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한국어 통역 좀”…‘불복’ 예고한 권도형, 국내 송환 첩첩산중

입력 2023.03.27 (18:03) 수정 2023.03.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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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60조 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불과 며칠 만에 증발해버린 가상화폐 테라, 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죠.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전격 체포됐습니다.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신병확보에 뛰어든 가운데, '가상화폐 천재'로도 불렸던 권 대표의 추락을 외신들도 조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오늘 이 얘기해봅니다.

권도형 대표, 오랫동안 도주 중이었잖아요.

어디서 체포됐습니까?

[기자]

네,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측근인 한 모 씨와 함께 전격 체포됐습니다.

도피 열한 달 만인데요,

이들은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다 적발됐는데, 수화물에서도 위조된 벨기에 여권이 발견됐습니다.

수갑을 찬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경찰의 손에 이끌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입니다.

현지 검찰은 권 대표 등 2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습니다.

권 대표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권 대표 측 변호인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온라인에선 과거 "영어가 아니면 소통이 어렵다"고 한 권 대표의 SNS 글이 회자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외신들도 대대적으로 체포 소식을 보도했죠?

[기자]

외신들은 한때 천재, 거물로 불렸던 권도형이 '도망자'로 전락했다며 그의 행적과 혐의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1991년생, 만으로 31살.

한국에서 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권 대표는요.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잠깐씩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문제의 '테라·루나' 코인을 발행한 '테라폼랩스'라는 가상화폐 회사를 차렸는데요.

회사는 단숨에 시가총액 세계 8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코인 가격이 불과 나흘 만에 99.99% 폭락하며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피해 규모만 50조 원 넘는 거로 추정됩니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사기와 시세 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당시에도 테라·루나 코인의 구조가 실체가 없는 '다단계'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잖아요?

[기자]

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이 두 개의 가상화폐 코인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먼저 테라 코인 1개는 미국 돈 1달러에 고정했습니다.

권 씨는 이 가치를 유지하려고 '담보'로 또 가상화폐를 만들었는데 그게 '루나' 코인입니다.

[앵커]

코인이 코인을 담보로 발행됐다?

[기자]

네, 테라를 권 대표의 테라 폼랩스에 예치해놓으면 연간 20% 수익 준다고 했고요.

테라를 담보로 한 루나는 500원에서 10만 원 넘게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테라 매도 세력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둘이 동반 폭락한 겁니다.

권 대표는 미국에선 증권 사기 등 총 8개의 혐의가 적용돼 기소된 상태인데, 뉴욕 검찰의 공소장엔 권 대표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1년 전 이미 시세 조종을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의 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대량으로 사들여 테라 가격을 1달러로 맞춰왔고요.

루나는 시세보다 훨씬 싸게 넘겨받아 큰 차익을 봤다고, 적시했습니다.

[A 씨/전 테라폼랩스 개발자/음성변조 : "OO(업체)과 권도형 사이에 극비리 계약이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테라)의 가격은 1달러에 유지시키고 그리고 루나의 가격을 좀 띄우는, 이제 그런 역할을 했다라고…."]

핵심 쟁점은 권 대표가 테라의 안정성을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느냐 여부입니다.

[앵커]

권도형 대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데, 향후 송환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우리 검찰이 인터폴에 가장 먼저 적색수배를 내리긴 했는데요,

지금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도 권 대표를 넘겨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국제법상으로는 체포한 나라, 즉 몬테네그로가 어느 나라로 보낼지 결정하게 됩니다.

일단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먼저 재판이 시작될 거로 보이는데요,

다만 권 대표 측이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현지에서 소송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송환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고요.

권 대표가 언제,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여러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미국으로 가게 되면 100년이 넘는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테라·루나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국내 투자자만 28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국내로 송환될지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고, 송환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투자를 규정하는 법률이 아직 없습니다.

일종의 투기로 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미지수죠.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기 전 열한 달 동안 최소 4개 나라를 돌며 수사망을 피해왔는데요,

해외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공개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인터폴 적색수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산책하고 쇼핑몰도 간다"며 도주설을 부인했고, 한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해서는 진행자가 권 대표에게 "감옥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자, 권 대표는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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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18:03:50
    • 수정2023-03-27 18: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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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60조 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불과 며칠 만에 증발해버린 가상화폐 테라, 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이죠.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전격 체포됐습니다.

한국과 미국, 싱가포르가 신병확보에 뛰어든 가운데, '가상화폐 천재'로도 불렸던 권 대표의 추락을 외신들도 조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오늘 이 얘기해봅니다.

