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식 양육비 해법은?…“정부가 선지급”

입력 2023.07.24 (23:41) 수정 2023.07.2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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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혼하고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들 때문에 많은 한부모 가정이 고통받고 있죠.

정부가 양육비 안 내는 부모들의 운전 면허를 정지하고 출국금지까지 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양육비 선지급제가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베를린 연결합니다.

유호윤 특파원!

독일에선 양육비 문제를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독일은 한국과 달리 양육비 분쟁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난 독일의 한부모 가정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베레나 씨는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독일 여성인데요.

첫째 아이 아버지는 매달 100만 원가량 양육비를 주지만 둘째 아이 아버지는 경제적 여건이 안돼 양육비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독일 정부가 매달 둘째 아이 양육비로 우리 돈 30만 원 정도를 베레나 씨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1980년부터 시행 중인 양육비 선지급제 덕분입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가 양육비를 안 내면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주고 나중에 이 부모에게 추징하는 제돈데요.

아이가 18살이 되기 전까지 매월 우리 돈 26만 원에서 48만 원 정도를 지급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산정되는 양육비에 비해 적긴 하지만 한부모 가정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앵커]

양육비를 직접 받아내지 않아도 되니 아이 키우는 한 부모 입장에선 환영할 제도겠네요?

[기자]

한국에선 사실 정부 도움을 받아도 양육비 받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운전면허 정지나 명단공개를 하려면 아이를 키우는 쪽에서 직접 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는 수고도 감수해야 하는데요.

독일에선 이런 부담이 없는 겁니다.

또 양육비를 정부가 직접 받아내기 때문에 추징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률에 따라 양육비를 안 낸 부모의 소득과 고용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양육비를 추징합니다.

[앵커]

그런데 독일 해법에도 제도 운영상 문제점이 있다면서요?

어떤건가요?

[기자]

바로 독일에서도 양육비 회수율이 문제로 거론되는데요.

정부가 추징하지만, 생각보다 회수율이 낮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의 양육비 회수율은 20%입니다.

낮은 회수율을 분석한 독일 정부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양육비를 안 낸 부모 중에 44%는 소득 부족으로 지급할 능력이 안 됐고, 7%는 사망이나 파산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우, 정부가 추징에 아무리 힘을 쏟더라도 양육비를 회수할 수 없는 겁니다.

[앵커]

제도상 이점은 있지만 문제점도 명확한 것 같네요.

회수율이 낮은데도 독일 정부가 양육비 지원을 오히려 늘렸다면서요?

[기자]

독일 정부는 2017년 7월 양육비 선지급제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시행했습니다.

다만 개선 방향이 회수율을 높이는 쪽이 아니라 지원 대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원래는 대상 아동은 13세 미만까지였고, 양육비 지급 기간도 최대 72개월이었는데요.

지급 기간 제한을 없애고 대상 아동 기준도 18세 미만까지로 늘렸습니다.

그 결과 40만 명 수준이던 대상 아동이 이듬해 80만 명으로 두 배로 늘었습니다.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아동 성장에 초점을 맞춘 양육비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김철/그래픽:여현수 김지훈/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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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식 양육비 해법은?…“정부가 선지급”
    • 입력 2023-07-24 23:41:40
    • 수정2023-07-24 23: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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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혼하고 양육비를 안 주는 부모들 때문에 많은 한부모 가정이 고통받고 있죠.

정부가 양육비 안 내는 부모들의 운전 면허를 정지하고 출국금지까지 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양육비 선지급제가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데요.

베를린 연결합니다.

유호윤 특파원!

독일에선 양육비 문제를 정부가 어떤 식으로 대처하고 있나요?

[기자]

독일은 한국과 달리 양육비 분쟁 과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만난 독일의 한부모 가정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베레나 씨는 아버지가 다른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독일 여성인데요.

첫째 아이 아버지는 매달 100만 원가량 양육비를 주지만 둘째 아이 아버지는 경제적 여건이 안돼 양육비를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신 독일 정부가 매달 둘째 아이 양육비로 우리 돈 30만 원 정도를 베레나 씨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1980년부터 시행 중인 양육비 선지급제 덕분입니다.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가 양육비를 안 내면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주고 나중에 이 부모에게 추징하는 제돈데요.

아이가 18살이 되기 전까지 매월 우리 돈 26만 원에서 48만 원 정도를 지급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산정되는 양육비에 비해 적긴 하지만 한부모 가정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앵커]

양육비를 직접 받아내지 않아도 되니 아이 키우는 한 부모 입장에선 환영할 제도겠네요?

[기자]

한국에선 사실 정부 도움을 받아도 양육비 받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운전면허 정지나 명단공개를 하려면 아이를 키우는 쪽에서 직접 법원에서 감치명령을 받는 수고도 감수해야 하는데요.

독일에선 이런 부담이 없는 겁니다.

또 양육비를 정부가 직접 받아내기 때문에 추징도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법률에 따라 양육비를 안 낸 부모의 소득과 고용 관련 정보를 직접 알아낼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양육비를 추징합니다.

[앵커]

그런데 독일 해법에도 제도 운영상 문제점이 있다면서요?

어떤건가요?

[기자]

바로 독일에서도 양육비 회수율이 문제로 거론되는데요.

정부가 추징하지만, 생각보다 회수율이 낮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일의 양육비 회수율은 20%입니다.

낮은 회수율을 분석한 독일 정부 자료를 살펴봤는데요.

양육비를 안 낸 부모 중에 44%는 소득 부족으로 지급할 능력이 안 됐고, 7%는 사망이나 파산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우, 정부가 추징에 아무리 힘을 쏟더라도 양육비를 회수할 수 없는 겁니다.

[앵커]

제도상 이점은 있지만 문제점도 명확한 것 같네요.

회수율이 낮은데도 독일 정부가 양육비 지원을 오히려 늘렸다면서요?

[기자]

독일 정부는 2017년 7월 양육비 선지급제에 대한 제도 개선책을 시행했습니다.

다만 개선 방향이 회수율을 높이는 쪽이 아니라 지원 대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원래는 대상 아동은 13세 미만까지였고, 양육비 지급 기간도 최대 72개월이었는데요.

지급 기간 제한을 없애고 대상 아동 기준도 18세 미만까지로 늘렸습니다.

그 결과 40만 명 수준이던 대상 아동이 이듬해 80만 명으로 두 배로 늘었습니다.

재정 부담을 감수하고, 아동들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결정입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합니다.

한국도 아동 성장에 초점을 맞춘 양육비 해법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김영환/영상편집:김철/그래픽:여현수 김지훈/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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