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삼성·SK, 장부까지 다 내놔라”…반도체 보조금 건 美 요구 점입가경
입력 2023.03.30 (18:04)
수정 2023.03.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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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공개하고 있죠.
지금까지 것만 해도 요구가 너무 많다는 기업들 불만이 있었는데 이 요구 조건, 자세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더 늘어나고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공개된 조건은 아예 장부까지 다 내놓으라는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워싱턴 연결해 들어보죠.
이정민 특파원, 미국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도체 보조금 주는 세부 조건을 내놨잖아요. 이번에 내놓은 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담은 11페이지 짜리 세부 지침을 공개했는데요.
지금 보여드릴 이 문건입니다.
기업의 수입과 현금 흐름, 재정 상태 등 기업 전반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했는데요.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의 종류별 생산량, 공장 가동률, 전체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 생산 첫해 판매량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이 포함돼 있고요.
반도체 소재, 소모품 비용, 고용 유형별로 공장 운영 인원과 인건비, 공공 요금까지 적어내라 했습니다.
이 내용들을 전부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식까지 볼 수 있게 하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줄만한 기업인지 여부도 판단해야 하고,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일정 정도 돌려받겠다, 그러니 기업의 생산과 자금 흐름을 알아야겠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 대부분은 반도체 기업들이 새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중요한 대외비 정보들입니다.
그걸 정확한 수치는 물론 산출 공식까지 내놓으라고 하니 기업들이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내놓은 보조금 지급 조건이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앞서 내놓은 조건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이 개략적인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까다로운 제약,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기업, 혹은 미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보조금 규모는 390억 달러, 우리 돈 50조 원 정도인데요.
대신 미국 납세자들 돈이 들어가니 예상 수익 크게 웃돌 때는 일정 정도를 미국 정부에 토해내라, 미국 안보와 얽힌 산업이니 공장 내부도 미국이 들여다봐야겠다 같은 조건이 내걸렸습니다.
그 뒤엔 또 중국을 견제하겠다면서 미국 보조금 받으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상은 증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중국 공장 규모가 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들어보시죠.
[라민 톨루이/미국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보/15일 : "미국 상무부가 2월 말에 발표한 일련의 (보조금 신청) 요건과 지침에 적힌 지원 절차와 제약은 외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앵커]
이 쯤 되면 보조금 받는 게 오히려 족쇄만 되는 정도 아닌가요?
우리 반도체 기업들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에 현재 반도체 공장을 가진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고요.
워낙 보조금 규모가 크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신청하겠단 입장이었는데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난감하단 입장입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도 불황인데 생산비도 생산 시간도 많이 드는 미국 투자 늘리고 기밀까지 내주는 게 얼마나 이득일지 봐야한다는 주장, 반대로 향후 미국이 몽니 부릴게 우려되니 족쇄 감수하고라도 미국 보조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 위축과 연결돼있단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 요소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발언 들어보실까요?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22일 : "미국 측의 '가드레일' 조항은 철두철미한 과학 기술 봉쇄이자 보호주의입니다."]
이번주 중국이 주최한 국제회의, 보아오포럼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는데 혹시 모를 중국의 무역 보복,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 내에선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입장만 보면 경쟁사인 한국과 타이완 기업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주는게 유리합니다.
미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자국 위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남아있는 미국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공개하고 있죠.
지금까지 것만 해도 요구가 너무 많다는 기업들 불만이 있었는데 이 요구 조건, 자세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더 늘어나고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공개된 조건은 아예 장부까지 다 내놓으라는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워싱턴 연결해 들어보죠.
이정민 특파원, 미국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도체 보조금 주는 세부 조건을 내놨잖아요. 이번에 내놓은 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담은 11페이지 짜리 세부 지침을 공개했는데요.
지금 보여드릴 이 문건입니다.
기업의 수입과 현금 흐름, 재정 상태 등 기업 전반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했는데요.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의 종류별 생산량, 공장 가동률, 전체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 생산 첫해 판매량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이 포함돼 있고요.
반도체 소재, 소모품 비용, 고용 유형별로 공장 운영 인원과 인건비, 공공 요금까지 적어내라 했습니다.
이 내용들을 전부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식까지 볼 수 있게 하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줄만한 기업인지 여부도 판단해야 하고,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일정 정도 돌려받겠다, 그러니 기업의 생산과 자금 흐름을 알아야겠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 대부분은 반도체 기업들이 새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중요한 대외비 정보들입니다.
그걸 정확한 수치는 물론 산출 공식까지 내놓으라고 하니 기업들이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내놓은 보조금 지급 조건이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앞서 내놓은 조건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이 개략적인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까다로운 제약,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기업, 혹은 미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보조금 규모는 390억 달러, 우리 돈 50조 원 정도인데요.