권도형 대표, 오랫동안 도주 중이었잖아요.

어디서 체포됐습니까?

[기자]

네, 현지시각으로 지난 23일,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측근인 한 모 씨와 함께 전격 체포됐습니다.

도피 열한 달 만인데요,

이들은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으로 두바이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다 적발됐는데, 수화물에서도 위조된 벨기에 여권이 발견됐습니다.

수갑을 찬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경찰의 손에 이끌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입니다.

현지 검찰은 권 대표 등 2명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했습니다.

권 대표 측은 항소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날 권 대표 측 변호인은 한국어 통역이 제공되지 않는 등 방어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요.

온라인에선 과거 "영어가 아니면 소통이 어렵다"고 한 권 대표의 SNS 글이 회자 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외신들도 대대적으로 체포 소식을 보도했죠?

[기자]

외신들은 한때 천재, 거물로 불렸던 권도형이 '도망자'로 전락했다며 그의 행적과 혐의를 자세히 다뤘습니다.

1991년생, 만으로 31살.

한국에서 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권 대표는요.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잠깐씩 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18년, 문제의 '테라·루나' 코인을 발행한 '테라폼랩스'라는 가상화폐 회사를 차렸는데요.

회사는 단숨에 시가총액 세계 8위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지만,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코인 가격이 불과 나흘 만에 99.99% 폭락하며 휴짓조각이 됐습니다.

피해 규모만 50조 원 넘는 거로 추정됩니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사기와 시세 조종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앵커]

당시에도 테라·루나 코인의 구조가 실체가 없는 '다단계'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잖아요?

[기자]

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 이 두 개의 가상화폐 코인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았습니다.

먼저 테라 코인 1개는 미국 돈 1달러에 고정했습니다.

권 씨는 이 가치를 유지하려고 '담보'로 또 가상화폐를 만들었는데 그게 '루나' 코인입니다.

[앵커]

코인이 코인을 담보로 발행됐다?

[기자]

네, 테라를 권 대표의 테라 폼랩스에 예치해놓으면 연간 20% 수익 준다고 했고요.

테라를 담보로 한 루나는 500원에서 10만 원 넘게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테라 매도 세력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둘이 동반 폭락한 겁니다.

권 대표는 미국에선 증권 사기 등 총 8개의 혐의가 적용돼 기소된 상태인데, 뉴욕 검찰의 공소장엔 권 대표가 폭락 사태가 일어나기 1년 전 이미 시세 조종을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미국의 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대량으로 사들여 테라 가격을 1달러로 맞춰왔고요.

루나는 시세보다 훨씬 싸게 넘겨받아 큰 차익을 봤다고, 적시했습니다.

[A 씨/전 테라폼랩스 개발자/음성변조 : "OO(업체)과 권도형 사이에 극비리 계약이 있었다. 스테이블 코인(테라)의 가격은 1달러에 유지시키고 그리고 루나의 가격을 좀 띄우는, 이제 그런 역할을 했다라고…."]

핵심 쟁점은 권 대표가 테라의 안정성을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느냐 여부입니다.

[앵커]

권도형 대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수사 선상에 올라있는데, 향후 송환 절차는 어떻게 됩니까?

[기자]

네, 우리 검찰이 인터폴에 가장 먼저 적색수배를 내리긴 했는데요,

지금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도 권 대표를 넘겨 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국제법상으로는 체포한 나라, 즉 몬테네그로가 어느 나라로 보낼지 결정하게 됩니다.

일단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로 먼저 재판이 시작될 거로 보이는데요,

다만 권 대표 측이 항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현지에서 소송으로 시간을 끌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 송환 시기는 더 늦어질 수 있고요.

권 대표가 언제,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여러 상황이 불투명한 가운데, 법조계에선 미국으로 가게 되면 100년이 넘는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피해자들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테라·루나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국내 투자자만 28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돈을 돌려받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국내로 송환될지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고, 송환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가상화폐 투자를 규정하는 법률이 아직 없습니다.

일종의 투기로 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미지수죠.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기 전 열한 달 동안 최소 4개 나라를 돌며 수사망을 피해왔는데요,

해외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공개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지난해 인터폴 적색수배 직후 트위터를 통해 "산책하고 쇼핑몰도 간다"며 도주설을 부인했고, 한 인터넷 생방송에 출연해서는 진행자가 권 대표에게 "감옥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자, 권 대표는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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