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7] 수백억 드는 교복, 학생은 외면

입력 2023.05.31 (19:24) 수정 2023.05.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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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지난 이틀 동안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교복 실태를 보도해 드렸습니다.

취재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초희기자, 학생들이 교복을 안 입고 다닌다고요?

[답변]

네, 학생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교복 입은 모습이죠.

그런데 취재진이 등교 시간 춘천 시내 중학교를 찾아가 봤더니 상황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등교시간 2개 학교 앞을 지켜봤는데 교복,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체육복 차림이었습니다.

취재하는 동안 교복을 입은 학생을 딱 한 명 만났는데 자발적으로 입은게 아니라,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입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생들이 교복을 안 입는 이유, 한마디로 불편해섭니다.

교복은 다들 입어보셨겠지만 신축성이 없는 자켓, 정장형 바지, 조끼 등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죠.

한창 활동할 시기인데 어깨도 죄고, 다리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바쁜 아침에 옷 입고, 벗는 시간도 오래걸리고요.

현장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중학생 : "교복을 입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니까 아침에 준비가 늦어지면 귀찮아서 안입거나 하는 편인거 같아요."]

[중학생 : "소재가 빳빳하고 그래가지고 좀 활동을하는데 불편해서. 체육복이 더 편해가지고 조금 더 많이 입는거 같습니다."]

[학부모 : "우리 애 같은 경우는 10번도 안 된 거 같아요. 사실 거의 체육복 입고 다니고. 졸업앨범 찍으려고 한 번 입은거 외에는 (입은 적이) 없어요."]

결국, 편한 체육복만 입게된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요.

감염 우려로 학교 탈의실 대부분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체육복 등교는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되려 체육복 사는게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매일 입어야 하니, 체육복을 3~4벌씩 추가로 사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교복지원에 교육청과 지지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죠?

[답변]

문제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학생들은 체육복만 입고, 그래서 체육복이 더 필요한데 정작 지원은 교복에만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게 강원도교육청 학교 교복 지원 조례인데요.

보시다시피 지원 대상이 '교복'으로 딱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교복은 장농 신세인데 여기 쓰는 돈은 막대합니다.

강원도교육청과 지자체는 2020년부터 강원도내 중고학교 입학생에게 교복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2만여 명에게 교복비를 줬습니다.

1명에 31만 4천 원씩, 모두 82억 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최근 4년치만 따져도 30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당장,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상교복 정책 취지가 비싼 교복 구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겠다는 거였는데요.

돈 들인 교복은 안 입고, 체육복은 사비로 더 사야해 오히려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진짜 필요한 데 돈을 쓸 수 있게 해달라, 이런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앵커]

KBS의 지적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강원도교육청도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육복을 당장, 지원 대상으로 삼는건 조금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체육복을 입는 학교도 있지만 안 입는 학교도 있어서 형평성에 안 맞다는게 이유입니다.

대신, 활동성을 높인 강원표준디자인 교복을 입으면 해결될 수 있을거다 설명을 했는데요.

표준 교복이란, 가격을 낮추고 티셔츠 형태로 활동성을 높인 교복입니다.

8년 전인 2015년 도입했습니다.

당시 비용은 6만 원에서 13만 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했는데요.

문제는 교복 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우선 옷 소재가 좋지 않아 까슬거린다거나, 학생들 체형에 잘 맞지 않고 활동성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 표준교복 도입률은 도내 260여 개 학교 가운데 동복 8%, 하복 13% 에 불과합니다.

이 표준 교복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논의되고 있나요?

[답변]

첫 보도가 나간 뒤 학부모들의 의견이 이어졌는데요.

교복 지원 정책이 누굴 위한 건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교복을 입는 학생이 만족해야 예산 지원이 실효성이 있다는 거죠.

가깝게는 지원금을 필요에 맞게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협의가 된다면 조례 개정 만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일 듯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불편한 교복'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는 교복 업체의 가격 담합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기획에 교복 지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하초희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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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파일7] 수백억 드는 교복, 학생은 외면
    • 입력 2023-05-31 19:24:05
    • 수정2023-05-31 19:47:55
    뉴스7(춘천)
[앵커]

KBS는 지난 이틀 동안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교복 실태를 보도해 드렸습니다.

