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보고서 제출하면 끝?…‘돌려 쓰고 대필하고’

입력 2023.06.15 (21:41) 수정 2023.06.1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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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어제 제주도와 도의회 한 상임위원회가 각기 예산을 들인 이탈리아 해외연수에 동행한 뒤 작성한 연수보고서의 베껴 쓰기 정황을 보도해드렸습니다.

기관별로 쓴 보고서 내용이 판박이였다는 건데요.

기관끼리 돌려쓰고 베껴 쓰고, 심지어 대필까지 한 정황이 또 다른 보고서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우리 지역에 적용할 좋은 정책과 사례를 찾기 위해 혈세를 들이는 공무국외연수 취지에 맞는 걸까요?

나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지역균형 발전 정책 등을 알아보겠다며 말레이시아 해외 연수에 다녀온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도의원과 전문위원 등 도의회 소속 12명 외에 제주도와 제주시 공무원 4명이 동행했습니다.

각 기관의 예산으로 연수를 다녀온 만큼 제출된 연수 보고서는 3개.

이 보고서들을 비교해봤습니다.

도의회 행자위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연수 보고서는 23페이지 분량으로, 출장 인원은 도의원 7명과 전문위원 5명 등 12명으로 적혀있습니다.

이번엔 제주도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등록한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출장자는 제주도 공무원을 포함한 16명.

그런데 정작 보고서엔 출장 인원 12명으로 적혀있습니다.

도의회 행자위가 작성한 그 보고서입니다.

제주시가 등록한 보고서 역시 겉표지만 바꾼 도의회 보고서입니다.

형식적인 해외출장 보고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협약 차 지난 3월 베트남에 다녀온 출장자는 김희현 정무부지사와 김승준 도의원을 포함해 6명.

두 기관 각기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지만, 공개된 건 도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고서 하나뿐입니다.

이마저도 작성자는 출장에 동행하지 않은 도의회 직원입니다.

이에 대해 김승준 도의원은 출장 자료를 잘 넘겨 보고서 작성을 부탁했고, 다시 생각해보니 대필 오해 지적을 받을만하다고 답했습니다.

제주도 보고서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공개됐는데, 살펴보면 도의회 보고서와 똑같습니다.

[제주도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작성한 것을 그쪽(의회)으로 보내서 아마…. 제가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의회 것은 보지를 않아서."]

제출하면 끝인 형식적인 해외연수 보고서 작성 행태가 관행이 된 셈입니다.

[좌광일/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 "연수가 타당한 지에 대한 사전검증 뿐만 아니고 사후에 평가표를 만들어서 결과보고서가 과연 충실하게 작성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것 들을 도민 사회에 소통하고 알리는."]

사후 감시도 없는 형식상 보고서 제출 행태, 국외출장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도민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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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출장 보고서 제출하면 끝?…‘돌려 쓰고 대필하고’
    • 입력 2023-06-15 21:41:03
    • 수정2023-06-15 22:04:00
    뉴스9(제주)
[앵커]

KBS는 어제 제주도와 도의회 한 상임위원회가 각기 예산을 들인 이탈리아 해외연수에 동행한 뒤 작성한 연수보고서의 베껴 쓰기 정황을 보도해드렸습니다.

기관별로 쓴 보고서 내용이 판박이였다는 건데요.

기관끼리 돌려쓰고 베껴 쓰고, 심지어 대필까지 한 정황이 또 다른 보고서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우리 지역에 적용할 좋은 정책과 사례를 찾기 위해 혈세를 들이는 공무국외연수 취지에 맞는 걸까요?

나종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말 지역균형 발전 정책 등을 알아보겠다며 말레이시아 해외 연수에 다녀온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도의원과 전문위원 등 도의회 소속 12명 외에 제주도와 제주시 공무원 4명이 동행했습니다.

각 기관의 예산으로 연수를 다녀온 만큼 제출된 연수 보고서는 3개.

이 보고서들을 비교해봤습니다.

도의회 행자위 전문위원실이 작성한 연수 보고서는 23페이지 분량으로, 출장 인원은 도의원 7명과 전문위원 5명 등 12명으로 적혀있습니다.

이번엔 제주도가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등록한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출장자는 제주도 공무원을 포함한 16명.

그런데 정작 보고서엔 출장 인원 12명으로 적혀있습니다.

도의회 행자위가 작성한 그 보고서입니다.

제주시가 등록한 보고서 역시 겉표지만 바꾼 도의회 보고서입니다.

형식적인 해외출장 보고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한 협약 차 지난 3월 베트남에 다녀온 출장자는 김희현 정무부지사와 김승준 도의원을 포함해 6명.

두 기관 각기 예산으로 출장을 다녀왔지만, 공개된 건 도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고서 하나뿐입니다.

이마저도 작성자는 출장에 동행하지 않은 도의회 직원입니다.

이에 대해 김승준 도의원은 출장 자료를 잘 넘겨 보고서 작성을 부탁했고, 다시 생각해보니 대필 오해 지적을 받을만하다고 답했습니다.

제주도 보고서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에야 공개됐는데, 살펴보면 도의회 보고서와 똑같습니다.

[제주도 관계자/음성변조 : "제가 작성한 것을 그쪽(의회)으로 보내서 아마…. 제가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의회 것은 보지를 않아서."]

제출하면 끝인 형식적인 해외연수 보고서 작성 행태가 관행이 된 셈입니다.

[좌광일/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 "연수가 타당한 지에 대한 사전검증 뿐만 아니고 사후에 평가표를 만들어서 결과보고서가 과연 충실하게 작성 됐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이것 들을 도민 사회에 소통하고 알리는."]

사후 감시도 없는 형식상 보고서 제출 행태, 국외출장의 의미를 퇴색시키며 도민 혈세만 낭비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고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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