[박정은/금융감독원 금융사기전담대응단 부국장 : "공문을 휴대전화 문자나 앱으로 받으셨다면, 백 퍼센트 금융 사기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금융감독원은 개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나 앱으로 공문을 보내지 않습니다."]

이 그럴 듯한 문서를 받고 협조해야겠단 마음이 든다면 피싱 조직이 파놓은 함정에 첫 발을 딛게 되는 겁니다.

수사를 받는다는 '공포심'으로 '의심'을 누르게 만드는 일종의 심리 전술입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의심은 계속 했는데, 심리적으로 압박되는 상태여서 그런 걸 제대로 파악 못 한 것 같아요. 지금 보면 당연히 이거 위조문서라고 바로 생각을 하거든요."]

'당사자'의 의심을 해결했다면 다음 순서는 '금융 기관'입니다.

피해자가 현금을 인출하려고 은행을 찾아갔을 때 창구 직원이 용처를 캐물을 것에 대비해 그럴싸한 답변을 피해자에게 미리 주입시켜놓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푸드트럭 장사를 위한 계약금을 내기 위해 현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됩니다."]

영업을 위해 현금을 찾는 소상공인의 경우 제지가 덜하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그래도 은행 측이 의심한다면 그때는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고 무조건 잡아뗄 것을 지시합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수거책/음성변조 : "은행원들이 의심을 많이 했었거든요. 불이익이 있으니까 절대 본인 말고는 (상황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끝내 현금 인출이 여의치 않으면 대안으로 '신용카드'를 받아냅니다.

증거물 제출 등의 명목으로 택배나 퀵서비스로 보내게 하는데, 이 때도 배송 기사의 의심에 대비한 매뉴얼이 또 준비돼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대독 : "포장 박스 규격은 최하 라면 박스 반 정도 이상의 크기가 좋을 것으로 생각되며, 무게도 기본적으로 2~3kg은 나가야 하며 가로 세로 대각선 2~3번 앞면 뒷면 꼼꼼하게 포장해야 기사들이 열어 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송금이 아닌 현금이나 카드를 노리는 것 자체가 새로운 '대안'으로 강구된 수법입니다.

기존의 '대포통장' 입금 방식은 일시 지급정지 제도가 생긴 뒤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고 이제는 '직접적인' 갈취를 위해 교묘한 시나리오들을 구축한 겁니다.

[이기동/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 : "뱅킹하는 그 과정만 이렇게 좀 강하게 보안을 하는데, 이제 시나리오를 바꿔 버리는 것이고. 현혹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더 지능화되고 쉽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죠."]

흔적을 남기지 않고 '현금'으로 넘어간 돈은 나중에 되찾기도 어렵습니다.

피싱 조직의 '성공'은 곧 피해자들의 '일상 파괴'입니다.

[원○○/보이스피싱 피해자/음성변조 : "호텔 앞에서 직접 주기도 했었고 하다 보니까, 돈을 (돌려)받는 경우는 희박하다고. 전세금 대출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보증금을 상환하려고 했던 돈을 이미 다 잃은 상태고..."]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허수곤/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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