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전화선에 묶인 채”…73년 만에 드러난 아산 방공호 학살사건

입력 2023.03.28 (19:35) 수정 2023.03.2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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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남 아산에서는 6·25 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첫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유해 40여 구가 73년 만에 발굴됐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이제라도 부모·형제를 모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기슭 방공호를 따라 빼곡히 묻혔던 유골 더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부분 무릎을 구부려 앉은 자세로, 학살당한 뒤 좁은 방공호에 매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공호를 따라 발굴된 유해입니다.

군용 전화선에 묶인 채 총살당한 온전한 모습의 유골이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이 사용했던 카빈 소총의 탄피도 나왔습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국군이 수복한 뒤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치안대가 민간인을 학살했고, 그 시신을 이곳에 유기한 겁니다.

이번 정부 차원의 첫 발굴조사에선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유해 40여 구가 수습됐습니다.

[박선주/유해발굴 조사단장 : "직선으로 15~20미터의 교통호(방공호)를 찾을 수 있었고 교통호 안에서 많은 분이 희생당한 모습을 그대로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발굴에 앞서 2018년 충남 아산시가 주도한 발굴에서는 아이와 여성 등 2백여 구의 유해가 수습됐습니다.

현장을 찾은 고령의 유족들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이제라도 부모·형제를 제대로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맹억호/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장 : "유골이라도 감싸 안고서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여태까지 평생 엄마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김광욱/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 유족 : "74년 동안 그리고 그리던 아버지를 이곳에서 꼭 찾고 싶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유해 3백여 구가 이 일대에 더 묻혀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발굴에 나설 계획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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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용 전화선에 묶인 채”…73년 만에 드러난 아산 방공호 학살사건
    • 입력 2023-03-28 19:35:58
    • 수정2023-03-28 19: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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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충남 아산에서는 6·25 전쟁 당시 벌어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정부 차원의 첫 발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억울한 죽임을 당한 유해 40여 구가 73년 만에 발굴됐습니다.

고령의 유족들은 이제라도 부모·형제를 모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정재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산기슭 방공호를 따라 빼곡히 묻혔던 유골 더미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대부분 무릎을 구부려 앉은 자세로, 학살당한 뒤 좁은 방공호에 매장된 것으로 보입니다.

방공호를 따라 발굴된 유해입니다.

군용 전화선에 묶인 채 총살당한 온전한 모습의 유골이 드러나 있습니다.

당시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이 사용했던 카빈 소총의 탄피도 나왔습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국군이 수복한 뒤 북한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경찰과 치안대가 민간인을 학살했고, 그 시신을 이곳에 유기한 겁니다.

이번 정부 차원의 첫 발굴조사에선 성인 남성으로 추정되는 유해 40여 구가 수습됐습니다.

[박선주/유해발굴 조사단장 : "직선으로 15~20미터의 교통호(방공호)를 찾을 수 있었고 교통호 안에서 많은 분이 희생당한 모습을 그대로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번 발굴에 앞서 2018년 충남 아산시가 주도한 발굴에서는 아이와 여성 등 2백여 구의 유해가 수습됐습니다.

현장을 찾은 고령의 유족들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이제라도 부모·형제를 제대로 모실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맹억호/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장 : "유골이라도 감싸 안고서 엄마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여태까지 평생 엄마라는 소리를 해본 적이 없는데."]

[김광욱/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아산유족회 유족 : "74년 동안 그리고 그리던 아버지를 이곳에서 꼭 찾고 싶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유해 3백여 구가 이 일대에 더 묻혀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발굴에 나설 계획입니다.

KBS 뉴스 정재훈입니다.

촬영기자:신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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