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법원, 왕실모독죄 기소 대학생 ‘한국 유학’ 허용

입력 2023.07.24 (23:42) 수정 2023.07.24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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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에는 왕실을 모독하면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이 있습니다.

이 '왕실모독죄' 개정을 놓고 정치권도 논란이 거센데요.

왕실모독죄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한 태국 대학생이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컸습니다.

결국 법원이 출국을 허용했는데 어찌된 일이지, 방콕 김원장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대학생 나타닛은 방콕 시내 한복판에서 왕실 차량 행렬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냐고 시위를 하며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저는 왕실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금을 내지만, 어디에 세금을 쓰는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뒤 왕실모독죄로 체포된 나타닛은 전자발찌 착용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거리에서 같은 설문조사를 강행했습니다.

법원은 보석을 취소하고 그녀를 구속했습니다.

나타닛은 수감 중에도 단식투쟁을 이어갔고, 결국 법원은 여론에 못 이겨 지난해 8월 그녀를 석방했습니다.

["말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이 사건과 연루된 수많은 친구들과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달 초 나타닛은 SNS에 한국의 한 대학 단기 연수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가고 싶지만 출국이 금지됐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결국 조건부 출국을 허용했습니다.

나타닛은 수십 년간 태국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 온 탐마삿대학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에 맞서는 일은 여전히 두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그래도 사람들에게 누군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물러선다면 진짜 감옥에 갈 겁니다."]

한국에서 연수하는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한국 경제발전이나 문화의 힘도 민주화가 있으니까 가능해요. 태국도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태국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약속한 전진당이 제1당이 됐지만,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들의 반대로 사실상 총리 지명이 무산됐습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영상편집:김철/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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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국 법원, 왕실모독죄 기소 대학생 ‘한국 유학’ 허용
    • 입력 2023-07-24 23:42:55
    • 수정2023-07-24 2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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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국에는 왕실을 모독하면 형사처벌하는 법 조항이 있습니다.

이 '왕실모독죄' 개정을 놓고 정치권도 논란이 거센데요.

왕실모독죄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된 한 태국 대학생이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떠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컸습니다.

결국 법원이 출국을 허용했는데 어찌된 일이지, 방콕 김원장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2월 대학생 나타닛은 방콕 시내 한복판에서 왕실 차량 행렬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냐고 시위를 하며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저는 왕실을 위해 세금을 내야 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세금을 내지만, 어디에 세금을 쓰는지 선택할 수 없습니다."]

한 달 뒤 왕실모독죄로 체포된 나타닛은 전자발찌 착용 등을 조건으로 석방됐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거리에서 같은 설문조사를 강행했습니다.

법원은 보석을 취소하고 그녀를 구속했습니다.

나타닛은 수감 중에도 단식투쟁을 이어갔고, 결국 법원은 여론에 못 이겨 지난해 8월 그녀를 석방했습니다.

["말을 하고 싶지만 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이 사건과 연루된 수많은 친구들과 시민들이 있습니다."]

이달 초 나타닛은 SNS에 한국의 한 대학 단기 연수에 장학생으로 선발돼 가고 싶지만 출국이 금지됐다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결국 조건부 출국을 허용했습니다.

나타닛은 수십 년간 태국 민주화 시위를 주도해 온 탐마삿대학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에 맞서는 일은 여전히 두려운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그래도 사람들에게 누군가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요, 그리고 제가 여기서 물러선다면 진짜 감옥에 갈 겁니다."]

한국에서 연수하는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타닛 두앙무싯/탐마삿대 3학년 : "한국 경제발전이나 문화의 힘도 민주화가 있으니까 가능해요. 태국도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민주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총선에서 태국은 '왕실모독죄' 개정을 약속한 전진당이 제1당이 됐지만, 군부가 지명한 상원의원들의 반대로 사실상 총리 지명이 무산됐습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영상편집:김철/자료조사: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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