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도심 응급환자 어디로 가나…서울백병원마저 폐원

입력 2023.06.21 (13:02) 수정 2023.06.21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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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백병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80년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이제 문을 닫습니다.

쌓여가는 적자 때문인데, 이렇게 병원이 없어져도 되는 건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였죠.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렸는데요.

병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가결한 거죠.

백병원은 서울백병원을 비롯해 전국에 5곳이 있습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백병원으로 전보하겠다 밝혔습니다.

당연히 환자가 병원을 옮기는 것도 차질이 없어야겠죠.

그런데, 이 병원 문 닫는 게 왜 논란이 될까요?

외과의사 백인제 박사가 1941년, 자신의 이름을 따 '백인제 외과병원'을 열면서, 백병원의 역사가 시작합니다.

5년 뒤 백 박사는 지금 서울백병원 자리인 서울 중구 명동에 재단법인 백병원을 세웠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공익법인입니다.

백병원은 신축 등을 통해 200병상 규모로 8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서울 도심의 의료 수요를 충당해왔습니다.

하지만 병원의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2004년 이후 쌓인 적자가 천7백억 원까지 불었는데요.

재정 악화 타개를 위해 병상 수도 절반 줄이고, 각종 경영 효율화 방안을 도입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습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명동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이죠.

처음 백병원이 지어질 때와 달리, 이곳에는 평일 낮 직장인이 대부분이지,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중증질환자가 집에서 먼 이곳까지 갈 이유가 적은 것이죠.

특히 요즈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가까운 위치에 서울대병원이나 연세의료원이 있습니다.

이 8개 병원들, 모두 합쳐 10개의 분원을 추진하는데, 다 수도권 안에 세웁니다.

서울백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겠죠.

폐원 결정 배경엔 교육부의 규제 완화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립대학 재단이 갖고 있는 땅이나 건물 등을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게 했죠.

명동 번화가에 자리한 서울백병원의 부동산 가치는 2~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공공성 있는 의료기관 대신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 서울시는 일단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제 학원 이사회에서도 "서울백병원 땅과 건물은 수익사업이나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면서, "그로 인해 생기는 돈은 모두 다른 백병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또 있습니다.

2004년에는 중앙대 필동병원, 재작년에는 산부인과로 유명했던 제일병원이 문을 닫았죠.

그래서 인근 지역에서 유일한 대학병원이었던 서울백병원마저 문을 닫으면 도심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서울백병원의 수술 건수는 한달 평균 200건 정도, 병원의 출발점이 외과였던 만큼 이 분야가 강점인데요.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급하게 동네 병원 찾기가 힘들 때, 취약계층이나 응급, 소아환자가 찾는 곳이 백병원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 일대 확진자 70∼80%의 재택치료를 도왔습니다.

서울백병원은 오는 8월 말 문을 닫을 예정인데요.

폐원 결정을 받아든 의료진들과 직원들은 경제 논리만으로 병원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며, 도심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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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도심 응급환자 어디로 가나…서울백병원마저 폐원
    • 입력 2023-06-21 13:02:56
    • 수정2023-06-21 13:38:27
    뉴스 12
[앵커]

서울백병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80년 넘게 자리를 지켰지만, 이제 문을 닫습니다.

쌓여가는 적자 때문인데, 이렇게 병원이 없어져도 되는 건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습니다.

친절한 뉴스, 오승목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오후였죠.

인제학원 이사회가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렸는데요.

병원을 폐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달 초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가 제안한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가결한 거죠.

백병원은 서울백병원을 비롯해 전국에 5곳이 있습니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백병원으로 전보하겠다 밝혔습니다.

당연히 환자가 병원을 옮기는 것도 차질이 없어야겠죠.

그런데, 이 병원 문 닫는 게 왜 논란이 될까요?

외과의사 백인제 박사가 1941년, 자신의 이름을 따 '백인제 외과병원'을 열면서, 백병원의 역사가 시작합니다.

5년 뒤 백 박사는 지금 서울백병원 자리인 서울 중구 명동에 재단법인 백병원을 세웠는데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공익법인입니다.

백병원은 신축 등을 통해 200병상 규모로 8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서울 도심의 의료 수요를 충당해왔습니다.

하지만 병원의 재정 상황은 갈수록 악화됐습니다.

2004년 이후 쌓인 적자가 천7백억 원까지 불었는데요.

재정 악화 타개를 위해 병상 수도 절반 줄이고, 각종 경영 효율화 방안을 도입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습니다.

서울백병원은 서울 명동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심 한복판이죠.

처음 백병원이 지어질 때와 달리, 이곳에는 평일 낮 직장인이 대부분이지,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적습니다.

중증질환자가 집에서 먼 이곳까지 갈 이유가 적은 것이죠.

특히 요즈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가까운 위치에 서울대병원이나 연세의료원이 있습니다.

이 8개 병원들, 모두 합쳐 10개의 분원을 추진하는데, 다 수도권 안에 세웁니다.

서울백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줄어들 수 밖에 없겠죠.

폐원 결정 배경엔 교육부의 규제 완화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사립대학 재단이 갖고 있는 땅이나 건물 등을 수익용으로 바꿀 수 있게 했죠.

명동 번화가에 자리한 서울백병원의 부동산 가치는 2~3천억 원 정도로 추산됩니다.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온 공공성 있는 의료기관 대신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에 서울시는 일단 병원 부지를 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제 학원 이사회에서도 "서울백병원 땅과 건물은 수익사업이나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하겠다"면서, "그로 인해 생기는 돈은 모두 다른 백병원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또 있습니다.

2004년에는 중앙대 필동병원, 재작년에는 산부인과로 유명했던 제일병원이 문을 닫았죠.

그래서 인근 지역에서 유일한 대학병원이었던 서울백병원마저 문을 닫으면 도심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서울백병원의 수술 건수는 한달 평균 200건 정도, 병원의 출발점이 외과였던 만큼 이 분야가 강점인데요.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특히 야간이나 휴일에 급하게 동네 병원 찾기가 힘들 때, 취약계층이나 응급, 소아환자가 찾는 곳이 백병원이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 일대 확진자 70∼80%의 재택치료를 도왔습니다.

서울백병원은 오는 8월 말 문을 닫을 예정인데요.

폐원 결정을 받아든 의료진들과 직원들은 경제 논리만으로 병원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며, 도심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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