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도 계급도 없었다”…비정규군의 6·25

입력 2023.06.25 (21:23) 수정 2023.06.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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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 발발 73주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찾아 양국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존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참전 용사들도 있습니다.

미군 부대 소속으로 첩보를 수집하거나 실제 전투를 했던 '비정규군'이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정식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전쟁에 투입된 한국인들인데, 정부 보상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합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옥순 씨 부부는 6·25 전쟁 참전 용사입니다.

부부 모두 미군이 만든 비정규군 '타이거 여단' 소속이었습니다.

["바로 묵념."]

민 씨는 군번도, 계급도 없이 피난 와 있던 교동도와 고향인 바다 건너 황해도를 오가며 첩보를 수집해 보고했습니다.

17살 소녀였던 당시 마지막 첩보를 가지고 간신히 도망쳤던 기억이 90살인 지금도 선명합니다.

[민옥순/6·25 참전 비정규군 : "인민군 셋인데 여기에다 총대를 확 찌르면서 묶으라고 묶었는데 여기도 아파죽겠지 총대로 찔렀으니, 덜덜 떨고 있는데 (다른 인민군이) 풀어주라고."]

올해 101살이 된 이찬순 할아버지.

'동키부대' 소속으로 고향인 황해도 야산에 토굴을 파고 인민군과 유격전을 했습니다.

타이거 여단, 동키부대를 예하에 뒀던 8240부대, 인천상륙작전을 도운 켈로부대, 첩보부대인 '영도 유격대' 등이 미군이 운영한 비정규군 조직들입니다.

이들은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보상 대상으로 인정됐고, 부대원들에게 '공로금'이 지급됐습니다.

[이찬순/6·25 참전 비정규군 : "한 푼도 안 쓰고 은행에 갔다가 저축했습니다. 이거는 통일되면 (고향에) 들어가서 내가 들어가든지 나 죽으면 할머니가 들어가든지 (가족에게) 갚아라."]

6·25전쟁 당시 비정규군은 최소 2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공로금을 수령한 대원이나 유족은 2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보상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주위에 활동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지자체와 전우회 등과 협력해 비정규군을 추가로 파악해 적극적인 보상에 나설 방침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왕인흡/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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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군번도 계급도 없었다”…비정규군의 6·25
    • 입력 2023-06-25 21:23:42
    • 수정2023-06-25 21:56:12
    뉴스 9
[앵커]

6.25 전쟁 발발 73주년,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찾아 양국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존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참전 용사들도 있습니다.

미군 부대 소속으로 첩보를 수집하거나 실제 전투를 했던 '비정규군'이 대표적입니다.

말 그대로 정식 군인이 아닌 신분으로 전쟁에 투입된 한국인들인데, 정부 보상을 받은 경우는 전체의 10%에 불과합니다.

박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민옥순 씨 부부는 6·25 전쟁 참전 용사입니다.

부부 모두 미군이 만든 비정규군 '타이거 여단' 소속이었습니다.

["바로 묵념."]

민 씨는 군번도, 계급도 없이 피난 와 있던 교동도와 고향인 바다 건너 황해도를 오가며 첩보를 수집해 보고했습니다.

17살 소녀였던 당시 마지막 첩보를 가지고 간신히 도망쳤던 기억이 90살인 지금도 선명합니다.

[민옥순/6·25 참전 비정규군 : "인민군 셋인데 여기에다 총대를 확 찌르면서 묶으라고 묶었는데 여기도 아파죽겠지 총대로 찔렀으니, 덜덜 떨고 있는데 (다른 인민군이) 풀어주라고."]

올해 101살이 된 이찬순 할아버지.

'동키부대' 소속으로 고향인 황해도 야산에 토굴을 파고 인민군과 유격전을 했습니다.

타이거 여단, 동키부대를 예하에 뒀던 8240부대, 인천상륙작전을 도운 켈로부대, 첩보부대인 '영도 유격대' 등이 미군이 운영한 비정규군 조직들입니다.

이들은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정부로부터 보상 대상으로 인정됐고, 부대원들에게 '공로금'이 지급됐습니다.

[이찬순/6·25 참전 비정규군 : "한 푼도 안 쓰고 은행에 갔다가 저축했습니다. 이거는 통일되면 (고향에) 들어가서 내가 들어가든지 나 죽으면 할머니가 들어가든지 (가족에게) 갚아라."]

6·25전쟁 당시 비정규군은 최소 2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공로금을 수령한 대원이나 유족은 2천여 명에 불과합니다.

보상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주위에 활동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부는 지자체와 전우회 등과 협력해 비정규군을 추가로 파악해 적극적인 보상에 나설 방침입니다.

KBS 뉴스 박찬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 왕인흡/영상편집: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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