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타 총리 후보 “태국의 올해가 한국의 1992년이 되길”

입력 2023.06.06 (22:58) 수정 2023.06.0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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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왕실모독죄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징병제 폐지...

파격적인 공약으로 이번 태국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선 태국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

차기 총리 후보로 가장 유력한데요.

하지만 군부 여당이 이를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방콕 김원장 특파원이 피타 대표를 직접 만났는데요,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

이번 태국 총선은 당초 군부 여당과 탁신 전 총리의 푸아타이당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예상을 깨고 선명한 개혁성향의 전진당(MFP)이 1당이 됐어요?

[기자]

네, 한 50석 내다봤는데, 151석을 얻으며 제1당이 됐습니다.

개혁성향의 태국 전진당은 특히 대도시와 청년들의 몰표를 받았는데요.

이곳 방콕은 33개 지역구 중 모두 32곳을 싹쓸이했습니다.

이 전진당을 이끌고 있는 피타 대표를 만났습니다.

[피타 림짜른랏/전진당 대표 : "태국이 전진하는 것을 막는 군부에 대해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내린 분명한 명령입니다. 저는 올해가 정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절정에 달하는 결정적 순간이자 마지막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는 태국 민주화의 상징 탐마삿대학을 나와서 하바드 경영대학원, 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컨설팅그룹에서 일하다 3년 전에 정치권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동성결혼 합법화, 또 징병제 폐지...

태국은 군사적 위협이 거의 없는데도 군이 막강한 나라고 장병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2년간 군 입대가 결정되는데 이걸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거대한 국방예산을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을 정도만 쓰고, 다른 경제 관련 예산으로 돌려야 합니다."]

[앵커]

하지만 제1당이 됐어도 총리가 된다는 보장은 없는 거죠?

피타 대표가 이끄는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야권은 지금 피타의 전진당이 하원에서 151석, 그리고 당초 제1당이 유력했던 탁신 전 총리의 푸아타이당이 141석, 여기에 기타 군소정당까지 모두 310석 정도를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상원인데요.

상원의원 250명은 모두 군부가 지명한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현 군부 여당의 연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불과 하원 70여 석 확보에 그친 군부 여당이 총리직을 가져가면서 재집권하게 되는데요.

피타 후보는 상원의원들이 군부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번 총선 민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유권자의 65%의 지지를 받은 8개 정당의 연정이 집권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에 또 태국의 금융시장이나 경제지표에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입니다."]

[앵커]

결국, 캐스팅보트를 군부가 지명한 250명의 상원의원들이 쥐고 있군요.

그런데 피타 후보는 태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잖아요.

군부 인사들인 상원의원들이 얼마나 피타 후보의 연정에 손을 들어줄까요?

[기자]

현재 한 20여 명의 상원의원들이 피타 후보의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니까 앞으로 50명 정도 더 확보하면 피타가 총리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왕실모독죄'를 이유로 상원의원들이 군부 여당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피타 후보는 세대별로 왕실과 입헌군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며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왕실모독죄는) 징역 3년에서 15년까지 누구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누구도 고발할 수 있고 누구나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과연 군부 여당과 태국 왕실이 이 같은 움직임을 좌시할까.

실제 태국 선관위는 이틀 전 피타 후보가 소유한 주식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는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면 안 되는데, 피타 후보가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은 방송사 지분이 있다는 겁니다.

["전혀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7년 전에 문을 닫은 방송사지분을 보유해 (이번 선거에서) 어떤 혜택도 받은 것이 없고, 정치적으로 이들 방송사들이 나를 지지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일부에선 헌법재판소가 이를 문제 삼아 피타의 총리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태국 헌재는 3년 전 총선에서 81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 떠오른 퓨쳐포워드당의 회계문제를 불법으로 판단해 정당을 해산시켰습니다.

그때 해산된 퓨쳐포워드당이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전진당(MFP)으로 이름을 고쳐 나왔고,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제1당이 된 겁니다.

[앵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도 피타 대표의 총리 후보자격을 박탈하면 국민들이 가만있을까요?

[기자]

네, 3년 전 전진당의 전신인 퓨쳐포워드당에 해산명령이 내려지자 수개월 간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는데요.

게다가 지금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당선시켰기 때문에 더 반발이 클 겁니다.

반대로 야권 연정이 성공해 피타가 총리가 된다고 해도 왕실모독죄를 고치겠다는 피타를 군부가 용인할 지도 미지숩니다.

태국은 군부 쿠데타가 19번이나 일어난 나랍니다.

피타 후보는 인도네시아에 밀리고 베트남의 추격을 받고 있는 태국 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1992년 한국이 그릇된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역사에 새 장을 썼다면, 올 해 태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태국 의회는 오는 7월까지 연정구성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8월 초쯤 총리를 선출합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었습니다.

영상편집:김철/자료조사: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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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6-06 22:58:00
    • 수정2023-06-06 23: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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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왕실모독죄 폐지, 동성결혼 합법화, 징병제 폐지...

파격적인 공약으로 이번 태국 총선에서 제1당으로 올라선 태국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

차기 총리 후보로 가장 유력한데요.

하지만 군부 여당이 이를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집니다.