대신 미국 납세자들 돈이 들어가니 예상 수익 크게 웃돌 때는 일정 정도를 미국 정부에 토해내라, 미국 안보와 얽힌 산업이니 공장 내부도 미국이 들여다봐야겠다 같은 조건이 내걸렸습니다.
그 뒤엔 또 중국을 견제하겠다면서 미국 보조금 받으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상은 증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중국 공장 규모가 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들어보시죠.
[라민 톨루이/미국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보/15일 : "미국 상무부가 2월 말에 발표한 일련의 (보조금 신청) 요건과 지침에 적힌 지원 절차와 제약은 외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앵커]
이 쯤 되면 보조금 받는 게 오히려 족쇄만 되는 정도 아닌가요?
우리 반도체 기업들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에 현재 반도체 공장을 가진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고요.
워낙 보조금 규모가 크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신청하겠단 입장이었는데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난감하단 입장입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도 불황인데 생산비도 생산 시간도 많이 드는 미국 투자 늘리고 기밀까지 내주는 게 얼마나 이득일지 봐야한다는 주장, 반대로 향후 미국이 몽니 부릴게 우려되니 족쇄 감수하고라도 미국 보조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 위축과 연결돼있단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 요소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발언 들어보실까요?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22일 : "미국 측의 '가드레일' 조항은 철두철미한 과학 기술 봉쇄이자 보호주의입니다."]
이번주 중국이 주최한 국제회의, 보아오포럼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는데 혹시 모를 중국의 무역 보복,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 내에선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입장만 보면 경쟁사인 한국과 타이완 기업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주는게 유리합니다.
미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자국 위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남아있는 미국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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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공개하고 있죠.
지금까지 것만 해도 요구가 너무 많다는 기업들 불만이 있었는데 이 요구 조건, 자세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더 늘어나고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공개된 조건은 아예 장부까지 다 내놓으라는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워싱턴 연결해 들어보죠.
이정민 특파원, 미국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도체 보조금 주는 세부 조건을 내놨잖아요. 이번에 내놓은 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담은 11페이지 짜리 세부 지침을 공개했는데요.
지금 보여드릴 이 문건입니다.
기업의 수입과 현금 흐름, 재정 상태 등 기업 전반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했는데요.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의 종류별 생산량, 공장 가동률, 전체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 생산 첫해 판매량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이 포함돼 있고요.
반도체 소재, 소모품 비용, 고용 유형별로 공장 운영 인원과 인건비, 공공 요금까지 적어내라 했습니다.
이 내용들을 전부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식까지 볼 수 있게 하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줄만한 기업인지 여부도 판단해야 하고,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일정 정도 돌려받겠다, 그러니 기업의 생산과 자금 흐름을 알아야겠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 대부분은 반도체 기업들이 새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중요한 대외비 정보들입니다.
그걸 정확한 수치는 물론 산출 공식까지 내놓으라고 하니 기업들이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내놓은 보조금 지급 조건이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앞서 내놓은 조건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이 개략적인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까다로운 제약,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기업, 혹은 미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보조금 규모는 390억 달러, 우리 돈 50조 원 정도인데요.
대신 미국 납세자들 돈이 들어가니 예상 수익 크게 웃돌 때는 일정 정도를 미국 정부에 토해내라, 미국 안보와 얽힌 산업이니 공장 내부도 미국이 들여다봐야겠다 같은 조건이 내걸렸습니다.
그 뒤엔 또 중국을 견제하겠다면서 미국 보조금 받으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상은 증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중국 공장 규모가 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들어보시죠.
[라민 톨루이/미국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보/15일 : "미국 상무부가 2월 말에 발표한 일련의 (보조금 신청) 요건과 지침에 적힌 지원 절차와 제약은 외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앵커]
이 쯤 되면 보조금 받는 게 오히려 족쇄만 되는 정도 아닌가요?
우리 반도체 기업들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에 현재 반도체 공장을 가진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고요.
워낙 보조금 규모가 크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신청하겠단 입장이었는데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난감하단 입장입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도 불황인데 생산비도 생산 시간도 많이 드는 미국 투자 늘리고 기밀까지 내주는 게 얼마나 이득일지 봐야한다는 주장, 반대로 향후 미국이 몽니 부릴게 우려되니 족쇄 감수하고라도 미국 보조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 위축과 연결돼있단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 요소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발언 들어보실까요?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22일 : "미국 측의 '가드레일' 조항은 철두철미한 과학 기술 봉쇄이자 보호주의입니다."]
