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하기] “달력에도 없는데 어찌 압니까?”…‘8월 29일’ 무슨 날이길래

입력 2023.08.29 (19:46) 수정 2023.08.2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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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입니다.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8월 29일,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달력을 살펴보면, 일단 특별한 표시는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청이나 구청 같은 관공서를 지나다가 조기가 게양된 모습을 본 분들도 계실 겁니다.

바로 113년 전 오늘, 우리나라가 당했던 치욕 때문입니다.

경술년, 그러니까 1910년 8월 22일, 당시 대한제국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

일본 측과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했고, 일주일 뒤인 1910년 8월 29일에 공포됐는데요.

경술년에 일어난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로 '경술국치일'이라고 하죠.

이미 한일병합조약은 국제법적으로도 무효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조서에는 순종 황제의 친필 서명이나 국새가 찍혀있지 않았고, 양국의 조약문도 같은 형태와 서체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일병합은 일본이 역신 무리와 제멋대로 선포한 것이고 내가 한 것이 아니다”순종도 이런 유언을 남겼죠.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 조작의 흔적이 발견됐고 적법한 절차도 무시된 불법, 강제 조약이었습니다.

'경술국치일', 광복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날을 건국기념일과 함께 5대 기념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임시정부 당시) 연해주라든지 만주라든지 상해든 미주에도 마찬가지고요. 항상 국치를 기억하자고 하면서 그날은 하루 종일 밥을 굶는다든지 밤에 모여서 국치의 노래를 부르면서 해방의 날을 기억했던 날이고요. 다시는 이와 같은 식민지를 겪지 말자고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뒤 '국치일'은 국가기념일로 계승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달력에서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3년, 경기도에서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조례를 제정했는데요.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도 조례가 확대되면서 이른바 '경술국치일 조기 게양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선 대전시가 2013년, 충남도 2016년, 세종시는 2017년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는 제대로 조기 게양을 하고 있을까?

제가 오늘 대전시 내 몇몇 공공기관을 돌아봤습니다.

대전 서구청과 대전시청, 대전시의회에는 조기 게양이 잘 돼 있었는데요.

대전 서구청 옆 서구의회는 조기로 게양돼 있지 않았고, 대전교육청, 각 동 행정복지센터 역시 조기 게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담당자에게 물어봤는데요.

"죄송하다,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다, 지금 바로 게양하겠다."

"알고는 있었지만, 국기 내리는 장치가 고장 나서 게양할 수 없었다.”

"몰랐다, 일반 시민들도 경술국치일은 잘 모르지 않나? 광복절에 국기 게양하라는 공문은 많이 오지만 국치일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런 답이었습니다.

지자체 조례도 국치일을 알리는데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부끄럽지만 그 또한 우리 역사로 마땅히 기억할 가치가 있는 날입니다" "이런 국가적 치욕의 날을 잊고 산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달력에라도 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중앙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국가기념일로 제정해달라는 요청에 중앙정부는 줄곧 요지부동이었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아픈 역사, 치욕의 역사는 잊어도 되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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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8-29 19:46:33
    • 수정2023-08-29 19: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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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에 깊이를 더하는 시간입니다.

'뉴스더하기' 김현수입니다.

8월 29일,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달력을 살펴보면, 일단 특별한 표시는 돼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청이나 구청 같은 관공서를 지나다가 조기가 게양된 모습을 본 분들도 계실 겁니다.

바로 113년 전 오늘, 우리나라가 당했던 치욕 때문입니다.

경술년, 그러니까 1910년 8월 22일, 당시 대한제국 총리대신이었던 이완용.

일본 측과 한일병합조약을 체결했고, 일주일 뒤인 1910년 8월 29일에 공포됐는데요.

경술년에 일어난 국가적 치욕이라는 의미로 '경술국치일'이라고 하죠.

이미 한일병합조약은 국제법적으로도 무효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조서에는 순종 황제의 친필 서명이나 국새가 찍혀있지 않았고, 양국의 조약문도 같은 형태와 서체를 갖고 있었습니다.

"한일병합은 일본이 역신 무리와 제멋대로 선포한 것이고 내가 한 것이 아니다”순종도 이런 유언을 남겼죠.

이렇게 여러 부분에서 조작의 흔적이 발견됐고 적법한 절차도 무시된 불법, 강제 조약이었습니다.

'경술국치일', 광복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날을 건국기념일과 함께 5대 기념일로 정하기도 했습니다.

[방학진/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 "(임시정부 당시) 연해주라든지 만주라든지 상해든 미주에도 마찬가지고요. 항상 국치를 기억하자고 하면서 그날은 하루 종일 밥을 굶는다든지 밤에 모여서 국치의 노래를 부르면서 해방의 날을 기억했던 날이고요. 다시는 이와 같은 식민지를 겪지 말자고 하는 다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들어선 뒤 '국치일'은 국가기념일로 계승되지 않았고 언젠가부터 달력에서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2013년, 경기도에서는 경술국치일에 조기를 게양하는 조례를 제정했는데요.

이후 많은 지자체에서도 조례가 확대되면서 이른바 '경술국치일 조기 게양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습니다.

지역에선 대전시가 2013년, 충남도 2016년, 세종시는 2017년에 관련 조례가 제정됐습니다.

그렇다면 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는 제대로 조기 게양을 하고 있을까?

제가 오늘 대전시 내 몇몇 공공기관을 돌아봤습니다.

대전 서구청과 대전시청, 대전시의회에는 조기 게양이 잘 돼 있었는데요.

대전 서구청 옆 서구의회는 조기로 게양돼 있지 않았고, 대전교육청, 각 동 행정복지센터 역시 조기 게양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담당자에게 물어봤는데요.

"죄송하다, 알고 있었는데 깜빡했다, 지금 바로 게양하겠다."

"알고는 있었지만, 국기 내리는 장치가 고장 나서 게양할 수 없었다.”

"몰랐다, 일반 시민들도 경술국치일은 잘 모르지 않나? 광복절에 국기 게양하라는 공문은 많이 오지만 국치일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런 답이었습니다.

지자체 조례도 국치일을 알리는데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부끄럽지만 그 또한 우리 역사로 마땅히 기억할 가치가 있는 날입니다" "이런 국가적 치욕의 날을 잊고 산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게 달력에라도 표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중앙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국가기념일로 제정해달라는 요청에 중앙정부는 줄곧 요지부동이었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하지만 아픈 역사, 치욕의 역사는 잊어도 되는 걸까요?

지금까지 '뉴스더하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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