방콕 김원장 특파원이 피타 대표를 직접 만났는데요, 방콕으로 갑니다.

김원장 특파원!

이번 태국 총선은 당초 군부 여당과 탁신 전 총리의 푸아타이당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예상을 깨고 선명한 개혁성향의 전진당(MFP)이 1당이 됐어요?

[기자]

네, 한 50석 내다봤는데, 151석을 얻으며 제1당이 됐습니다.

개혁성향의 태국 전진당은 특히 대도시와 청년들의 몰표를 받았는데요.

이곳 방콕은 33개 지역구 중 모두 32곳을 싹쓸이했습니다.

이 전진당을 이끌고 있는 피타 대표를 만났습니다.

[피타 림짜른랏/전진당 대표 : "태국이 전진하는 것을 막는 군부에 대해 시민들이 선거를 통해 내린 분명한 명령입니다. 저는 올해가 정의를 원하는 시민들의 염원이 절정에 달하는 결정적 순간이자 마지막 기회인 것 같습니다."]

그는 태국 민주화의 상징 탐마삿대학을 나와서 하바드 경영대학원, MIT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글로벌 컨설팅그룹에서 일하다 3년 전에 정치권에 뛰어들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동성결혼 합법화, 또 징병제 폐지...

태국은 군사적 위협이 거의 없는데도 군이 막강한 나라고 장병들은 제비뽑기를 통해 2년간 군 입대가 결정되는데 이걸 폐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거대한 국방예산을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막을 정도만 쓰고, 다른 경제 관련 예산으로 돌려야 합니다."]

[앵커]

하지만 제1당이 됐어도 총리가 된다는 보장은 없는 거죠?

피타 대표가 이끄는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기자]

야권은 지금 피타의 전진당이 하원에서 151석, 그리고 당초 제1당이 유력했던 탁신 전 총리의 푸아타이당이 141석, 여기에 기타 군소정당까지 모두 310석 정도를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상원인데요.

상원의원 250명은 모두 군부가 지명한 사람들입니다.

당연히 현 군부 여당의 연정을 지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우 불과 하원 70여 석 확보에 그친 군부 여당이 총리직을 가져가면서 재집권하게 되는데요.

피타 후보는 상원의원들이 군부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번 총선 민의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유권자의 65%의 지지를 받은 8개 정당의 연정이 집권하지 못한다면, 전 세계에 또 태국의 금융시장이나 경제지표에 나쁜 신호를 주게 될 것입니다."]

[앵커]

결국, 캐스팅보트를 군부가 지명한 250명의 상원의원들이 쥐고 있군요.

그런데 피타 후보는 태국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인 '왕실모독죄'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잖아요.

군부 인사들인 상원의원들이 얼마나 피타 후보의 연정에 손을 들어줄까요?

[기자]

현재 한 20여 명의 상원의원들이 피타 후보의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으니까 앞으로 50명 정도 더 확보하면 피타가 총리가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왕실모독죄'를 이유로 상원의원들이 군부 여당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피타 후보는 세대별로 왕실과 입헌군주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며 국회에서 이를 논의하고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는데요.

["(왕실모독죄는) 징역 3년에서 15년까지 누구나 처벌될 수 있습니다. 누구도 고발할 수 있고 누구나 고발당할 수 있습니다."]

과연 군부 여당과 태국 왕실이 이 같은 움직임을 좌시할까.

실제 태국 선관위는 이틀 전 피타 후보가 소유한 주식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는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면 안 되는데, 피타 후보가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은 방송사 지분이 있다는 겁니다.

["전혀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17년 전에 문을 닫은 방송사지분을 보유해 (이번 선거에서) 어떤 혜택도 받은 것이 없고, 정치적으로 이들 방송사들이 나를 지지하도록 강제할 수도 없습니다."]

일부에선 헌법재판소가 이를 문제 삼아 피타의 총리 후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 태국 헌재는 3년 전 총선에서 81석을 확보하며 제3당으로 떠오른 퓨쳐포워드당의 회계문제를 불법으로 판단해 정당을 해산시켰습니다.

그때 해산된 퓨쳐포워드당이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전진당(MFP)으로 이름을 고쳐 나왔고, 기대 이상의 지지를 받으며 제1당이 된 겁니다.

[앵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번에도 피타 대표의 총리 후보자격을 박탈하면 국민들이 가만있을까요?

[기자]

네, 3년 전 전진당의 전신인 퓨쳐포워드당에 해산명령이 내려지자 수개월 간 민주화 시위가 이어졌는데요.

게다가 지금은 총선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당선시켰기 때문에 더 반발이 클 겁니다.

반대로 야권 연정이 성공해 피타가 총리가 된다고 해도 왕실모독죄를 고치겠다는 피타를 군부가 용인할 지도 미지숩니다.

태국은 군부 쿠데타가 19번이나 일어난 나랍니다.

피타 후보는 인도네시아에 밀리고 베트남의 추격을 받고 있는 태국 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요.

["1992년 한국이 그릇된 정치 체제에서 벗어나 역사에 새 장을 썼다면, 올 해 태국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기원합니다."]

태국 의회는 오는 7월까지 연정구성을 마무리하고 늦어도 8월 초쯤 총리를 선출합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었습니다.

영상편집:김철/자료조사: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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