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초 공개’ 이중섭이 화가 친구에게 그려준 그림

입력 2023.04.14 (21:16) 수정 2023.04.1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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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 화백의 ‘황소’입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묵직하게 땅을 딛고 나아갑니다.

거친 세상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자화상 같은 작품입니다.

이 '길 떠나는 가족'처럼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도 여러 그림에 녹아있습니다.

오늘(14일) kbs가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1950년대에 친구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경복궁 앞에서 화가 셋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 키 큰 인물이 바로 이중섭 화백, 그 옆은 이중섭과 한 살 터울인 화가 친구 송정훈 화백입니다.

송정훈은 당시 서울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그곳을 찾아간 이중섭이 그림을 한 점 그려줍니다.

이후 70년 가까이 송 화백 집안에서 고이 간직해온 이중섭의 그림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세로 15cm, 가로 24.5cm로 이중섭의 그림으론 작지 않은 크기.

누런 인쇄용지 위에 검정 유성 잉크를 바른 뒤, 뾰족한 도구로 긁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

뒷면을 보면 인쇄용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송현/이중섭 작품 소장자 : "아버님한테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뭐 이렇게 왕래가 좀 있으시니까 이제 있으실 때 오셔서 뭐 인쇄지에 이렇게 잉크를 뿌리고 뭘로 이렇게 긁어서 이제 그린 걸로 이렇게 이야기는 들었고. 오실 때마다 뭐 이렇게 그림 같은 걸 좀 주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는 저희 집에 은박지 그림도 두 개 정도 있고 또 다른 그림도 또 있고 그랬었습니다."]

이중섭은 이 그림에 자신과 부인, 두 아들의 얼굴, 그 사이로 꽃과 나뭇잎 등을 그려 넣었습니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엔 '중섭'이라는 서명도 적었습니다.

작품을 감정한 전문가는 의심의 여지 없는 이중섭의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인물이나 또 여기에 그려져 있는 나무, 나뭇잎 이런 것들의 표현 방식이 아주 다른 그림에서 나오는, 이중섭의 그림에 나오는 도상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 것으로 봐서도 충분히 알 수가 있고요. 서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그림을 그린다 하더라도 서명만은 본인 특유의 필체가 나오기 때문에 필체가 다르면 진품이라 할 수 없는데, 이 작품에 나와 있는 한글 중섭이라고 쓴 것은 이중섭의 50년대 그림에 나오는 서명하고 완벽히 일치합니다."]

표면을 긁는 기법으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건 전형적인 이중섭의 양식.

하지만 인쇄용지에 유성 잉크라는 생소한 재료를 사용한 점, 지금까지 이중섭의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짙은 색감을 띤 점도 특별합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지만, 배경이 완벽하게 검정색입니다. 그래서 이중섭의 새로운 면모, 그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소장자는 화가였던 부친 송정훈 화백의 자료를 정리하는 대로 전시회를 열어 이중섭의 작품을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장수경/자막제작: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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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최초 공개’ 이중섭이 화가 친구에게 그려준 그림
    • 입력 2023-04-14 21:16:39
    • 수정2023-04-14 22:36:18
    뉴스 9
[앵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 화백의 ‘황소’입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묵직하게 땅을 딛고 나아갑니다.

거친 세상에 굴하지 않는 작가의 자화상 같은 작품입니다.

이 '길 떠나는 가족'처럼 전쟁으로 헤어진 가족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도 여러 그림에 녹아있습니다.

오늘(14일) kbs가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중섭 화백의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1950년대에 친구에게 선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석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6·25전쟁이 끝난 이듬해인 1954년, 경복궁 앞에서 화가 셋이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 키 큰 인물이 바로 이중섭 화백, 그 옆은 이중섭과 한 살 터울인 화가 친구 송정훈 화백입니다.

송정훈은 당시 서울에서 인쇄소를 운영했는데, 어느 날 그곳을 찾아간 이중섭이 그림을 한 점 그려줍니다.

이후 70년 가까이 송 화백 집안에서 고이 간직해온 이중섭의 그림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입니다.

세로 15cm, 가로 24.5cm로 이중섭의 그림으론 작지 않은 크기.

누런 인쇄용지 위에 검정 유성 잉크를 바른 뒤, 뾰족한 도구로 긁어서 완성한 작품입니다.

뒷면을 보면 인쇄용지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송현/이중섭 작품 소장자 : "아버님한테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뭐 이렇게 왕래가 좀 있으시니까 이제 있으실 때 오셔서 뭐 인쇄지에 이렇게 잉크를 뿌리고 뭘로 이렇게 긁어서 이제 그린 걸로 이렇게 이야기는 들었고. 오실 때마다 뭐 이렇게 그림 같은 걸 좀 주셨나 봐요. 그래서 제가 어렸을 때는 저희 집에 은박지 그림도 두 개 정도 있고 또 다른 그림도 또 있고 그랬었습니다."]

이중섭은 이 그림에 자신과 부인, 두 아들의 얼굴, 그 사이로 꽃과 나뭇잎 등을 그려 넣었습니다.

오른쪽 아래 모서리엔 '중섭'이라는 서명도 적었습니다.

작품을 감정한 전문가는 의심의 여지 없는 이중섭의 그림이라고 말합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인물이나 또 여기에 그려져 있는 나무, 나뭇잎 이런 것들의 표현 방식이 아주 다른 그림에서 나오는, 이중섭의 그림에 나오는 도상과 거의 일치합니다. 그런 것으로 봐서도 충분히 알 수가 있고요. 서명이 매우 중요합니다. 유사한 그림을 그린다 하더라도 서명만은 본인 특유의 필체가 나오기 때문에 필체가 다르면 진품이라 할 수 없는데, 이 작품에 나와 있는 한글 중섭이라고 쓴 것은 이중섭의 50년대 그림에 나오는 서명하고 완벽히 일치합니다."]

표면을 긁는 기법으로 가족의 모습을 표현한 건 전형적인 이중섭의 양식.

하지만 인쇄용지에 유성 잉크라는 생소한 재료를 사용한 점, 지금까지 이중섭의 작품에선 볼 수 없었던 짙은 색감을 띤 점도 특별합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지만, 배경이 완벽하게 검정색입니다. 그래서 이중섭의 새로운 면모, 그것을 우리가 확인할 수 있다는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소장자는 화가였던 부친 송정훈 화백의 자료를 정리하는 대로 전시회를 열어 이중섭의 작품을 함께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습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오승근/영상편집:장수경/자막제작: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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