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대법원 손에 달렸다? 바이든의 ‘학자금 탕감’ 승부수

입력 2023.04.17 (10:54) 수정 2023.04.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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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을 대폭 깎아주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는데요.

이게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정책의 운명은 이제 미국 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겨도 좋고, 져도 나쁘지 않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이유가 뭔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복잡한 의회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고 행정 명령을 활용해 학자금 대출 탕감 제도를 시행했잖아요.

[기자]

그랬는데 바이든 정부가 실제 탕감 절차를 시작하자마자 이 정책에 반발해 소송을 낸 주들이 있었습니다.

네브래스카와 미주리, 아칸소 등 6개 주인데요.

모두 야당인 공화당이 주 행정부를 장악한 곳들입니다.

법적 다툼으로 번진 뒤에도 학자금 탕감 접수는 계속 받았기 때문에,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달라고 신청서를 낸 상태입니다.

일부는 탕감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들이 잇따라 주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추가 접수는 중지됐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연방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보겠다며, 그 사이 학자금 대출 상환은 일단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오는 6월까지도 대법원의 판단이 안 나면 그로부터 60일 뒤에 제도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바이든 정부가 이 정책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그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대학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을 때까지 15년 6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는데요.

특히 40년이 걸려도 다 갚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5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약 80%는 채무 불이행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층을 지원해 중산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 사람당 최대 2천7백만 원가량 대출을 탕감해주겠다는 거죠.

계획대로라면 4천만 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 예산은 향후 30년 간 570조 원 넘게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청년층을 돕자는 좋은 취지긴 하지만 한국 정부 한 해 예산에 맞먹는 돈이 드는 셈인데요.

이렇게 큰 예산이 필요한 일을 의회 표결도 없이 결정했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는 거죠?

[기자]

네, 반대하는 쪽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월권이라고 지적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인데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절차적으로 문제라는 거죠.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을 고려할 때 학자금 대출 상환을 면제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선 코로나19 비상 상황은 이미 끝났고, 오히려 돈을 푸는 정책으로 물가 상승만 더 심화시킬 거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학자금을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죠.

[AP통신 교육 전문 기자 : "의심할 여지 없이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겁니다. 심지어 장기간 법적 분쟁이 있을 수 있고, 제도 시행을 한동안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이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용 전략이었다는 평이 많은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언론에 직접 발표했는데, 이때는 미국 중간선거 석 달 전이었습니다.

지난 미국 중간선거는 여당인 민주당이 예상 외로 선방한 선거였습니다.

[앵커]

결국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텐데,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이 바이든 정부에 유리한 구조는 아니잖아요.

[기자]

미국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심리가 열렸는데, 예상대로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학자금 대출 탕감 제도의 적법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안은 의회의 입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는 겁니다.

[앵커]

바이든 정부에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지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이익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데, 무슨 소린가요?

[기자]

학자금 탕감 정책은 많은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죠.

그런 정책이 보수 성향의 대법원에서 좌절된다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민주당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미국 대학생 : "오늘 대법원에서 학생들의 부채 탕감에 대한 심리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가 이 자리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는 처음부터 법적 근거가 튼튼하지 않았다"며, "논란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 중간 선거 직전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에서 결국 지더라도 "보수적인 법원에 맞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할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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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7 10:54:01
    • 수정2023-04-17 1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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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을 대폭 깎아주기로 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거웠는데요.

이게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면서, 정책의 운명은 이제 미국 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겨도 좋고, 져도 나쁘지 않을 거란 해석이 나오는데요.

이유가 뭔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복잡한 의회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고 행정 명령을 활용해 학자금 대출 탕감 제도를 시행했잖아요.

[기자]

그랬는데 바이든 정부가 실제 탕감 절차를 시작하자마자 이 정책에 반발해 소송을 낸 주들이 있었습니다.

네브래스카와 미주리, 아칸소 등 6개 주인데요.

모두 야당인 공화당이 주 행정부를 장악한 곳들입니다.

법적 다툼으로 번진 뒤에도 학자금 탕감 접수는 계속 받았기 때문에,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달라고 신청서를 낸 상태입니다.

일부는 탕감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들이 잇따라 주 정부 손을 들어주면서, 추가 접수는 중지됐는데요.

바이든 정부는 연방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보겠다며, 그 사이 학자금 대출 상환은 일단 유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오는 6월까지도 대법원의 판단이 안 나면 그로부터 60일 뒤에 제도를 재개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바이든 정부가 이 정책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가요?

[기자]

그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대학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을 때까지 15년 6개월이나 걸린다고 하는데요.

특히 40년이 걸려도 다 갚지 못하는 사람이 거의 5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 중 약 80%는 채무 불이행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층을 지원해 중산층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바이든 정부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서 한 사람당 최대 2천7백만 원가량 대출을 탕감해주겠다는 거죠.

계획대로라면 4천만 명 정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 예산은 향후 30년 간 570조 원 넘게 필요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앵커]

청년층을 돕자는 좋은 취지긴 하지만 한국 정부 한 해 예산에 맞먹는 돈이 드는 셈인데요.

이렇게 큰 예산이 필요한 일을 의회 표결도 없이 결정했다는 게 발목을 잡고 있는 거죠?

[기자]

네, 반대하는 쪽에서는 바이든 정부의 월권이라고 지적합니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사업인데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는 건 절차적으로 문제라는 거죠.

여기에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19라는 비상 상황을 고려할 때 학자금 대출 상환을 면제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편에선 코로나19 비상 상황은 이미 끝났고, 오히려 돈을 푸는 정책으로 물가 상승만 더 심화시킬 거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학자금을 갚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되죠.

[AP통신 교육 전문 기자 : "의심할 여지 없이 이것은 정치적인 문제가 될 겁니다. 심지어 장기간 법적 분쟁이 있을 수 있고, 제도 시행을 한동안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정책이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용 전략이었다는 평이 많은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언론에 직접 발표했는데, 이때는 미국 중간선거 석 달 전이었습니다.

지난 미국 중간선거는 여당인 민주당이 예상 외로 선방한 선거였습니다.

[앵커]

결국 대법원에서 결론이 날텐데,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이 바이든 정부에 유리한 구조는 아니잖아요.

[기자]

미국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인데요.

지난 2월 이 사건에 대한 첫 대법원 심리가 열렸는데, 예상대로였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학자금 대출 탕감 제도의 적법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사안은 의회의 입법을 거쳐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는 겁니다.

[앵커]

바이든 정부에 불리하게 상황이 돌아가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대법원에서 지더라도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이익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데, 무슨 소린가요?

[기자]

학자금 탕감 정책은 많은 청년층의 지지를 받고 있죠.

그런 정책이 보수 성향의 대법원에서 좌절된다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히려 민주당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미국 대학생 : "오늘 대법원에서 학생들의 부채 탕감에 대한 심리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가 이 자리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정부는 처음부터 법적 근거가 튼튼하지 않았다"며, "논란이 될 거라는 걸 알면서 중간 선거 직전 이 정책을 밀어붙였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에서 결국 지더라도 "보수적인 법원에 맞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고 지지자들에게 말할 수 있을 거라는 겁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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