이번주 중국이 주최한 국제회의, 보아오포럼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는데 혹시 모를 중국의 무역 보복,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 내에선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입장만 보면 경쟁사인 한국과 타이완 기업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주는게 유리합니다.
미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자국 위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남아있는 미국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
미국이 자국에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주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공개하고 있죠.
지금까지 것만 해도 요구가 너무 많다는 기업들 불만이 있었는데 이 요구 조건, 자세한 내용이 나올 때마다 더 늘어나고 더 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이번주 공개된 조건은 아예 장부까지 다 내놓으라는 수준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워싱턴 연결해 들어보죠.
이정민 특파원, 미국이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도체 보조금 주는 세부 조건을 내놨잖아요. 이번에 내놓은 건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상무부가 지난 27일,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절차를 담은 11페이지 짜리 세부 지침을 공개했는데요.
지금 보여드릴 이 문건입니다.
기업의 수입과 현금 흐름, 재정 상태 등 기업 전반을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내용을 다 공개하라고 했는데요.
반도체의 원판인 웨이퍼의 종류별 생산량, 공장 가동률, 전체 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을 나타내는 수율, 생산 첫해 판매량과 연도별 생산량, 판매 가격 증감 등이 포함돼 있고요.
반도체 소재, 소모품 비용, 고용 유형별로 공장 운영 인원과 인건비, 공공 요금까지 적어내라 했습니다.
이 내용들을 전부 엑셀 파일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계산했는지 공식까지 볼 수 있게 하라고 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줄만한 기업인지 여부도 판단해야 하고, 너무 많은 이익이 발생하면 일정 정도 돌려받겠다, 그러니 기업의 생산과 자금 흐름을 알아야겠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정보 대부분은 반도체 기업들이 새나갈까 전전긍긍하는 중요한 대외비 정보들입니다.
그걸 정확한 수치는 물론 산출 공식까지 내놓으라고 하니 기업들이 난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앵커]
미국이 내놓은 보조금 지급 조건이 이것만은 아니잖아요?
앞서 내놓은 조건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요.
[기자]
미국이 개략적인 반도체 보조금 신청 조건을 처음 발표했을 때부터 이런 까다로운 제약,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미국이 미국 기업, 혹은 미국에 진출한 반도체 기업들에게 지급하겠다고 밝힌 보조금 규모는 390억 달러, 우리 돈 50조 원 정도인데요.
대신 미국 납세자들 돈이 들어가니 예상 수익 크게 웃돌 때는 일정 정도를 미국 정부에 토해내라, 미국 안보와 얽힌 산업이니 공장 내부도 미국이 들여다봐야겠다 같은 조건이 내걸렸습니다.
그 뒤엔 또 중국을 견제하겠다면서 미국 보조금 받으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는 5% 이상은 증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중국 공장 규모가 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는데, 여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들어보시죠.
[라민 톨루이/미국 국무부 경제기업담당 차관보/15일 : "미국 상무부가 2월 말에 발표한 일련의 (보조금 신청) 요건과 지침에 적힌 지원 절차와 제약은 외국 기업이든 미국 기업이든 똑같이 적용됩니다."]
[앵커]
이 쯤 되면 보조금 받는 게 오히려 족쇄만 되는 정도 아닌가요?
우리 반도체 기업들 계획은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에 현재 반도체 공장을 가진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합니다.
SK하이닉스는 공장 설립 계획을 갖고 있고요.
워낙 보조금 규모가 크다 보니 미국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보조금 신청하겠단 입장이었는데 요구 조건이 너무 높아 난감하단 입장입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도 불황인데 생산비도 생산 시간도 많이 드는 미국 투자 늘리고 기밀까지 내주는 게 얼마나 이득일지 봐야한다는 주장, 반대로 향후 미국이 몽니 부릴게 우려되니 족쇄 감수하고라도 미국 보조금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가 중국 투자 위축과 연결돼있단 점도 기업들에겐 부담 요소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행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발언 들어보실까요?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22일 : "미국 측의 '가드레일' 조항은 철두철미한 과학 기술 봉쇄이자 보호주의입니다."]
이번주 중국이 주최한 국제회의, 보아오포럼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는데 혹시 모를 중국의 무역 보복,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란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미국 내에선 어떤 얘기가 나오나요?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입장만 보면 경쟁사인 한국과 타이완 기업에 정부가 제동을 걸어주는게 유리합니다.
미국의 행보가 지나치게 자국 위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이 미국 아니면 중국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은 아직 남아있는 미국 정부와의 추가 협상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인데요.
정부 차원에서 우리 기업들이 부당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대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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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기자 man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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