취재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초희기자, 학생들이 교복을 안 입고 다닌다고요?

[답변]

네, 학생하면 떠오르는 모습이 교복 입은 모습이죠.

그런데 취재진이 등교 시간 춘천 시내 중학교를 찾아가 봤더니 상황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등교시간 2개 학교 앞을 지켜봤는데 교복,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체육복 차림이었습니다.

취재하는 동안 교복을 입은 학생을 딱 한 명 만났는데 자발적으로 입은게 아니라, "학교에 행사가 있어서 입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생들이 교복을 안 입는 이유, 한마디로 불편해섭니다.

교복은 다들 입어보셨겠지만 신축성이 없는 자켓, 정장형 바지, 조끼 등으로 이뤄진 경우가 많죠.

한창 활동할 시기인데 어깨도 죄고, 다리도 불편하다고 합니다.

바쁜 아침에 옷 입고, 벗는 시간도 오래걸리고요.

현장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중학생 : "교복을 입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하니까 아침에 준비가 늦어지면 귀찮아서 안입거나 하는 편인거 같아요."]

[중학생 : "소재가 빳빳하고 그래가지고 좀 활동을하는데 불편해서. 체육복이 더 편해가지고 조금 더 많이 입는거 같습니다."]

[학부모 : "우리 애 같은 경우는 10번도 안 된 거 같아요. 사실 거의 체육복 입고 다니고. 졸업앨범 찍으려고 한 번 입은거 외에는 (입은 적이) 없어요."]

결국, 편한 체육복만 입게된다는 겁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는데요.

감염 우려로 학교 탈의실 대부분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체육복 등교는 일상이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되려 체육복 사는게 부담이 되기도 하는데요.

매일 입어야 하니, 체육복을 3~4벌씩 추가로 사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 교복지원에 교육청과 지지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있죠?

[답변]

문제는 바로 여기 있습니다.

학생들은 체육복만 입고, 그래서 체육복이 더 필요한데 정작 지원은 교복에만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시는게 강원도교육청 학교 교복 지원 조례인데요.

보시다시피 지원 대상이 '교복'으로 딱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교복은 장농 신세인데 여기 쓰는 돈은 막대합니다.

강원도교육청과 지자체는 2020년부터 강원도내 중고학교 입학생에게 교복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올해의 경우 2만여 명에게 교복비를 줬습니다.

1명에 31만 4천 원씩, 모두 82억 원의 예산이 들었습니다.

최근 4년치만 따져도 30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당장,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상교복 정책 취지가 비싼 교복 구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겠다는 거였는데요.

돈 들인 교복은 안 입고, 체육복은 사비로 더 사야해 오히려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겁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진짜 필요한 데 돈을 쓸 수 있게 해달라, 이런 지적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앵커]

KBS의 지적에 대해 강원도교육청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변]

네, 강원도교육청도 문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체육복을 당장, 지원 대상으로 삼는건 조금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체육복을 입는 학교도 있지만 안 입는 학교도 있어서 형평성에 안 맞다는게 이유입니다.

대신, 활동성을 높인 강원표준디자인 교복을 입으면 해결될 수 있을거다 설명을 했는데요.

표준 교복이란, 가격을 낮추고 티셔츠 형태로 활동성을 높인 교복입니다.

8년 전인 2015년 도입했습니다.

당시 비용은 6만 원에서 13만 원 선으로 비교적 저렴했는데요.

문제는 교복 단가를 낮추려다 보니 결과물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겁니다.

우선 옷 소재가 좋지 않아 까슬거린다거나, 학생들 체형에 잘 맞지 않고 활동성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단 평가가 나왔습니다.

결국, 표준교복 도입률은 도내 260여 개 학교 가운데 동복 8%, 하복 13% 에 불과합니다.

이 표준 교복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논의되고 있나요?

[답변]

첫 보도가 나간 뒤 학부모들의 의견이 이어졌는데요.

교복 지원 정책이 누굴 위한 건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교복을 입는 학생이 만족해야 예산 지원이 실효성이 있다는 거죠.

가깝게는 지원금을 필요에 맞게 쓰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협의가 된다면 조례 개정 만으로도 풀 수 있는 문제일 듯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불편한 교복'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최근, 일부 지역에는 교복 업체의 가격 담합 의혹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번 기획에 교복 지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하초희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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